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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도시 남자, 해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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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바닥을 잘 살펴보면 문어가 숨어있을지도 몰라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발이 땅에 닿지도 않을 만큼 깊은 바닷속으로 내려갔다. 끝을 알 수 없는 바닷속으로 내려갈수록 정신이 아득해지고 혼미해질 무렵이었다. 돌 밑에 보이는 무언가 맛있어 보이는 생명체, '문어'였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녀석에게 다가간 순간, 검은 먹물을 내뿜고 숨었다. 손을 이리저리 휘적여 봤지만 어느새 사라진 뒤였다.

문어 잡으려다 숨을 못쉬어서 내가 문어밥이 되는 줄 알았다. 의욕만 너무 앞섰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계속 찾아보려고 했지만 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아쉬움을 가득 않고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더 욕심부렸다간 문어 잡으려다 내가 문어밥이 될 지경이었다. 수 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잡았지만 깨달은 게 있었다. 식탁 위에 올라오던 해산물들은 그냥 냉장고만 열면 뚝딱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었단걸.

22일이 지구의 날이라기에 제주에 갔다. 지구의 날은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지구 환경보호의 날이라는데 환경오염 실태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사람이 제주 해녀라고 생각해서였다. 21~22일 이틀간 제주 해녀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 50년 경력의 전문가가 수두룩

해녀들의 든든한 발이 되어주는 세발 오토바이. 물질이 끝난 뒤엔 오토바이에 채취한 성게 등을 싣고 간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21일 오전 8시,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해녀 작업장에 도착했다. 고용성 행원리 어촌계장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어촌계마다 다르지만 행원리에는 해녀가 80명 정도 있다고 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80세 정도, 대부분이 15살 무렵부터 해녀 생활을 시작했으니 평균 경력은 50~60년 이상 될 거란다. 사람들은 해녀들을 고령의 노인으로 보지만 바다에선 50년 이상의 경력의 베테랑 중 베테랑이라고 했다.

어촌계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부릉부릉' 오토바이를 타고 작업장에 윤희옥 할머니가 도착했다. 윤 할머니는 소탈하게 웃으며 첫인사를 건넸다. "할망(할머니의 제주 방언) 촬영하러 왔수깡? 예쁘게 하고 올 걸 그랬네"라길래 제주도 사람 중 제일 고우시다고 했다.

아침 일찍 해녀 작업장으로 모인 50여 년 경력의 해녀들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윤 할머니가 다른 해녀들을 기다리는 동안 50여 년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떻게 해녀가 됐는지.

그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해녀의 삶을 택했다. 15살쯤부터 시작한 해녀 생활은 누구의 가르침도 없이 스스로 채취하는 법을 터득해야만 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많았지만 전복, 성게, 소라 등 직접 잡은 해물들을 팔아야만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고통은 참아야 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잔병치레도 많아졌지만 윤 할머니는 제주 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는 자부심 하나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 광활한 바다 앞에선 50년 경력도 무용지물

감귤빛 해녀복과 납 벨트를 찬 해녀들. 이곳에 모인 해녀들은 수영 실력에 따라 성게 팀과 뿔소라 팀으로 나눠 바다로 나간다. 뿔소라를 잡는 해녀들은 육지에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먼 바다로 나간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오전 9시가 다가오자 세발 오토바이를 몰고 해녀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토바이 운전하는 게 무섭지 않냐고 물으니 집에서 작업장까지 오는 거리도 멀고 바다에서 잡은 것들을 싣고 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오전 기온은 12도. 아직 물에 들어가기엔 추울 날씨였지만 어촌계장은 바다 날씨는 변덕이 심해서 물질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주 까지만 들어가고 한 달 뒤에나 바다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취재 시기를 잘 맞춰서 왔단다.

80여 명의 해녀들은 감귤빛 해녀복으로 갈아입고 성게 팀과 뿔소라 팀으로 분류했다. 분류하는 기준이 뭐냐고 물었더니 뿔소라를 잡는 해녀는 수심이 더 깊은 곳으로 가야 해서 수영을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이 뿔소라를 잡는 편이란다.

성게를 채취한다는 문국자 해녀는 "평생을 바다와 동고동락한 해녀들이라도 파도가 심해지면 생사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에 따라 뭘 잡으러 갈지도 달라진다"고 했다.

◆ 함께라서 가능했다

비장한 모습으로 성게를 채취하러 가는 해녀들. 뒤에 부표 같기도, 공 모양 같기도 한 것이 태왁이다. 해녀들에겐 없어선 안될 기구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감귤빛 해녀복만 입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납 벨트를 차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수심 깊은 곳으로 잠수할 수 있다고. 물질할 때 없어선 안될 필수품이지만 수면 위로 오를 때는 반대로 체력 소모가 더 심하다고 했다. 이 문제를 보완하는 게 태왁(물질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을 뜨게 하는 공 모양 기구)이란다.

아무리 수십 년 경력의 해녀라도 힘은 빠지기 마련이라 태왁을 튜브 삼아 휴식을 취한다고 했다. 게다가 채취한 해물들을 넣는 주머니 역할까지 더해져 없어서는 안 될 기구라고 했다.

해녀들은 바다에 들어가기 전 꼭 거쳐야 하는 작업이 있다. 바로 수경에 쑥을 문지르거나 침을 뱉는 것. 그래야 잠수 했을 때 김이 서리지 않아 물질 할 수 있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낸 뒤에야 작업장에서 나간단다. 각자 팀을 꾸린 이후에는 10여 명씩 짝을 지어서 바다로 향했다. 이제 들어가서 잡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한 가지 과정이 더 남았단다. 해녀들은 갑자기 수경에 '카악 퉤' 침을 뱉더니 쓱 문질렀다. 왜 거기다 침을 뱉냐고 물으니 그래야 물속에서 김이 안 서린단다. 쑥으로 문지르기도 하는데 바쁠땐 침 뱉어서 하는 게 제일 빠르고 편하다고 했다.

지금 바다에 들어가면 4~5시간은 있어야 돌아온다고 햇볕을 피해서 있으라고 했다. 해녀들 물질하는 걸 언제 이렇게 자세히 보겠냐고 괜찮다고 몇 시간을 그늘도 없는 곳에 앉아있었더니 kf94 마스크 라인 따라서 얼굴이 탔다. 못 볼 꼴이다. 독자의 눈 보호를 위해 사진을 올리지는 않겠다.

그렇게 오래 있어도 안 힘드냐고 물으니 해녀들은 "혼자면 당연히 그렇게 오래 못 있겠지만 서로 도와주고 이끌어주니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 오랜 작업에도 예전 같지 않아

쉴 틈 없이 성게를 채취하는 베테랑 해녀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오전 9시 반쯤부터 시작한 물질은 오후 2시쯤 돼서야 성게를 가득 짊어지고 육지로 나왔다. 기운이 빠질 대로 빠진 채로 나온 해녀들에게 "고생한 보람이 있다. 정말 많이 잡았다"고 했더니 이 정도면 예전에는 2시간이면 다 건졌을 양이다"고 했다.

이성녀 해녀회장은 "옆에만 봐도 낚시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고, 거기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어획량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해녀들이 성게를 채취하는 바로 인근에는 누군가 버린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늘 그렇듯 버리는 사람 따로 있고, 줍는 사람 따로 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다른 해녀들도 과거를 회상하며 넌지시 이야기를 꺼내며 "전에는 돌멩이만 들춰봐도 전복이 나오고, 문어, 해삼 온갖 해물들이 다 나왔는데 이제는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도 건질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 바다가 좋아서

4시간 동안의 물질의 결과물은 해녀의 남편, 이웃 등이 트럭으로 한 곳에 옮겨 놓는다. 많이 건진건 줄 알았는데 옛날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양이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마트에 가서 장 보듯, 바다에 들어가기만 하면 당연하게 성게·소라·해삼이 잡히는 것이 아녔다. 그래서 해녀들은 농사일도 함께 한다고 했다. 물질이 끝난 이후엔 집으로 돌아가서 밭도 가꿔야 했다. 금채기에 벌이가 없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다 보니 1년 365일 쉬지를 못한다고 했다.

채취한 성게는 어디로 팔려 나가냐고 물으니 손질부터 먼저 해야 한다고 했다. 알맹이 채로 주면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며 집에서 성게 손질을 마친 뒤에 어촌계 사무실로 가져와야 판매가 가능하다고 했다.

먼 바다까지 나가서 뿔소라를 채취한 해녀들은 걱정이 더 많다. 약 90%가 일본 등으로 수출 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수출길이 막혀서 판로가 걱정이라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뿔소라를 채취하러 간 해녀들의 경우는 깊은 바다까지 들어갔기에 배로 실어 와야 했다. 이렇게 고생해도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내수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판로가 많이 없다고 했다. 특히 뿔소라는 약 90%가 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있어 물질을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하지 않는단다.

그럼에도 해녀들은 바다로 향한다. 윤희옥 해녀는 비록 판로가 막히고 몸이 힘들어도 물고기 헤엄치는 모습, 맑은 바닷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더 행복한 것은 따로 있었는데 핸드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자식들에게 자랑스러운 '어머니'로 남고 싶었어요. 해녀 일을 하며 자식들을 키웠거든요."

윤희옥 해녀가 채취한 성게. 해녀라서 자랑스럽다고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해녀들이 깊은 바닷속에서 잡아온 것은 '성게'도 '뿔소라'도 아닌 '어머니의 사랑'이었다.

◆ 제주 바다에 울려퍼진 걱정·원망·탄식의 한숨 소리

해녀들이 채취한 성게는 집에서 손질 후에 어촌계 사무실에서 무게 측정 후 수협, 상인들에게 당일 판매된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바다를 이토록 사랑하는 해녀들에게 요즘 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오염된 물을 방사성 농도를 낮춰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충격에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충분히 희석해 주변 환경과 안전에 위험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다량의 오염수를 장기간에 걸쳐 바다로 흘려보내는 일은 전례가 없어 환경과 건강에 미칠 영향도 미지수다. 게다가 해녀들은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기 때문에 이 같은 일본의 결정에 대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녀들은 이토록 깨끗한 청정 바다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했다. 우리 식탁에 오를 음식을 생각해서라도 [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문국자 해녀는 "50년 넘게 물질하면서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다. 우리 해녀들은 물질하는 동안 자연스레 바닷물도 마시고 할 텐데 그 물이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라고 생각하면 해녀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겠냐"며 "무엇보다 방사능에 오염된 성게·해삼 등을 사먹고 싶은 생각이 들겠냐"고 토로했다.

또 "우리의 생업을 다 떠나서 이토록 지켜온 청정 바다가 오염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 아니고 뭐가 재앙이겠냐"며 "일본 정부의 결정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다.

◆ 청정바다 지키고파

물속에서도 넘어지는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수영할 줄 아는데도 수심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건 공포 그 자체였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22일 오전에는 도시해녀 장성우 대표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바다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수영 강습을 몇 개월 받았기에 수영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해녀복, 태왁을 준비해서 바다에 들어간 순간 바닷물을 엄청 들이마셨다. 막연히 수영장처럼 숨 참고 들어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다. 파도가 출렁이고 귀는 이명이 왔다. 물질이 익숙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진짜 해녀처럼 납 벨트를 하고 바다에 들어갔다면 진짜 정신줄을 놓은 순간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수영장과 너무 다른 상황에 당황해서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장 대표의 도움을 받아 물에 뜨는 법부터 다시 배운 뒤에서야 잠수에 성공했다.

채취할 것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잠수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멋있게 찍히고 싶었는데 엉거주춤하게 찍혔다. 오른쪽 손을 자세히 보면 문어가 먹물 내뿜고 있는거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본 광활한 바다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름 모를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서 돌아다니고, 바위 밑에는 문어가 기어다니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깨끗했다. 해녀의 말처럼 이 깨끗한 바다를 지킬 수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지 다른 것이 재앙인가 싶을 정도로 왜 그토록 이 바다를 지키고 싶어 했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사진으로는 수심이 별로 안 깊어 보이지만 수영 초보들은 공감할거다. 땅에 발지 닿지 않는 곳에서 수영하는게 얼마나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건지. 마음은 이미 심해 깊은 곳을 수영하는 기분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4.25 kh10890@newspim.com

에필로그(epilogue). 처음 물질을 시작한 지 10분 만에 체력이 방전됐다. 태왁을 이용해 체력을 보충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오리발을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해서 쉽게 지쳤다. 80세가 넘는 고령의 해녀들이 4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다에서 나오지 않고 물질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수산시장을 가고, 마트에 가면 늘 있던 것들이 그냥 오는 게 아녔다. 어머니들의 땀과 눈물, 고통을 통해 우리 앞에 놓여지는거였다. 가격이 왜 그렇게 비싸냐고 깎으려고 했던 내가 조금은 반성하게 됐다.

또, 내가 좋아하는 문어숙회를 외국산이 아닌 청정 바다에서 잡은 국산으로 먹고 싶기에 나부터 더 노력하기로 했다. 물질이 끝난 후 돌아가는 길, 바다에 왜 락스통이 버려져 있는지 담배꽁초는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버려진 쓰레기들을 하나, 둘 주웠다. 조금은 바다가 깨끗해졌으면 해서. 우리 것은 우리가 소중히 다뤄야 하니까.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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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킬로이 마스터스 2연패 위업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오거스타의 신은 로리 매킬로이의 역사적인 마스터스 2연패를 허락했다. 매킬로이는 수많은 골프 명인들조차 커리어 내내 한 번 입기도 벅찼던 그린 재킷을 2년 연속 차지했다. 역대 마스터스 2연패의 주인공은 단 세 명뿐. 잭 니클라우스(1965·1966), 닉 팔도(1989·1990), 타이거 우즈(2001·2002). 우즈 이후 20년 넘게 끊겼던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마스터스 역사상 네 번째 레전드에 이름을 새겼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우승 트로피를 들고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90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낸 그는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거센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리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우승 상금은 450만 달러(약 66억원)다. 2년 연속 우승자가 같아 이날에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프레드 리들리 회장이 옷을 입혀주는 역할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오거스타 내셔널의 프레드 리들리(오른쪽) 회장이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자 매킬로이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그린 재킷 하나를 받기까지 17년을 기다렸는데…. 연속으로 받게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소감을 말한 매킬로이는 "골프는 모든 스포츠 중 멘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종목이다. 4라운드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렵다"며 "경기 중 부모님 생각이 몇 번 났지만 '아직은 아니야'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난해 부모님이 현장에 오시지 않았고 이 때문에 내가 우승했다고 믿으시더라. 겨우 설득해 부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부모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우승을 확신한 순간에 관해선 "18번 홀(파4) 파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췄을 때 그린 뒤에 있던 가족이 보였다"며 "'또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보다 격한 감정이 솟구치지는 않았지만, 더 큰 기쁨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가장 긴장했던 순간에 관해선 "18번 홀 티샷을 친 뒤 공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2라운드까지 2위와 6타 차 앞서며 대회 2연패에 근접했던 매킬로이는 무빙데이에서 1오버파를 치며 세계 3위 캐머런 영(미국)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 우승 향방은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이날 최종일의 승부는 세계 톱랭커들이 다투는 명승부가 연출되며 패트론의 눈을 즐겁게 했다. 세계 2위 매킬로이는 지난해 연장패로 눈물을 삼켰던 세계 9위 저스틴 로즈와 2년 만의 왕좌 탈환을 노린 세계 1위 셰플러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쳤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선 매킬로이는 3번홀 첫 버디로 흐름을 잡는 듯했지만 4번홀(파3)에서 2m 파 퍼트를 놓치며 곧바로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한 홀 만에 2타를 잃으며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고 혼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승부는 결국 '아멘 코너'에서 갈렸다. 11번홀(파4)에서 까다로운 파 퍼트를 집어넣으며 위기를 넘긴 매킬로이는 12번홀(파3)에서 홀 왼쪽 2m 남짓에 붙인 티샷으로 버디를 낚아 다시 선두를 탈환했다. 이어 13번홀(파5)에선 그린 뒤 러프에서 과감히 퍼터를 꺼내 세 번째 샷을 3m 안쪽에 세웠다. 이 버디 퍼트까지 떨어뜨리며 2타 차로 달아났다. 3라운드에서 아멘 코너에서만 3타를 잃어 공동 선두를 허용했던 악몽을 최종일 같은 구간에서 만회했다.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는 가장 위협적인 추격자였다. 6번부터 9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몰아치며 한때 12언더파 단독 선두까지 치고 나갔다. 그러나 11·12번홀 연속 보기로 다시 2타를 잃으면서 아멘 코너에서 고개를 숙였다. 경기 막판 다시 버디 사냥에 나섰지만 벌어진 간격을 끝내 메우지 못했다. 셰플러도 마지막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압박했지만 리더보드 맨 위 이름을 뒤집기에는 한 타가 모자랐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저스틴 로즈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을 마치고 아쉬워하며 듯 모자를 벗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셰플러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을 마치고 아쉬운 듯 모자를 벗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마지막까지 긴장은 이어졌다. 2타 차로 맞은 18번홀(파4)에서 매킬로이의 티샷은 오른쪽 나무 아래 거칠게 빨려 들어갔다. 숲을 통과해야 하는 난감한 라이였지만 그는 8번 아이언을 쥐고 과감하게 그린을 향했다. 두 번째 샷은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고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 위 4m 지점에 올린 뒤 침착하게 투 퍼트 파로 마무리했다. 우승 퍼트가 홀에 떨어지는 순간, 오거스타를 가득 메운 갤러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로리'를 연호했다. [오거스타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매킬로이가 13일(한국시간)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일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고 환호하는 패트론을 향해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2026.4.13 psoq1337@newspim.com 매킬로이는 지난해 17번째 도전 끝에 마스터스를 처음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다. 1년 전 18번 그린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던 그는 같은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그린재킷을 차지했다. "한 번 우승하면 두 번째는 조금 더 쉬워질 것"이라던 그의 말은 아멘 코너를 넘어 역사를 다시 쓰는 순간 현실이 됐다. 1라운드부터 선두를 지킨 그는 4라운드 내내 단 한 번도 리더보드 꼭대기 자리를 내주지 않아 2020년 더스틴 존슨 이후 6년 만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자신의 시대를 증명했다. 영과 러셀 헨리(미국), 로즈, 티럴 해턴(이상 잉글랜드)은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3위, 콜린 모리카와, 샘 번스(이상 미국)는 9언더파 279타로 공동 7위, 맥스 호마, 잰더 쇼플리(이상 미국)는 8언더파 280타로 공동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임성재는 이날 버디 1개, 보기 4개, 더블 보기 1개를 합해 5오버파 77타로 부진해 최종 합계 3오버파 291타로 46위에 그쳤다. 김시우는 버디 5개, 보기 5개로 이븐파 72타를 치면서 최종 합계 4오버파 292타로 47위를 기록했다. psoq1337@newspim.com 2026-04-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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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오르반 16년 집권 '마침표'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응과 유럽연합(EU)의 각종 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며 '유럽의 이단아'로 불렸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결국 16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게 됐다.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페테르 머저르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친EU 신생 정당인 티서(Tisza)당에 몰표를 던졌다. 투표 마감 30분 전 투표율은 77.8%로, 지난 2002년 기록을 약 7%포인트 웃도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날 투표가 마감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오르반 총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고통스럽다"고 표현하며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그는 부다페스트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승리한 정당에 축하를 전했다"며 "우리는 야당으로서도 헝가리 국가와 조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0년 총선 압승으로 재집권한 이후 헝가리를 철권통치하며 이른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주창해 온 오르반의 장기 집권은 마침표를 찍게 됐다. 지지자들에게 패배를 인정한 오르반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16년 철권통치의 종말과 경제난의 역풍 냉전 시절 거침없는 반공(反共) 청년 지도자로 이름을 알렸던 오르반 총리는 1998년 35세의 젊은 나이에 처음 총리직에 올랐으며, 2010년 재집권 이후부터는 권위주의적 행보를 노골화해 왔다. 행정부로 권력을 집중시키고 시민단체(NGO) 활동과 언론 및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등 민주주의 기준을 둘러싸고 EU와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고, 급기야 EU로부터 헝가리에 배정된 수십억 유로 규모의 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오르반 총리는 선거 프레임을 "전쟁이냐 평화냐"로 규정하려 애썼다. 반대로 티서당은 헝가리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비난하며, 집권당인 피데스(Fidesz)가 평화를 담보할 '안전한 선택'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헝가리 유권자들의 시선은 철저히 보건의료와 국내 경제 등 민생 문제에 쏠려 있었다. 헝가리 경제는 지난 3년간 사실상 정체 늪에 빠져 있으며,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내에서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 급등세를 겪었다. 식료품 가격은 EU 평균 수준으로 치솟은 반면, 헝가리의 임금 수준은 EU 27개 회원국 중 밑에서 세 번째에 머물면서 국민들의 실생활 고통이 극에 달했다. 저렴한 대출 등 관대한 친가족 정책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우경화된 정부에 염증을 느낀 젊은 유권자층이 변화를 열망하며 대거 돌아서면서 오르반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 트럼프·유럽 극우 진영 전폭 지지에도 씁쓸한 퇴장 오르반 총리는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과 성소수자(LGBTQ+) 권리 제한 등을 앞세워 서방 보수 우파 진영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르반을 "진정한 친구"라 부르며 강력히 지지했고,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정점"에 올랐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등 유럽 주요 보수·극우 정치인들이 일제히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 같은 든든한 외부 지원 사격도 헝가리 내부의 싸늘한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EU "헝가리, 유럽의 길 되찾아" 환영 오르반 총리의 패배 소식에 유럽 주요 지도자들은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브뤼셀에서는 오르반이 지난 16년간 이민정책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에서 EU와 잦은 충돌을 빚어온 만큼,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안도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며 "유럽은 언제나 헝가리를 선택해 왔다. 함께 우리는 더 강해진다"고 밝혔다. 로베르타 메촐라 유럽의회 의장도 페테르 머저르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헝가리의 자리는 유럽의 심장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국민이 EU의 가치와 유럽에서 헝가리의 역할에 대한 애착을 보여준 승리"라며 결과를 환영했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강하고 안전하며 무엇보다 단결된 유럽을 위해 힘을 합치자"고 밝혔다.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는 "헝가리 국민이 단결된 유럽 속에서 자유롭고 강한 헝가리를 위한 역사적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으며,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헝가리의 큰 승리이자 유럽의 큰 승리"라고 강조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역시 이번 선거가 "헝가리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여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kwonjiun@newspim.com 2026-04-13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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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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