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전국 광주·전남

속보

더보기

[전기자의 체험기] '응답하라' 내 어린 시절, 추억아!

기사입력 : 2021년03월18일 09:46

최종수정 : 2021년04월29일 15:04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띠딩"(핸드폰 알람 소리). 과거의 오늘 OO님과 함께한 추억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내가 뭘 했는지 알려주는 SNS의 알람 소리였다. SNS의 순기능이랄까. 강제적으로 추억 소환을 시켜줬다. 클릭해보니 6년전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와 다녀온 해외여행 사진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갔던 해외여행이었다. 대학교 졸업 전엔 장기간 유럽여행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무작정 항공권부터 끊었고, 뒷감당을 하기 위해 주말 알바까지 뛰어야 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 탑승은 신발을 벗어야 하는 줄 알았고, 이것이 그 유명한 기내식이냐며 모든 것이 신기했던 시절이었다.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다. 영국 런던아이를 배경으로 찍던 중 '찰리 채플린' 분장을 한 2명의 남성이 웃으면서 다가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찍었다. 그땐 몰랐다. 사악한 미소가 숨어있었음을. 사진을 찍었으니 한국 돈 2만원 상당의 돈을 주라고 하길래 뜯겼다. 추억은 추억이다. 돈 줬으니 나만 모자이크 처리할거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8 kh10890@newspim.com

돌이켜보면 10대엔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 대신 학원으로 향했고 20대엔 좋은 학점을 받고, 남들과 다른 차별화 된 자소서를 쓰기 위해 온갖 대외 활동을 하느라 쉴틈 없이 바빴다. 쏜살같이 지나간 세월에 어느덧 30살이 됐지만 그래도 그때만큼 주체할 수 없이 뜨거웠던 그 시절이 좋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어른들이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는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을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동네에서부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어릴땐 핸드폰이 없었기에 친구집에 전화로 거는 것 외에는 연락할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제발 친구 부모님 말고 친구가 받아라' 이 생각을 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야 했고, 밖에 나가고 없다는 말을 들으면 당연스레 놀이터에 친구들이 모여있었다. 서로 나이는 달라도 놀이터에서 만나면 모두가 친구였던 시절이었다.

익숙하지만 이제는 낯선 추억 속 그 시절 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웠다. 가능한 부모님 손을 잡고 떠났던 그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 검색하던 중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충남 공주'로 떠났다.

◆ 장거리 운전은 처음...쉬고 가자던 아빠 마음이 이해가 갔다

장거리 운전이 처음이라 식사부터 하고 가려고 맛집 검색한 전기자.[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8 kh10890@newspim.com

기차, 버스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ktx로는 45분, 고속버스로는 2시간 20분 거리였다. 고민할 것도 없이 ktx로 예매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다 문득 몸도 마음도 편히 갈 수 있는 기차, 버스 대신 가족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홀로 운전대를 잡고 장거리 운전도 불사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짐작하고 싶어서 렌터카 하루를 대여했다.

30여분 거리는 종종 가봤지만 2시간이 넘는 거리는 처음이었다. 지도앱을 켜보니 거리는 약 170km, 소요시간은 2시간이었다. 30분 정도 거리를 운전할 때는 운전대를 잡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도착했던걸 생각하며 크게 무리가 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1시간 30분쯤 지나자 생각이 달라졌다. 엉덩이는 옴짝달싹도 못해 쥐가 날 것 같았고, 팔과 다리는 저려왔다. 그렇게 자주 보이던 휴게소는 꼭 화장실이 급할 때는 20여분 거리에 있었다.

빨리 가서 쉬고 싶었는데 휴게소에서 조금만 쉬었다 가자던 아버지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아버지는 그렇게 30여년을 홀로 가족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희생하고 계셨던거였다. "아버지 고맙고 사랑합니다"

◆ 따뜻한 온돌에 내 마음도 녹았다

이래서 온돌이 최고라고 하는걸 알았다. 장거리 운전으로 녹초가 됐던 내 몸의 피로도 싹 사라졌다. 눈 오는 날 뜨끈한 온돌 바닥에 앉아 귤을 까먹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8 kh10890@newspim.com

전주 한옥마을은 꽤 많이 가봤지만 다채로운 먹거리와 한옥을 배경 삼아 찍는 사진 외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tvn '윤스테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옥 체험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곧장 숙박 예약을 했다.

2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공주 한옥마을. 출발 전에는 예쁜 카페도 가고, 맛집도 찾아 나설 참이었지만 녹초가 됐기에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해볼 생각이었다. 원래부터 여행이 아닌 한옥을 체험하려고 왔다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무야호~ [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8 kh10890@newspim.com

한옥에 왔으니 지난번 체험한 한복(도심 한복판에서 '한복'을 입고 걸었다 참고)으로 갈아입었다. 제대로 옛날 감성(조선시대 감성)을 느껴볼 참이었다. 뜨끈한 장작불의 화력을 실감케 하듯 방 내부는 불에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온돌이 일본의 코타츠, 서양의 벽난로보다 더 좋다고 하는데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막연하게 우리 것이니 좋은거라고 홍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누워보기 전까진.

베개도 없이 맨바닥에 누웠어도 머리가 무척 가볍고 개운했다. 오븐의 빵처럼 내 몸이 구워지는 기분이었다. 창문을 열어보니 등은 따뜻하고, 배는 시원해서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호캉스'처럼 숙소에서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이해 못했던 사람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여행 오면 하나라도 눈에 더 담고, 많이 먹어야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안해도 즐거웠던 그 어린 시절처럼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옥 그 자체를 느꼈다.

◆ 스마트폰 검색 아닌 동네 사람들이 이끄는대로

야옹아 너도 온돌이 좋니? [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8 kh10890@newspim.com

고양이 울음소리, 새가 지적이는 소리, 나뭇잎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1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고 한옥마을을 돌아다녔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은 없고 장작불 앞에서 앉아있는 고양이 앞에서 '야옹' 울음소리도 내보고 조형물 앞에서 포즈도 따라해봤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한옥마을 구경이 끝난 뒤엔 스마트폰도 네비게이션도 아닌 동네 사람들의 추천대로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어릴 때 가족여행을 하면 표지판만 쫓아서 가다가 이상한 길로 빠져서 30분 거리를 1시간 걸려 도착하기도 했고, 관광안내소에서 나눠준 종이지도를 네비게이션 삼아 찾아가다가 동네 주민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가면서 왔던 길을 다시 또 되돌아 왔지만 함께여서 즐거웠던 시절처럼 운전대를 잡았다. 주민들의 추천은 '공산성'이었다.

주민들의 추천은 '공산성'이었다. 한복과 잘 어울렸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8 kh10890@newspim.com

공산성은 공주 여행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백제의 대표적인 성곽으로 2015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됐다고 한다. 성에 오르면 공주 시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경치는 좋았으나 내가 느끼고 싶은 아날로그 감성은 아녔다. 부모님이 좋아하실 감성이었다.

에필로그(epilogue). 여행을 마친 뒤 한옥으로 다시 돌아와 온돌 바닥에 누워 지나온 세월들을 새삼 떠올렸다. 돌이켜보면 가족여행은 늘 부모님이 가고 싶은 곳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땐 놀이공원으로, 중·고등학교 땐 바다로 떠났다. 대학생 땐 이제 성인이 됐으니 친구랑 놀러 가겠다며 용돈을 받아 배낭을 들고 나갔고, 취업 후엔 나만의 시간을 갖겠다며 홀로 떠났다.

조용한 공주 한옥마을. 이제는 더이상 혼자의 행복이 아닌 가족과 함께 행복을 나누겠다고 다짐했다.[사진=전경훈 기자] 2021.03.18 kh10890@newspim.com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간다. 내가 30살이 되는 동안 부모님의 시간도 똑같이 30년이 흘렀다. 아무 걱정 없이 뛰어놀며 행복했던 나의 '그때 그 시절'과 '그때 그 시절이 좋았지'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시던 부모님의 그때 그 시절의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내가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나의 행복을 위해 무수히 많은 희생을 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부모님이 그리워 했던 '그때 그 시절'은 가족과 함께 보내던 시간이 많았던 그 시절을 그리워 하신건 아니었을지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

kh10890@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 국정 로드맵 짤 이한주 [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이재명 정부의 5년 국정 로드맵을 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30년지기'인 최측근 인사다. 이 원장과 이 대통령의 인연은 '성남'에서 시작됐다. 이 원장이 가천대 교수이던 시절 경기 성남시에서는 신도시 개발 문제, 광주대단지 사건 등 여러 문제가 터졌다. 두 사람은 시민운동에서 마음이 맞아 현재 인연으로 이어졌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지난해 민주연구원장 시절 뉴스핌과의 인터뷰. 2024.06.11 pangbin@newspim.com 이 원장은 지난해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상세히 털어놨다. 그는 "필요하면 서로 불러대고 하는 관계"라며 친밀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을 계기로 더욱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는 "성남시에서 사회적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을 100개 이상 만드는 데도 같이 했고 기본소득의 원조라고 얘기할 수 있는 청년 기본소득도 성남에서 민선 5기, 6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회 실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2022년 대선에서 메인 정책으로 꺼낸 '기본소득'도 이 원장의 작품이다. 당시 대선 패배로 기본소득 정책은 다소 후퇴했지만, 대신 '기본사회'를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은 당대표이던 시절 당대표 직속 기본사회위원회를 구성해 인간이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기본권 강화 등에 주력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기본사회 공약을 강조했으며, 대통령 직속의 기본사회위도 꾸릴 예정이다. 이처럼 '기본 시리즈'를 고안한 인물로 이 대통령의 꾸준한 신임을 얻고 있는 셈이다. 두터운 의리로 민주당의 공약 개발을 하는 민주연구원장에 이어 국정 밑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현 정부·여당이 전국민에게 25만원을 줄지 선별적으로 지급할지에 논의 중인 데 대해서도 지난해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정부는 예산이 많이 들고, 선별적으로 줘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정 그렇다고 한다면, 가난한 사람한테 더 주는 것을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당시 야당 입장에서였다.  이 원장은 선별 지급이 기본소득의 고유 이념에 대해서는 후퇴한 것이라고 했지만 "전국민 지급을 끝까지 우겨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했다. 이 원장은 16일 출범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 조직개편과 국정과제를 정리하며 이재명 정부의 5개년 국정 밑그림을 약 50일간 짤 예정이다.  ▲1956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생물학 학사, 경제학 석·박사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경기연구원 원장 ▲민주연구원 원장 ▲2025년 대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장  ycy1486@newspim.com 2025-06-16 06:00
사진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 송언석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는 16일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 당원 여론조사와 관련해 "종합적으로 고려해 혁신의 논의가 돼야 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의원들의 견해가 다르고 김 비대위원장 스스로 상임고문님들이랑 얘기할 때도 몇가지 부분은 곤란하단 의사 표현을 했다고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5.06.16 pangbin@newspim.com 그는 당 혁신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아무래도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일차적이고, 그런 점에서 특정 계파에 편향적으로 알려진 분들은 이번 인선에서 2차적으로 평가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 문제와 전당대회 시기를 묻는 질문엔 "조속히 정리해 특별한 반대가 없으면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할 수 있게 하겠다. 실무적 절차가 있어서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6월 말 이후에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발생할 건데 만약 비대위의 임기를 더 가져가야 할 일이 있으면 이헌승 전국위원장과 상의해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 대한 질문에는 "헌법 질서 속에 있었던 탄핵 결과에 승복하고 모든 것이 끝난 상태"라며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반성 할 용의가 있고 그렇게 해왔다"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같은날 선출 직후 연합뉴스TV와 인터뷰에서 '변화와 쇄신'을 강조했다. 그는 "변화와 쇄신을 통해서 앞으로 성장하도록, 미래에 갈 수 있도록 우리 당이 국민의 마음을 더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서로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또 투쟁할 것은 투쟁하면서 의원님들의 총의에 따르겠다"고 했다. 상법개정안과 관련해선 "주주 충실의무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가 필요하다"며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함께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선 "국민들께 소상히 밝히는 게 먼저 우선순위로 해야 할 도리"라며 "김민석 후보자를 지명한 이재명 대통령도 지명 철회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리 고민을 해 두시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했다.  allpass@newspim.com 2025-06-16 17:1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