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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새로운 기회]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그는 17년 전 무엇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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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R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SPC(사회성과 인센티브) 제안
문정인 교수 "최태원 크레딧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ESG 선두에 선 230조 SK그룹…새로 쓰는 경영학 교과서

[편집자]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의 약자) 경영은 더 이상 한 때의 트렌드가 아닙니다.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환경파괴, 산업재해, 재난, 금융사고 등 부정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른바 착한기업에 '글로벌 머니'가 몰려가고 있습니다. 잘 준비하지 못하면 위협이고 반대의 경우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종합뉴스통신 뉴스핌은 국내외 ESG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는 대기획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ESG 경영을 응원합니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ESG, 혹은 사회적 기업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 드는 생각은 '좋긴 한데 과연 지속 가능할까'이다. 기업의 제 1의 존립 목적은 이익 창출에 있다고 많은 이들이 믿어 왔기 때문이다.

기업사회책임(CSR), 공유가치창출(CSV), 지속가능경영 사회적 가치 등 이윤 추구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여러 이론들이 그동안 등장했다. 하지만 기업 경영 내부에 착근(着根)하지 못 했다. 주로 시혜적 영역에 머물 뿐이었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3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가자고 강조하고 있다. 2020.10.24 sunup@newspim.com

최태원 SK 회장이 수 년 전부터 사회적 기업을 강조하며 ESG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섰을 때도 업계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책임은 '일단 돈 벌고 나서 할 고민' 정도로 치부했다. 그가 강조하는 친환경 이슈도 촘촘해지는 각 국 정부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의미 정도로 이해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ESG 경영이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로 떠오르더니 아예 경제 질서의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ESG가 기업의 사회공헌 부서의 한계를 뛰어 넘어 주요 경영적 의사결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 관계자는 "ESG 관점에서 주요 그룹들이 자신들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설 것"이라며 "올해는 크고 작은 M&A가 쏟아질 것이고 그 선두에 SK 그룹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바라보는 ESG 경영은 무엇일까. 그는 왜 그렇게 ESG에 천착(穿鑿)해 왔을까.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일까" 2004년부터 시작된 최태원의 고민

최 회장이 처음으로 사회적 가치 추구에 대한 자신의 경영철학을 밝힌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회장은 2004년 그룹 경영의 목표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로 수립하고, "그동안 SK 경영의 최우선 목표였던 이윤 극대화라는 경영 이념은 다원화되고 복잡한 경영 환경 변화에 맞게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일 뿐 아니라,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2017년 4월 20일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제2회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토크 콘서트 에 참석, 사회성과인센티브의 성과와 발전 방향에 대해 패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SK그룹) 2021.03.21 sunup@newspim.com

이후 최 회장은 2009년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포럼'에 참석하는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한 철학을 보다 구체화 해 나간다. 2012년에는 사회적 가치 생태계 조성 차원에서 '사회적기업가 육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KAIST와 공동으로 '사회적 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했다.

2014년에는 직접 집필한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개념을 더욱 명확히 했다.

그의 저서를 보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그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역시도 기업의 CSR 활동이 효과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 회장이 2013년 다보스 포럼에서 제안한 것이 SPC(사회성과 인센티브, Social Progress Cresit)다. SPC는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인센티브'다. 기업이 생산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이고 계량화된 평가를 수행하고 이를 근거로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도록 보상하자는 주장이다.

지금으로 보면 ESG 평가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의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SPC는 '최태원 Credit'라는 별칭을 붙여줘도 무방할 정도"라고 평가했다.

◆ 문정인 교수 "최태원 크레딧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최 회장의 이런 철학을 토대로 2017년 SK그룹은 '기업 핵심 가치'로 정관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반영했다. 그룹 헌법을 바꾼 셈이다.

2017년 8월 '제1회 이천포럼'에서 있었던 최 회장의 강연을 보면 더 단단해진 그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이익'과 '사회적 가치'의 관계에 대해 "근육만 키우다가는 관절이 망가지는 것처럼, 기업이 돈만 많이 벌려고 하면 관절의 부담이 커지니 관절운동을 하자는 게 우리가 사회 혁신을 하자는 이유"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어 "과거에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고 간주했으나 이제는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만 '돌연사(sudden death)'를 피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그의 철학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바로 최 회장의 SPC를 통해서다. SK는 자체 측정방법을 개발한 뒤 2014년 사회적기업, 2018년부터 SK관계사를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왔다.

시행 결과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의 증가 속도가 매출액 증가 속도보다 20%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최태원 SK 회장이(왼쪽으로부터 첫번째) 지난해 1월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세션에서 SK의 사회적가치 추구 노력과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2021.03.21 sunup@newspim.com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에 공식 초청받아 SK그룹의 이러한 사회적 가치 추구 노력과 성과를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글로벌 리더들의 집합체인 다보스포럼 공식 세션에 참석, "사회적 가치에 대한 측정을 고도화해 이해관계자 가치를 극대화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이 밖에도 최 회장은 첨단기술을 활용, 사회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빅 데이터와 AI 등을 활용하면 고객 개개인이 중시하는 사회문제를 더욱 세밀히 파악하고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더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투자자도 투자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정교하게 측정, 평가하는 방식으로 투자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신의 오랜 신념을 직접 기업의 실천으로 증명하고 이를 또 다시 전 세계에 알리며 치열하게 빈틈을 보완하고 있다.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경영에 대해 "기업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SK가 진행해온 노력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ESG 선두에 선 230조 SK그룹…새로 쓰는 경영학 교과서

"SK는 기업의 목적함수에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2018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포럼 2018' 개막식 연설에서 최 회장이 한 말이다.

최 회장이 제안한 SPC는 최근 ESG를 만나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굴지의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들에게 ESG 경영 보고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도, 시민단체의 아우성에도 끄덕 없던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우리 기업들에게도 ESG 경영에서 뒤쳐지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상태다.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내 ESG 관련 기구를 재정비 하고 있다. ESG를 사회공헌 부서 차원에서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에 C-Level 차원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모든 경영적 의사 결정에 ESG가 우선적 요소로 반영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사내방송에 출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2020.06.29 sunup@newspim.com

어쩌면 최 회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ESG 시대가 빨리 열렸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라는 전대 미문의 전 지구적 재앙이 혁신의 스케줄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어찌됐건 준비된 자와 그렇지 못 한 자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SK그룹 8개 관계사는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런던 소재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 시작했으며 구글·애플·GM·이케아 등 전세계 유수의 글로벌기업들이 가입했다. 발전이나 정유·석유화학·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의 경우 자체심사를 거쳐 가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SK는 성공적인 '탑다운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강하고 시스템에 고정시키려고 노력한다"며 "말 뿐인 호령이 아니라 임원들이 실행하도록 체계화하는 것을 볼 때 성공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학파를 대표하는 밀턴 프리더먼은 1970년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기업의 궁극적인 사회적 책임은 주주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50년 간 전 세계 자본주의 질서를 지배해 온 그의 독트린이 깨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 회장 역시 미국 시카고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룹 자산 230조원의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 회장이 젊은 시절의 배움에 갇히지 않고 기업 운영의 실제를 통해 사회적 가치의 의미를 확장시키는 모습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 경영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회의론자들에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21년 ESG를 또 하나의 유행으로 치부하는 이들에게 7년 전 그의 말이 울림으로 다가온다.

 

sunu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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