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의뢰해보니..."사건 상황에 맞춰 도와주겠다"
대필 여부 확인 어려워...반성문 꼼수 근절법도 발의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신정인 인턴기자 = 최근 감형을 원하는 피고인들을 대상으로 한 반성문 대필 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에서 감형 요소 중 하나로 '진지한 반성'이 고려되는데 여기에 해당하는 반성문을 직접 제작해주는 것이다.
법원로고[사진=뉴스핌DB] 2022.03.17 obliviate12@newspim.com |
◆ 직접 의뢰해보니..."사건 상황에 맞춰 도와주겠다"
12일 뉴스핌이 한 반성문 대필 A업체에 의뢰한 결과, A업체 관계자는 "의뢰자분께 (사건의) 유리한 부분, 불리한 부분을 다 파악해 도움될 만한 내용을 써주겠다"고 안내했다.
A업체 측은 사건 유형, 사건 진행 상황, 법원 사건 번호, 경력 사항 등을 적는 신청서를 보내줬다. 질문란을 채워서 제출하면 전화 상담 후 비용을 송금하고 3일 정도 뒤에 반성문을 받는 식이다. 장당 기본 10만원이고 급행으로 작성하게 되면 추가 비용이 붙는다고 했다.
A업체뿐 아니라 '반성문 대필' 키워드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자 관련 업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업체들은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거나 법률전문가가 직접 대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대필인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의뢰자 상황에 맞춰 100% 재작성한다'는 식의 광고 문구도 눈에 띄었다.
반성문은 내용에 따라 어느정도 법원의 형량 감경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양형 기준 중 일반 감경 인자로 '진지한 반성'이 포함돼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진지한 반성'에 대한 기준을 '범행을 인정한 구체적 경위, 피해 회복 또는 재범 방지를 위한 자발적 노력 여부 등을 조사·판단한 결과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대하여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규정으로 신설했다.
양형연구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김영미 변호사는 "형법에서 양형 참작 사유에 반성의 정도가 들어간다"며 "판사가 피고인을 면담해서 확인할 순 없으니 결국 변론 과정에서 반성문 같은 글을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반성문의 내용에 따라 (감형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 대필 여부 확인 어려워...반성문 꼼수 근절법도 발의
그러나 대필 업체까지 등장하면서 반성문 제출을 진정한 반성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필 업체를 이용하는 등 주위 도움을 받아서 반성문을 쓰는 사례가 많다"며 "오로지 감형 목적으로 그렇게 제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진정한 반성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반성문 대필 여부를 재판부에서 확인하기 힘든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 교수는 "실제 반성문들을 보면 대필인지 아닌지 구별하기가 어렵다"며 "재판부에선 반성문 한 장보다 피해자를 회복시킬 수 있는 구체적 계획 등 결과물을 보고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 연구위원은 "반성을 피해자에게 하는 게 아니라 법원에 하는 식의 감형은 잘못됐다"며 "어떤 형태든지 피해자에게 진지한 의사가 전달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반성문 악용을 막고자 '반성문 감형 꼼수 근절법'이 발의된 상태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월 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법관이 양형을 참작할 때 피해자가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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