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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미술품감정 송향선대표 "위작에는 향기가 없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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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계 산 증인'송향선 '미술품 감정과 위작' 출간
국민화가 박수근·이중섭·김환기 작품 감정기 소개
'싸고 좋은 작품'은 없다..제값 주고 사야 속지 않아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미술품 수집가들에게는 가짜 그림이 가장 골칫거리다. 큰맘 먹고 산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나면 손해가 막심한 데다 수습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초보 컬렉터들은 진작과 위작을 분별해낼 안목이 없어 더욱 불안하다. 그렇다면 미술품 감정은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까. 위작에 속지 않으려면 무엇에 주의해야 하며, 그림을 사기 전에 꼭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같은 궁금증에 답하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미술품 감정과 위작'(아트북스)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40여 년간 미술품 감정업무에 종사해온 송향선 전 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장. 그간 수만 여건의 작품을 감정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감정한 감정 분야 산 증인이다. 송 대표는 "위작에는 향기가 없다. 조잡함과 주춤거림, 그리고 어색함이 있을 뿐이다"고 했다. [사진= 이영란 기자] 2023.02.19 art29@newspim.com

저자는 한국근현대미술 감정의 최일선에서 40년간 활동해온 송향선(76) 가람화랑 대표다. 한국에 첫 미술품 감정기구가 설립된 1982년부터 감정위원으로 활동했던 송 대표는 우리 미술계를 대표하는 감정전문가다. 이화여대·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1974년 화랑계에 입문, 1977년부터 가람화랑을 운영한 '1세대 갤러리스트'인 그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감정에 참여하며 관련 자료들을 꼼꼼히 취합하고, 연구 분석해왔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풍부한 감정경험과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민화가인 박수근(1914~65), 이중섭(1916~56), 김환기(1913~74) 작품의 감정과정과 위작문제를 다각도로 다뤘다. 한국근현대미술의 '톱3'로 불리는 이들 작가는 작품값이 워낙 고가인 까닭에 위작자들의 타깃이 된 지 오래다. 위작 숫자도 많다. 이에 송 대표는 국민화가들의 진작과 위작을 비교해가며 대중에게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감정세계를 조목조목 다뤘다. 특히 평소 보기 힘든 수백 컷의 위작 도판을 공개해 관심을 모은다. 송 대표를 만나 일반이 꼭 알아야 할 미술품 감정의 이모저모를 상,하 두차례에 걸쳐 들어봤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미술품 감정 전문가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가 집필한 책 '미술품감정과 위작'. 진위 감정의 다양한 실제 사례들과 진작은 물론 위작 도판을 함께 제시해 미술 전문가와 컬렉터들에게 미술품 감정의 세계를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사진= 아트북스] 2023.02.19 art29@newspim.com

3년간 집필해 펴낸 책의 반응이 꽤 좋다.

◀주위에서 '그간의 경험을 꼭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권유해 책을 썼다. 그런데 글쓰기, 생각보다 힘들더라. 작품의 진위를 글로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요즘들어 위작이 날로 정교해지고, 고도화되며 미술품 감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의 감정에 관한 이해를 돕는 구체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지침서가 필요해졌다. 실제 감정사례와 진·위작 도판을 대비해 기준을 제시하는 책이 아직 국내에 없어 용기를 냈다. 다행히 책 판매가 잘 된다니 보람을 느낀다.

많은 작가의 작품을 감정했는데 왜 박수근·이중섭·김환기를 기술했나?

◀ '국민화가'로 부르는 이들 작가는 감정 사례가 가장 풍부하다. 세 작가의 진작과 위작을 세밀하게 비교·설명함으로써 초보자들도 진·위작의 차이를 발견하며 안목을 쌓도록 했다.

진작과 위작은 어떤 점이 다른가

◀진작은 표현이 활달하고 품격이 있는데 반해 위작에는 향기가 없다. 책에서 도판으로 제시된 진작과 위작을 비교해가며, 해설을 읽다 보면 누구든 이 점을 느낄 것이다. 진·위작을 나란히 놓았을 때 진작의 가치는 빛나게 마련이다. 가짜 그림은 어딘지 조잡하고 옹색하며, 주저하는 부분이 있다. 자신감있게 그려내지 못하고 멈칫거리기 때문이다. 진작 옆에 놓으면 그 품격과 수준차가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삼성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 국가에 기증한 이중섭의 '소'. 종이에 유채, 26×36.5cm, 1950. 한국의 소를 지극히 사랑한 이중섭이 소의 머리 부분을 활달한 필치로 그린 진품이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이미지제공=아트북스] 2023.02.19 art29@newspim.com

유명 작가에겐 왜 위작이 생기나

◀위작은 유명 작가에게는 '숙명'과도 같다. 그림이 고가에 거래되는 작가일수록 위작이 계속 따라다닌다. 위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인기 있다는 방증이다. 내가 위원장을 역임했던 한국미술품평가원이 10년간의 통계를 분석해 2013년 펴낸 감정백서를 보면, 감정작품수 5130점(작가 562명) 중 위작비율은 평균 26%로 나타났다. 감정이 의뢰된 작가는 천경자·김환기·박수근·이중섭·이대원·이우환 등으로 유명 작가는 거의 망라됐다. 그중 위작 판정이 가장 많았던 작가는 이중섭으로, 187점 중 58%인 108건이 위작이었다(진작 77점·감정불능 2점). 감정 의뢰된 두 점 중 한 점꼴로 가짜였던 것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위작으로 판정된 '소'. 소를 해부학적으로 연구해 자신감 넘치게 표현한 이중섭과는 달리, 조악하고 섬뜩한 소 그림이 됐다. 거장의 황소를 흉내만 냈기 때문이다. [이미지 제공=아트북스] 2023.02.19 art29@newspim.com

이중섭에게 유난히 위작이 많은 이유는

◀이중섭의 '소'는 현재 14점이 공식 진품인데, 내가 본 '가짜 소'만 100점이 넘는다. 정말 다양한 가짜 소들을 원없이 본 셈인데 단일 주제로는 가장 높은 빈도일 것이다. 이중섭이 그린 '소'는 한국적 정서를 집약해 잘 보여주기 때문에 특히 수요가 많고, 비싸게 팔린다. 가짜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다. 다음으로 박수근도 247점 중 위작이 94점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작품이력 등이 완비돼 위작이 적었던 김환기도 (작품값이 크게 오르며) 근래들어 위작이 증가하는 추세다. 물론 이같은 위작 비율은 감정기관에 의뢰된 작품을 대상으로 집계된 것인만큼 시중 작품 전체의 위작비율은 훨씬 낮을 것으로 사료된다. "가짜 그림이 그리 많냐?"고 오해해선 곤란하다.

그래도 수집가들은 우려하기 마련이다

◀맞다. 감정의뢰된 작품에 비해 시중에서 거래되는 작품의 위작비율은 낮겠지만 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술품의 경제적 가치가 날로 커지고,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위작들이 다양한 양상으로 진화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첨단기기를 활용하는 데다 재료와 기법이 날로 고도화돼 전문가들도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감정전문가인 송향선 대표가 박수근의 1960년작 '휴식' 진작(왼쪽)과 위작을 비교 설명한 페이지. 책 '미술품 감정과 위작'의 P. 74~75. [사진 제공= 아트북스] 2023.02.19 art29@newspim.com

이중섭 김환기 이우환 작품은 '외국서 발견됐다'며 유입된 가짜가 꽤 있다는데

◀미국, 북한, 일본서 발견돼 국내에 들어왔다는 식으로 외국과 연계한 위작까지 유통경로 또한 다원화됐다. 따라서 보다 면밀한 감정과 경로추적이 자리를 잡아 위작이 쉽게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미술시장의 유통구조가 견실해진다.

'싸고 좋은 작품은 없다'고 하지만 컬렉터들은 가격이 싸면 일단 맘이 흔들린다.

◀맞다. 싸면서 좋은 작품은 지구상에 없다. 이 단순한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겨야 한다. 시세 보다 터무니없이 싸게 나온 작품, 출처가 애매한 그림은 함정일 가능성이 있다. 제대로 된 작품은 결코 음지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위작만이 음지에서 만들어져 음지에서 은밀히 거래된다. 위작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오랜 경험과 신뢰를 쌓아온 화랑이나 오픈 마켓인 경매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게 좋다. 만약 추후 작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오랜 세월을 겪어낸 화강암같은 마티에르가 특징인 박수근의 1950년대 작품 '노상'. 안정된 구도와 독특한 기법으로 1950년대 민초들의 삶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오는 22일 케이옥션 미술품 경매에 출품된 작품이다. 추정가는 4억5천만원에서 8억원. [사진=케이옥션] 2023.02.19 art29@newspim.com

미술품 거래시 감정서를 꼭 챙겨야 하나

◀고가 작품일 경우 감정기구에 의뢰해 진품 보증을 받아두는 게 좋다. 구매에 앞서 화랑, 경매사에 '감정을 받아달라'고 요구하면 공신력있는 감정기구에 감정을 의뢰할 것이다. 소장이력을 뒷받침해줄 만한 도록이라든가 증빙자료를 면밀히 살펴보고, 작품의 상태라든가 작품 뒷면, 서명, 액자 등도 세밀히 살펴야 한다. 각종 자료를 잘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또 오래된 그림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때를 타게 하는 등 손을 쓴 예도 적지 않으니 속아선 안된다.

흔히들 안목감정 보다 과학감정을 더 신뢰한다

◀미술품 감정에서 안목감정은 기본이자 핵심이다. 더불어 작품의 소장경위와 출처에 관한 정보도 매우 중요하다. 작품이 유전(流轉)하면서 생긴 이력은 안목감정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대단히 중요한 증거들이다. 때로는 과학적인 분석을 통한 과학감정도 필요하다. 진위 판별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감정이 능사가 아니다. 오래 된 캔버스와 물감을 구해 옛 그림처럼 만드는 가짜가 적지 않다. 이 경우 과학감정에선 진작으로 나온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과학감정 못지않게 안목감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김환기 작 '화실', 캔버스에 유채, 100×72.7cm, 1957. 김환기의 뉴욕시기 대표작인 '점'그림이 나오기 전에 그린 실내 작업으로 새와 달, 백자가 푸른 바탕에서 잘 어우러진다. [사진= c.환기재단, 이미지 제공=아트북스] 2023.02.19 art29@newspim.com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감정이 의뢰되었을 당시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김환기 작품이 아닌, 위작으로 판명된 그림. 김환기의 진작 '화실' 중 이젤에 놓였던 작은 그림만 똑 때어내 베꼈다. 위작의 수법은 이처럼 일부만 별도로 흉내내거나, 여러 그림을 혼합해 다른 그림을 만들거나 수법이 매우 다양하다. [이미지 제공=아트북스] 2023.02.19 art29@newspim.com

작가의 전시기 작품을 실은 전작도록의 중요성은?

◀'카탈로그 레조네'로 불리는 작가별 전작도록은 진위 감정에 관건이 된다. 미술시장이 선진화된 유럽과 미국에서는 전작도록 제작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도 전작도록의 제작과 자료의 공유, 국공립미술관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최근들어 전작도록 제작과 자료 축적이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도 작품이력이 허술해 그림의 역사를 온전히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Girls'시리즈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M-Maybe'.1965. 독일 루드비히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이 작품을 복제한 가짜 그림을 둘러싼 사기사건이 국내서 발생했다. 국내 한 기업인은 프랑스의 모 중개상으로부터 "리히텐슈타인의 진품이 반값에 나왔다. 작품이 실린 도록도 보여주겠다. 향후 투자수익을 보장한다"는 말에 속아 'M-Maybe' 진품을 흉내낸 위작 구입에 계약금(30억원)을 지불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법정소송까지 갔으나 패소했다. 가짜 그림은 파리의 한 가구점에 걸려있던 복제본이었다. 2023.02.19 art29@newspim.com

지난 2008년 강남의 모 재벌2세 기업인이 미국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금발 소녀를 그린 가짜 작품('M_Maybe')을 절반 값(약 200억원)에 사려다가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프랑스의 컬렉터가 급히 처분하려 한다'며 그림이 실린 대형도록까지 있다고 하자 선금 30억원을 전달했다. 사기범의 그럴 듯한 공세에 깜빡 판단력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그림은 파리의 한 가구점에 장식용으로 걸려 있던 복제본이었다. 완벽한 사기였고, 법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가짜 사기는 비일비재하다. 구매자를 유인하기 위해 도록을 가짜로 만들거나 경로를 세탁하기도 한다. 또한 화집에 실린 유명 작가 작품을 고스란히 베낀 위작이 가장 많이 나도니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작품이 도록에 실려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진품이라고 믿어선 안 된다. 가짜 그림은 진품을 그대로 베끼거나 살짝 변형하는 경우, 두서너 점의 작품 중 일부를 취해 혼합하는 경우, 심지어 '그림 속 그림'을 골라내 확대하는 경우까지 대단히 다양하다.

◀송향선 대표는?=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이화여중과 서울예고를 거쳐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4년 문헌화랑 큐레이터로 화랑계에 발을 들여놓아 1977년 가람화랑을 창립해 현재까지 대표로 있다. (사)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및 감정위원장을 4회 역임했고(1983~2001), (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 감정위원장(2002~2019), (주)한국미술품평가원 감정위원장을 역임했다. 2005년 명지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감정학을 전공했고, 명지대와 동국대에서 한국미술품감정학을 강의했다. 주요 논문으로 '오원 장승업' '이중섭 회화의 감정사례' 등이 있다. (하편에 계속)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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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설상 첫 金 최가온은 누구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오랫동안 꿈꾸던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은 17세 3개월 여고생이었다. 세화여고 3학년 최가온이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며,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최가온은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받아 클로이 김(미국·88.00점)과 오노 미쓰키(일본·85.00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스키·스노보드 종목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비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최가온이 13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우승한 뒤 금메달을 깨무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6.02.13 zangpabo@newspim.com [리비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세화여고 3학년 최가온이 13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1차 시기 부상을 털고 일어나, 3차 시기에서 클로이 김을 제치고 극적인 역전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든 채 미소를 짓고 있다. 2026.02.13 zangpabo@newspim.com 최가온은 이미 국제 무대에선 검증받은 올림픽 금메달 후보였다. 2023년 1월 미국 애스펀 X게임에서 14세 2개월의 나이로 슈퍼파이프를 제패하며 클로이 김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고, 한국 최초 X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같은 해 12월엔 월드컵 데뷔전에서 곧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상승 곡선은 큰 부상으로 한 차례 끊겼다. 2024년 1월 스위스 락스 월드컵 훈련 도중 허리를 크게 다쳐 척추 골절 판정을 받았고, 수술 후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유소년 시절부터 '천재 보더'로 불렸던 10대 선수에게 커리어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일격이었다. 돌아온 곳도, 방식도 드라마 같았다. 부상을 당했던 바로 그 락스에서 2025년 1월 복귀전을 치른 그는 월드컵 동메달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 중국·미국·스위스에서 열린 월드컵 하프파이프를 연달아 제패하며 출전한 월드컵을 모조리 석권하는 신화를 만들었다. 월드컵에서도 1차 시기 부진 후 역전 우승을 여러 차례 연출해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 흐름은 고스란히 올림픽까지 연결됐다. [리비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최가온이 13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극적인 역전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서 눈물을 터뜨리자 클로이 김이 활짝 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2026.02.13 zangpabo@newspim.com 이번 대회 결선은 그야말로 최가온 커리어를 상징하는 한 편의 시나리오였다. 1차 시기 두 번째 점프에서 보드가 파이프 턱에 걸리며 크게 넘어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한 채 쓰러져 있었고, 의료진이 슬로프 안으로 들어와 상태를 살폈다. 2차 시기를 앞두곤 전광판에 'DNS(출전하지 않는다)'가 잠시 표기될 정도로 기권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럼에도 그는 두 번째 런에서 다시 슬로프 위에 섰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도 초반에 또 한 번 넘어지며 점수를 만들지 못했다. 3차 시기를 앞둔 최가온의 점수는 10.00점, 결선 12명 가운데 11위. 반면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던 클로이 김은 이미 1차 시기에서 88.00점을 받아 여유 있게 1위를 지키고 있었다. 눈발까지 다시 굵어지며 코스가 무거워진 최악의 조건 속에서, 최가온은 무리한 1080도 회전 대신 현실적인 선택을 택했다. 1080도 이상의 초고난도 기술을 덜어내고 900도, 720도 회전으로 루틴을 재구성한 뒤, 세 번째 런을 완주하는 데 모든 걸 걸었다. 결과는 90.25점. 깔끔한 착지와 구성으로 심판 점수를 끌어올리며 단숨에 1위로 도약했다. 이제 남은 건 클로이 김의 마지막 런. 하지만 김은 2·3차 시기 모두 도중에 넘어지며 점수를 보태지 못했고, 결국 최가온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리비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최가온이 13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 시기에서 두 번째 점프 후 보드가 눈 턱에 걸리며 넘어지고 있다. 2026.02.13 zangpabo@newspim.com [리비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최가온이 13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 시기에서 넘어지자 의료진이 달려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2026.02.13 zangpabo@newspim.com 최가온의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다. 스노보드를 취미로 즐기던 아버지를 따라 보드를 타기 시작했고, 어린 시절엔 피겨 여왕 김연아를 동경해 피겨스케이팅을 먼저 배웠다. 그러다 하프파이프 특유의 공중 연기에 매료돼 보드를 선택했고, 가족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받으며 세계 정상급 라이더로 성장했다. 겉으로는 수줍은 평범한 여고생이지만, 파이프 위에 올라서면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는 건 코치와 동료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대목이다. 허리 부상 당시에도 "아픈 것보다 대회에 못 나가는 게 더 속상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경쟁과 무대 자체를 갈망하는 타입이다. 이번 금메달로 그는 올림픽 여자 하프파이프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자리에도 이름을 새겼다. 17세 3개월에 금메달을 목에 걸며, 2018 평창에서 17세 10개월로 금메달을 땄던 클로이 김의 최연소 우승 기록을 7개월 앞당겼다. zangpabo@newspim.com 2026-02-1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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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100년물 채권'에 거품 경고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알파벳이 영국 시장에서 발행한 100년 만기 회사채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월가 전략가들은 이를 두고 "신용 시장의 사이클 후반부 과열을 보여주는 최신 신호"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CNBC에 따르면 알파벳은 지난 10일 영국 파운드화 채권 시장에서 10억파운드 규모(1조9600억 원)의 100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알파벳의 첫 파운드화 표시 채권이자 총 200억달러 규모의 다중 통화 자금 조달 계획의 일부다. 이번 100년물 채권에는 발행 규모의 약 10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렸으며 발행 금리는 영국 국채 10년물보다 120bp(1.20%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알파벳은 지난주 올해 자본지출 규모가 18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쟁사인 오라클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인프라 지출을 늘리고 있어 빅테크 기업들의 총부채 발행 규모는 향후 5년간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윈드 시프트 캐피털의 빌 블레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거래가 AI 확장을 위해 공공 및 민간 시장에서 조달되고 있는 부채가 역사적인 규모를 벗어난 수준임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블레인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적당히 높은 쿠폰(금리)의 100년 만기 채권을 팔 기회를 포착한 점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온전한 공로를 인정한다"며 "그들은 영국 보험사와 연기금들이 부채를 충당하기 위해 원했던 수요를 명확히 파악했다"고 말했다. 알파벳.[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02.13 mj72284@newspim.com 하지만 그는 이번 100년물 발행이 시장 거품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블레인 CEO는 "나는 100년 만기 채권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그보다 더 거품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당신이 고점의 신호를 찾고 있다면 비록 그것이 훌륭하게 실행된 거래일지라도 그것은 절대적으로 고점의 신호처럼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블레인 CEO는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부채 축제'의 엄청난 규모에 대한 요점은 과거 내가 보았던 수많은 상황들을 떠올리게 한다"며 "특히 시장이 하나의 테마를 잡고 그들이 무엇을 사고 있는지 정말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알파벳의 이번 움직임이 자금 조달 다각화 차원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리스크를 우려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나추 초칼링엄 런던 크레딧 책임자는 "알파벳이 AI 자본지출(CAPEX)을 자금 조달하기 위해 시장의 맨 끝단(초장기물)에서 파운드화 발행을 준비한 것은 흥미롭다"며 "그들은 보험사와 연기금 수요를 활용하고 미국 달러 시장의 과포화를 피하기 위해 자금 조달원을 다각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미어 미튼의 사이먼 프라이어 채권 펀드 매니저는 100년물 발행이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바다"라고 경고했다. 프라이어 매니저는 "구매자들은 기술 기업들이 주식 시장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업계의 본질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글로벌 및 현지 정치 환경 속에서 6%를 조금 넘는 수익률에 자금을 묶어두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지니치앤코의 타티아나 그레일 카스트로 공공시장 공동 대표는 이번 발행이 투자자들의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당신은 그 회사가 향후 100년 동안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존재할 것이라는 점에 올라타는 것"이라며 "이건 매우 드문 일이며 심지어 정부들도 100년 만기 부채를 잘 발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마이클 버리도 알파벳의 100년물 채권 발행에 우려를 표시했다. 버리는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알파벳이 100년 만기 채권 발행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것은 1997년의 모토롤라였는데 그해는 모토롤라가 거물(big deal)로 여겨졌던 마지막 해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7년 초 모토롤라는 미국에서 시가총액 상위 25위이자 매출 상위 25위 기업이었다"며 "오늘날 모토롤라는 매출 110억달러에 불과한 시가총액 232위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mj72284@newspim.com 2026-02-1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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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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