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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기자 80%, 근무 중 트라우마 경험...사회부 최다"

기사입력 : 2022년04월06일 14:27

최종수정 : 2022년04월06일 14:27

한국기자협회-여성기자협회 설문 조사
544명 기자 대상 첫 트라우마 조사
김동훈 기협 회장 " 취재 환경부터 하나씩 바꿔나갈 것"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은 근무 중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자들은 취재 과정은 물론 보도 후 이메일이나 댓글 등 뉴스 소비자의 반응에 의해서도 트라우마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끼는 빈도가 높은 실태와 달리 취재 전 트라우마에 대한 사전 교육은 물론 상담 등 후속 지원도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와 한국여성기자협회(회장 김경희)는 지난해 11월 8일부터 18일까지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와 미국 컬럼비아대 부설 저널리즘 및 트라우마 관련 비영리기관 '다트센터' 아시아 태평양지부의 후원을 받아 취재 트라우마 지원을 위한 설문조사한 결과를 6일 발표했다.

여론조사 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모바일을 통해 기자협회 소속 회원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남성 336명(61.8), 여성 208명(38.2%) 등 544명이 참여했다. 이는 한국에서 기자를 상대로 실시한 취재 관련 트라우마에 관한 첫 번째 공식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진=게티스이미지뱅크]

◆ "기자 근무 중 트라우마 느낀 적 있다" 78.7%

이번 조사에서 '기자로 근무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544명 중 428명(78.7%)이 있다고 답했다. '전혀 또는 거의 없음' 116명(21.3%), '가끔 있음' 280명(51.5%), '자주 있음' 105명(19.3%), '매우 빈번함' 43명(7.9%)이었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기자 336명 중 176명(52.4%)이 '가끔 있다'라고 답했다. '자주 있음' 64명(19.0%), '매우 빈번함' 20명(6.0%)이었다. 여성 기자 208명 중 104명(50.0%)이 '가끔 있다'라고 답했다. 41명(19.7%)이 '자주 있음', 23명이 '매우 빈번함'(11.1%)이라고 응답했다.

트라우마를 겪을 당시 담당 부서는 사건팀·법조·정부 부처를 포함한 사회부가 206명(48.1%)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지방자치단체(지역) 44명(10.3%), 경제 산업 금융 등 경제부(9.3%) 청와대 정당 외교·안보 등 정치부 26명(6.1%), 탐사보도 기획취재 25명(5.8%) 순이었다.

근무 연차별로 보면 저연차 기자일수록 트라우마를 느끼는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3년차 기자 74명 중 자주 있음 13명(17.6%), 매우 빈번함 12명(16.2%)으로 나타났다. 4~5년차 기자 61명 중에는 자주 있음 14명(23.0%), 매우 빈번함 8명(13.1%)로 집계됐다. 개별 항목에서 10년차 기자들이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응답이 높게 나오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언론사마다 시경캡이나 탐사보도팀장 등 현장 팀장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심리적으로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428명에게 트라우마를 겪게 하는 사건이 얼마나 자주 있냐고 물었다. 254명(59.3%)이 1년에 2~3회 정도라고 답했다. 월 2~3회 느낀다는 답변자는 115명(26.9%), 주 2~3회라고 응답한 사람도 41명(9.6%)으로 나왔다.

세월호 사건 또는 아동학대·성폭력 등과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다룰 때 심리적 트라우마가 얼마나 지속했느냐는 질문에 하루(1일 이내) 39명, 1일~30일 이내 201명(46.9%), 한 달 이상 188명(43.9%)으로 조사됐다. 통상 트라우마 지속기간이 한 달을 넘을 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받는 점을 고려하면 의학적으로도 경고등이 켜진 이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트라우마 경험을 호소한 428명에게 어떤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느꼈는지 복수로 답변을 받았다. '취재 과정'이라고 응답한 이가 261명(61.0%)으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250명(58.4%)이 '보도 이후 독자들의 반응'을 꼽았다. 이메일이나 댓글, 전화 등을 통한 온·오프라인상의 항의와 공격 등을 포함한 것이다.

기사 작성 및 보도 과정에서 '내근 데스크나 조직 내부에서 겪는 갈등' 205명(47.9%), '취재나 보도 전후 취재원과의 관계' 187명(43.7%), '기사 작성 및 보도 과정' 156명(36.4%), '보도 이후 소송 등 법률문제' 152명(35.5%) 순이었다.

◆ 희생자 가족 취재, 자살사건, 아동학대 취재시 트라우마 컸다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접하는 구체적인 15개 항목에 대해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자연재난, 대형화재 또는 폭발·침몰 사고, 교통사고, 집회 현장, 성폭력, 폭력 사건, 자살사건, 아동학대, 코로나 등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질병, 희생자 또는 가족 관련 단체 취재, 정치인 및 정당과 지지자 그룹, 연예인 등 유명인과 팬클럽, 전투나 전쟁터·테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대해 질문했다. 전혀 없음(0)부터 시작해 거의 없음(1) 가끔 있음(2) 자주 있음(3) 매우 많이 있음(4)을 기준으로 자신이 해당하는 정도를 고르도록 했다.

항목별 트라우마 정도를 0~4점(전혀 없음~매우 많이 있음)으로 점수를 매긴 뒤 평균값을 낸 결과, 희생자 가족 및 관련 단체 취재가 2.80으로 가장 높게 나왔다. 아동학대(2.63), 자살사건(2.52), 대형화재 및 폭발·침몰 사고(2.43), 성범죄(2.38)가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 등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질병(2.25), 온라인 커뮤니티(2.22), 전투나 테러(2.20), 교통사고(2.13), 폭력 사건(2.04)도 모두 평균값이 2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3(자주 있음)' 이상 돼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전문가들은 '2(가끔 있음)' 단계부터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설문조사 및 분석 과정에 자문위원으로 함께한 안현의 이화여대 교수는 "일반인들은 평생 한두 번 큰 사건을 통해 트라우마를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트라우마 평균값이 2를 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기자들이 업무상 트라우마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트라우마에 가끔 노출되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산"이라며"계속 누적되다가 어느 하나의 계기로 폭발할 수도 있어서 선제적으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성범죄 취재, 여성 트라우마 비율 남성보다 2배 높아

이처럼 트라우마 평균값이 높게 나온 항목을 보면 취재 시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매우 많이 겪었다고 응답한 숫자 또한 높게 나오는 경향성을 보였다. 희생자 가족 및 관련 단체 취재와 관련,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응답한 385명 중 61.3%에 해당하는 236명이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많이 겪었다고 답했다. 아동학대 사건은 207명(57.0%), 자살 사건의 경우 187명(50.5%)이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많이 겪었다고 대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화재 및 폭발·침몰 사고는 46.6%, 성범죄 43.3%, 코로나 등 질병 38.9%, 온라인 커뮤니티 39.2%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응답자 중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성범죄 취재에서는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성범죄 관련 취재 중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응답한 344명을 놓고 분석해보니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매우 많이 겪었다는 비율은 43.3%였다. 성별로 여성은 63.0%, 남성은 30.1%로 조사됐다. 성범죄 취재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 악몽 꾸고, 회피하려 애쓰고, 죄책감 느끼고, 자책하고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응답자들에게 구체적인 증상과 관련해 0~4를 기준으로 물었다. 그 결과 상당수가 해당 경험에 관한 악몽을 꾸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그 경험이 떠오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 경험이 '자주 있다' 88명(20.6%), '매우 많이 있다'가 61명(14.3%) 등 149명(34.8%)으로 조사됐다. '가끔 있다'가 105명(24.5%)까지 합치면 254명(59.3%)으로 그 숫자는 더 높아진다.

해당 경험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거나 그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적이 '가끔 있다' 99명(23.1%), '자주 있다' 83명(19.4%), 또는 '매우 많이 있다' 60명(14.0%)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주변을 경계하고 쉽게 놀라는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87명(20.3%)이 '가끔 있다', 71명(16.6%)이 '자주 있다', 53명(12.3%)이 '매우 많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꼈다고 답한 숫자도 작지 않았다. 그런 적이 '가끔 있다' 103명(24.1%), '자주 있다' 76명(17.8%), 또는 '매우 많이 있다' 55명(12.9%)으로 나타났다. 또 그 사건으로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원망을 멈출 수 없었다고 응답한 경우도 있었다. 47명(11.0%)이 '매우 많이 있다', 52명(16.6%)이 '자주 있다', 79명(20.3%)이 '가끔 있다'고 답했다.

◆ 휴가 가거나 주변에 상담, 술·수면제 의존으로 해결 도모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동안 기자들은 휴가를 가거나 직장 동료 또는 타사 동료 등 주변인들과 상담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이나 수면제 등 약물에 의존하는 이들도 많았고, 시간이 없어서 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해서 아무런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회사 조직 내 관련 기구를 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428명에게 중복 선택이 가능하도록 물은 결과 휴가 등 현장과의 거리두기가 182명(42.5%)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장 동료, 타사 동료 등 주변인들과의 상담 162명(37.9%)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 '술 또는 수면제 등 약물에 의존한다'는 답변을 117명(27.3%)이 택했다. 병원 및 상담소 등 전문 상담 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은 37명(8.6%)으로 나타났다. 조직 내 관련 기구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사람은 12명(2.8%)에 그쳤다.

특히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이들이 88명(20.6%)이나 됐다.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묻자 상당수가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등의 답을 내놨다. 일부는 "당시 모든 기자가 겪는 문제라서" "원래 그런 직업이라 생각해서" "감당해야 되는 줄 알았다"라며 기자이기 때문에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회사 조직에 이야기해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아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많았다. "사내 창구가 없었다" "예민해서라는 평가, 별거 아니라는 식의 조직문화 때문에"라는 답변 등이 있었다.

◆ 댓글·SNS 통한 공격에 시달리는 기자들

기자라는 이유로, 특히 특정 기사로 인해 공격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424명(77.9%)가 그렇다고 답했다. '아니오'란 답변은 120명(22.1%)에 그쳤다.

지난 1년간 어떠한 식으로 온라인 공격을 당한 적이 있는 지 조사해본 결과 기사댓글을 통해서 당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메일, SNS, 직장이나 주거지 방문, 전화로 항목을 나눠 물어본 결과 기사댓글을 통한 공격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주로 온라인상의 공격이 많았지만,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대면해서 괴롭히는 경우도 존재했다.

기사댓글로 조롱하기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409명(75.2%)로 나타났다. 기자 4명 중 3명은 기사에 달린 댓글로 조롱당했다고 답한 셈이다. 연 2~3회라고 응답한 사람이 179명(32.9%)이었고, 월 2~3회 148명(27.2%), 주 2~3회가 82명(15.1%)으로 집계됐다.

기사댓글을 통해 모욕당했다는 이들도 404명(74.3%)로 높게 나왔다. 빈도를 살펴보면 연 2~3회 190명(34.9%, 월 2~3회 139명(25.6%), 주 2~3회 75명(13.8%) 순이었다. 댓글에서 협박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245명(45.0%)이었다. 연 2~3회 183명(33.6%), 월 2~3회 44명(8.1%), 주 2~3회 18명(3.3%)으로 적잖은 숫자가 댓글을 통해 협박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공격적이고 불쾌한 내용을 올려 화를 부추기는 트롤링을 댓글을 통해 당했다는 이들은 191명(35.1%)이었다. 댓글을 통한 신상털기(167명/30.7%), 성적 수치심 유발(100명/18.4%), 해킹하기(46명/8.5%), 스토킹(33명/6.0%) 순으로 나타났다.

기사 댓글 수준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메일을 통한 공격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로 조롱을 당해본 적 있다는 응답자가 298명(54.8%)이다. 또 이메일로 협박당했다 190명(35.0%), 공격적이고 불쾌한 내용을 올려 다른 이의 화를 부추기는 '트롤링' 당했다 131명(24.0%), 모욕당했다 119명(21.9%) 순이었다.

SNS나 이메일에 비해 숫자는 작지만 전화를 통한 위협이나 공격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화 공격 중에는 모욕당했다는 응답이 175명(32.2%)으로 가장 많았다. 협박 165명(30.3%), 조롱 164명(30.1%) 순으로 집계됐다.

◆ 특정인에 의한 지속적인 공격도…언론사 지원은 부족

특정인으로부터 지속적인 공격을 당했다는 기자들도 있었다. 544명 중 101명(18.5%)이 공격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개월 이하 33명, 2~6개월 31명, 7~12개월 4명 1년 이상 11명, 2년 10명 등이었다. 심지어 5년, 6년, 10년째 공격당했다는 응답자도 각각 1명씩 있었다. 응답자들에게 위협이나 공격을 한 상대방에 대해 회사에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101명 중 43명은 없다고 답했고 58명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 회사로부터 어떤 후속조치가 있었냐는 주관식 질문에 "없었다"는 응답자가 22명으로 절반 가까이였다. '무시하라'거나 '전화받지 마라' '안전에 특별히 주의하라는 지시' 등 실질적인 도움이라고 볼 수 있는 답변은 별로 없었다.

법무팀 검토나, 경찰 조사시 사내 변호사 상담 및 동행, 본 소송 갈 경우 변호사 선임 등 법적 지원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7명뿐이었다. 그 중에서도 "법무팀에 의뢰했으나 형식적 답변만 받았다. 오히려 더 상처받고 기댈 곳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분노만 커졌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위협이나 공격을 당하고도 신고하거나,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은 적이 있냐고 물었다. 101명 중 15명이 있다고 했다. 주관식으로 받은 답변을 보면 실효성 있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이 많았다. '아직 진척이 없음', '협박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물리적 피해가 없다며 수사를 거절당했다'. '하다가 중단' 등이었다. 또 페이스북 페이지를 고소했지만, 외국계 기업이라 이용자 정보를 받기 어려워 수사 기관에서 고소를 진행하지 말라고 권유받았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위협이나 공격을 당하고도 신고하거나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86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중복 답변을 들은 결과 46명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을 우려해서였다고 답했다. 취재 등 일상 업무가 바빠서(37명), 기자로서의 숙명이라 생각해서(34명),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봐(24명), 기타라고 응답한 사람이 8명이었다.

◆ 트라우마 관련 교육 못 받았다 81.8%

기자들은 업무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재나 보도를 하기 전 '회사로부터 적절한 교육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28명 중 350명(81.8%)이 그렇지 않음이라고 응답했다. 취재에 앞서 형식적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이 68명, 정기적이며 체계적으로 교육이 진행됐다는 답변자는 10명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진행된 교육 역시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 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1~3년차, 4~5년차 등 상대적으로 저연차 기자들의 경우 트라우마를 자주 느꼈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라 예방 교육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언론사 조직 문화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구체적으로 업무 중 트라우마와 관련한 조직 내부 도움 여부에 대해 물었다. 전혀 없음(0)으로 시작해 매우 많이 있음(4)까지 선택해서 고르도록 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많이 있음 87명(16.0%), 많이 있음 143명(26.3%)로 약 절반에 가까운 47.9%가 있다고 답했다. 전혀 없다는 응답자는 64명(11.8%)에 그쳤다.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544명 중 166명(30.5%)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거의 없음도 162명(29.8%)으로 조사됐다. '상담 등 조직 내외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고 묻자 205명(37.7%)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거의 없음이 165명(30.3%)로 조사됐다. 매우 많이 있다 10명(1.8%), 많이 있다 51명(9.4%)으로 나타났다.

업무 중 트라우마와 관련해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335명(61.6%)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거의 없음 110명(20.2%), 있음 59명(10.8%), 많이 있음 31명(5.7%), 매우 많이 있음 9명(1.7%)으로 조사됐다. 거의 없다와 전혀 없다를 합치면 81.7%가 관련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것이다.

통상 기자들은 일상적인 취재 활동 중 트라우마를 느낄 수 있는 강도나 빈도가 높기 때문에 예방 교육은 물론 이후에도 조직적인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기자 사회에서는 예방교육은 물론 트라우마와 관련한 조직 차원의 도움이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 교수는 "PTSD 증상의 의미나 이론 같은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트라우마를 느끼고 난 뒤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언론사나 관련 언론단체가 적극적인 예방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등 공론화 및 대책 마련 착수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는 지난해 3월 기자 트라우마 실태 파악 및 지원을 위해 자문단을 꾸리고 관련 사업을 진행해왔다. 한창수 고려대 의대 정신건강의학 교수를 자문위원장으로 하고 안현의 이화여대 교수 등 전문가그룹과 기자협회와 여성기자협회가 추천한 기자들이 함께 논의를 이어왔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언론현장의 트라우마 실태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대처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자가 정신적 건강을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고, 좋은 기사를 쓰길 기대할 수도 없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등은 이번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취재 중 트라우마 사례 및 대응 방안 등을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또 가이드라인을 시작으로 현장 기자들에게 실제로 필요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별도 기구 구성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11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 등 관련 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은 "사건 사고의 일선에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는 환경에 너무도 쉽게 노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보도 이후 댓글 등에 기자와 언론의 인격을 모독하는 글로 2차 피해를 겪으며 기자들이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방법 또한 다양화되고 강도도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번 기자 트라우마 실태조사를 통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취재 환경부터 하나씩 바꿔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한국여성기자협회장은 "공감은 취재와 기사 작성의 시작점이지만, 기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장 기자들이 사회 구성원, 특히 약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언론계가 함께 트라우마 예방과 치유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널리즘과 트라우마 관련 첫 한국 다트펠로우를 경험하고 '다트센터'의 추천을 받아 이번 조사 및 분석에 참여한 이정애 SBS 기자는 "국내 언론의 관심이 이제 트라우마로까지 확장된 것을 기쁘고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언론인의 트라우마는 개인이 약해서가 아니라 언론이 심리적 외상 관점에서 고위험 직종이라 언론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언론사들이 심리적, 법률적 지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기자협회와 여성기자협회의 지속적 관심을 통해 언론인들의 트라우마 대처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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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500홈런…한화 12연승 끝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SSG가 7연승 중이던 NC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간판타자 최정의 KBO리그 첫 통산 500홈런을 자축했다. SSG는 13일 NC와 인천 홈경기에서 6-3으로 승리했다. 11일 KIA와 더블헤더부터 3연승을 달린 SSG는 NC를 제치고 4위 삼성과 승차 없는 5위에 올라섰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SSG 최정이 13일 NC와 인천 홈경기에서 6회말 500호 홈런을 날린 뒤 포즈를 취했다. [사진=SSG] 2025.05.13 zangpabo@newspim.com 최정은 0-2로 뒤진 6회말 2사 1루에서 NC 선발 라일리 톰슨의 6구째 시속 135㎞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펜스를 넘기는 시즌 5호 110m 동점 투런포를 쐈다. 500홈런이기에 앞서 삼진 10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톰슨에게 일격을 가한 귀중한 한 방이었다. SSG는 곧 이은 7회초 서재철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2-3으로 뒤졌으나 8회말 대거 4점을 뽑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선두 박성한의 볼넷과 최정의 내야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한유섬의 2루타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라이언 맥브룸이 고의볼넷을 얻어 만든 무사 만루에서 최준우의 역전 2타점, 1사 후 정준재의 쐐기 1타점 적시타로 점수 차를 벌렸다. 류현진. [사진=한화] 한화는 두산과 대전 홈경기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3-4로 졌다. 12연승이 중단된 한화는 이날 4연승한 LG에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두산은 3-3으로 맞선 연장 11회초 강승호의 볼넷 후 대주자로 나간 전다민을 1루에 두고, '1할 타자' 임종성이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날려 귀중한 결승점을 뽑았다. 반면 한화 선발 류현진은 6이닝을 6탈삼진 6안타 1실점으로 막았지만 팀에 승리를 안기지 못했다. 한화는 1-1로 맞선 6회말 무사 만루에서 노시환이 투수 앞 병살타로 물러난 게 뼈아팠다. 연장 11회말에는 노시환의 안타 후 대주자로 나간 이상혁이 채은성의 삼진 때 2루 도루에 실패했다. 이날 두 팀은 한화가 8명, 두산이 6명의 필승조 투수를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쳤다.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삼성 르윈 디아즈가 13일 kt와 대구 홈경기에서 5회시즌 16호 투런홈런을 날린 뒤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다. [사진=삼성] 2025.05.13 zangpabo@newspim.com 수석·투수·타격 코치를 교체한 삼성은 kt와 포항 홈경기에서 접전 끝에 5-3으로 승리, 최근 8연패에서 탈출했다. 삼성은 2회말 1사 만루에서 구자욱이 2타점 중전안타로 2-0을 만들었고, 5회말에는 홈런 선두 르윈 디아즈가 시즌 16호 우월 투런홈런을 날려 4-0으로 달아났다. 삼성 선발 이승현은 5이닝을 5안타 무실점으로 막아 시즌 5연패 뒤 첫 승을 신고했다. 반면 kt는 6연패에 빠졌다. 오스틴 딘. [사진 = LG] 잠실에선 LG가 키움을 9-6으로 따돌리고 4연승을 달렸다. 초반 6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6-6으로 동점을 내준 LG는 7회말 오스틴 딘의 솔로 홈런으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오스틴은 1회에도 선제 솔로홈런을 날려 한 경기 2홈런을 기록했다. LG는 8회말에는 홍창기와 문성주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보태 승부를 갈랐다. 그러나 LG는 이날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하기도 한 붙박이 톱타자 홍창기가 9회초 수비 중 다리를 크게 다쳐 웃을 수 없는 하루가 됐다. 김도영. [사진 = KIA] 광주에선 KIA가 김도영의 결승 2루타를 앞세워 롯데를 4-1로 꺾었다. KIA는 5회말 한승택과 박찬호의 안타로 만든 2사 1,2루에서 김도영이 좌중간 2루타를 터뜨렸고, 최형우가 중전 적시타를 날려 3-0을 만들었다. 8회말에는 김도영의 좌전안타와 볼넷 2개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변우혁의 유격수 병살타 때 1점을 보태 승부를 갈랐다. KIA 선발 김도현은 5.1이닝을 4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 2승(2패)를 올렸다. zangpabo@newspim.com 2025-05-1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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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협상, 명백한 중국의 승리"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미중 관세협상에 대해 중국내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승리'를 거뒀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중국의 매체들은 13일 일제히 미중관세협상 결과를 보도하고 나섰다. 관영매체들은 '승리했다'는 표현을 자제하고 있지만, 협상이 성공적이었다는 논조를 유지했다. 중국의 SNS상에서는 미국에 대항해 중국이 승리했다는 반응 일색이다.  12일 미중 양국의 협상단은 스위스 제네바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추가적인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5년전인 2020년 1월 타결됐던 미중 관세협상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 당시 중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 구매할 것을 약속했고, 강도 높은 지재권 보호 , 금융 서비스 시장 개방, 환율 투명성 강화 등을 보장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관세를 일부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미중 관세협상에서는 양국이 모두 동등하게 115%의 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중국의 미국산 물품 구매나 시장개방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양보 일변도였던 5년전과 달리 이번 미중 관세협상은 공평하고 평등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매체 블룸버그는 "이번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은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얻었고, 미국은 끝내 양보했다"며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강대강 전술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은 "양국의 제네바 경제·무역 회담 공동성명 발표는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승리이자 중국이 투쟁을 견지한 결과"라며 "미국의 무역 괴롭힘에 맞서 항쟁할 용기가 조금도 없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이번 승리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논평했다. 광다(光大)증권은 13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국제 무역 투쟁에서 패권을 두려워하지 않고 굳건하게 맞선 결과 단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가장 먼저 미국에 대등한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국내적 국제적으로 대응조치를 내놓았다"고 덧붙였다. 자오상(招商)증권은 "중국은 미국과 공평하고 평등한 협상을 진행했으며,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호평했다. 이어 "중국은 우호적인 국가들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중국 경제의 대미 의존도를 낮췄고, 기술 진보와 군사력 확충 등이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여론이 지나치게 고무되는 것을 경계하는 논설기사도 나왔다. 신화사는 '중미 경제무역 회담이 세계 경제 압박을 낮추고 신뢰를 증진시켰다'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양국의 대화 재개는 기쁜 일이지만, 양국간의 의견 차이 해소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오성홍기와 미국 성조기 [사진=로이터 뉴스핌] ys1744@newspim.com 2025-05-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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