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저축은행, KTB투자증권 품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발목'
레미콘 가격 담합 제재 '논란'... 당국 "대주주 심사 요건 강화"
M&A 대표기업 유진, 신규 기업 인수 나서나... "아직 계획無"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 유진그룹이 알짜계열사인 유진저축은행을 4년 만에 급매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진기업의 레미콘 가격 담합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관련 쟁점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수익성을 만회할 새로운 캐시카우 모색이 절실해보인다.
[사진=유진기업] |
◆ 유진저축銀, KTB투자증권 품으로... 레미콘 가격 담합 '발목'
23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을 모기업으로 한 유진그룹은 저축은행 사업을 접기로 했다.
KTB투자증권은 유진제4호헤라클레스PEF가 보유한 유진에스비홀딩스 RCPS(상환전환우선주) 1293만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유진저축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유진저축은행은 유진에스비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유진에스비홀딩스는 유진제4호헤라클레스PEF(지분율 86.08%)와 유진기업(13.92%)이 각각 보유하고 있다.
1972년 설립된 유진저축은행은 2011년 옛 현대증권이 최대주주였으며 현대저축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KB금융지주의 손자회사로 편입되며 현대기업집단 계열에서 제외됐고 2017년 유진에스비홀딩스로 계열사 변경,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서울=뉴스핌] 송현주 기자 2021.04.22 shj1004@newspim.com |
유진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2조9842억원으로 전년보다 2.5% 가량 올랐다. 당기순이익도 매년 500억원 가량을 창출하며 업계 7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누적 기준으로 유진저축은행의 순이익은 519억원으로 전년보다 8.8% 증가했다.
재무건전성도 탄탄하다. 건전성을 나타내는 BIS(자기자본비율)은 16.3%로 평균비율(13%)을 상회한다. 현금성 자산은 461억원, 자본총계는 3927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이번 유진저축은행 매각 의사를 유진그룹이 먼저 KTB투자증권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진기업이 레미콘 담합 행위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레미콘 담합 행위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당국의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심사를 신청하기 전 저축은행을 매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유진기업은 레미콘 공공구매 입찰에서 '물량 나눠먹기' 담합으로 지속적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삼표산업 등 20개 레미콘 업체들과 경기 남양주·구리·하남지역 신규 택지개발지구에서 레미콘 판매 가격을 담합했다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총 25억1100만원을 부과 결정과 함께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유진기업은 7년 가까이 가격을 담합한 경인 지역 레미콘(레디믹스트 콘크리트) 업체들이 최대 1억20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당국으로부터 지속적인 제재를 받기도 했다. 유진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지 않고 본점 이외의인근 건물 등을 추가로 임차해 업무 공간으로 사용한 점과 사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지만 그 사유를 공시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지난해에만 두 차례 제재를 받았다.
최근 금융당국은 자회사를 앞세워 저축은행 지분을 사들이거나 저축은행 대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우회 인수'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9년 금융당국이 ES저축은행(구 라이브저축은행)에 영업정지 등 고강도 제재를 내리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영업·경영상 부조리 등에 대한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세종=뉴스핌] 이규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2019. 12. 31 judi@newspim.com |
◆ M&A 대표기업 유진, 신규 기업 인수 나서나... "아직 계획無"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수익성을 만회할 새로운 사업과 기업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유진기업은 인수합병(M&A)을 꾸준해 시도해 온 국내 기업 중 하나로 성공 사례보단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유진기업은 지난해 11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인수에 실패한 것도 이같은 예다. 다만 유진기업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모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유진기업이 과거 인수합병(M&A)를 통해 로젠택배, 하이마트, 서울증권 등을 품으며 사세를 키우고 수익성을 늘려온 경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 인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진그룹은 유진기업을 중심으로 현재 레미콘 제조 및 건자재 유통사업을 통해 최근 5년간 매출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최근 정부정책에 따라 친환경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업계 최초로 저탄소 제품 인증을 받은 동사의 레미콘 실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레미콘 사업 경쟁력은 탄탄한 편이지만 주택 수요 증가와 건설투자 확대로 인한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레미콘 외 신사업 모색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알짜 계열사를 매각한 만큼 수익성 모색에도 나서야할 상황"이라며 "알짜 저축은행이 매각되고 상황에서 남아있는 기업들의 성장에는 다소 한계가 보인다"고 전했다.
유진그룹 측은 아직까지 기업 인수 등에서 뚜렷한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유진그룹 관계자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실패로 당분간 기업 인수 등에는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라며 "앞으로 신규사업 모색 등을 하긴 할 것이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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