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라이프 공동 설립자…'S-I-S 배양 플랫폼' 통해 줄기세포 효능 극대화
기능 증진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은 세계 최초…올해 1상·내년 2상 진입 목표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혈액암, 힘든 병이다. 치료과정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 20여 년간 환자들을 봐오면서 어떻게 하면 내 환자들,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연구했다. 이제 그 결실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게 바로 우리가 개발한 '기능 증진' 줄기세포 '인텐셀(IntenCell)'이다."
유건희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다. 그는 "인텐셀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며 "환자들을 봐오면서 많이 안타까웠는데, 그들을 위한 연구가 임상시험에 들어갈 정도로 진행됐다.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 교수는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환자들에게 치료제로 접근 가능하게 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환자들이 덜 고통받고, 더 많이 완치되고, 삶의 질도 향상되길 기대한다.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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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희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윤창빈 사진기자] |
◆ 독자 기술 'S-I-S 배양 플랫폼'…줄기세포 효능 극대화
백혈병 치료의 새 길이 열릴까. 이달 초 기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유 교수를 만났다. 세렌라이프가 인텐셀 임상 1상 IND 신청한 날이었다. 유 교수는 세렌라이프 공동 설립자로,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약간 상기된 듯 아닌 듯, 차분한 어조로 "우리가 이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다면 줄기세포(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환자 생명을 구하는 데 보다 더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는 유 교수. 그에겐 오로지 환자 생각뿐이었다.
세렌라이프가 자랑하는 핵심 특허 기술은 'S-I-S 배양 플랫폼'이다. 기존 줄기세포의 기능을 증진시키는 기술로서, 'Selection'-'Interaction'-'Stimulation'의 3단계 구조로 이뤄진다. 즉 공여자 및 조직을 선별하고, 100% 맞아 떨어지는 세포를 확보해서 면역 억제 유전자를 발현시킨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치료 효능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균질화함으로써 백혈병 등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들에게 기존의 줄기세포 치료와는 차원이 다른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
유 교수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조혈모세포 이식 후 잘 생착되도록 유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건데 바로 이식편대숙주병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혈모세포 이식(흔히 말하는 골수 이식이다) 후 이식한 세포가 환자 몸에 잘 자리잡도록 돕는 한편,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면역거부반응(GvHD), 즉 이식편대숙주병(수혈한 세포가 면역 기능이 저하된 숙주를 공격해 나타나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세렌라이프 측은 이와 관련, "백신 하나, 치료제 하나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이게 없었으면 30% 정도가 중증으로 악화되거나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을 이 두 개 조합이 있음으로 해서 그 비율을 한 자릿수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 프로토콜을 유 교수가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말 그대로 그런 프로토콜이라면 이식 후 환자를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살더라도 퀄리티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상에 가까운 얘기일 수 있지만 크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 '세계 최초' 기능 증진 줄기세포 임상…올해 1상·내년 2상 진입 목표
시간은 좀 더 걸릴 수 있다. 세렌라이프는 올해 안으로 인텐셀 임상 1상에 진입, 1년 내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내년에, 늦어도 2023년에는 임상 2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유 교수는 "이번에 IND 신청했으니 연내 1상 진입해 1년 이내에 1상을 끝내고, 2022년에는 2상 승인받아 이르면 그해 2상 진입하고, 늦어도 2023년에는 2상에 돌입할 것"이라며 "1상이 되면 2상은 사실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다. 2상이 성공하면 조건부허가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면서 우리가 제일 두려움에 떠는 게 이식편대숙주병"이라며 "이런 임상적인 니즈가 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임상가로서 이에 대한 연구를 더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온 것이고, 그 결실이 지금 이렇게 제품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근접해왔다"고 했다.
백혈병 완치율이 60%라고 한다면, 나머지 40%는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고도 낫지 못 한다고 한다. 치료에 실패하는 그 40% 중 절반은 재발, 또 다른 절반은 치료 관련 합병증 때문인데,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이식편대숙주병이다.
이식편대숙주병은 면역억제제가 듣지 않으면 스테로이드를 쓰는데,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 하면 사실상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유 교수는 "그걸 스테로이드 불응성 이식편대숙주병이라고 한다. 사망률이 80~90%다. 약이 많이 개발됐다고 해도, 그 약을 써도 반응률 자체가 높지 않다. 이 약들이 면역을 엄청 떨어뜨리면서 오히려 감염으로 죽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스테로이드 불응성 이식편대숙주병은 우리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는 임상 전문가들에겐 아직까지 커다란 숙제다. 나도 그로 인해 환자를 많이 잃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내 환자, 어린 여자 아이 한 명이 중환자실에 있다. 뭘 해도 안 되는 이식편대숙주병이 계속 진행되니 그 아이도 결국 감염이 생기고, 장기 기능이 다 망가졌다. 얼마 전에도 환자 한 명이 사망했다. 심하게 고생하다 사망한다. 성인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심하다"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인텐셀 개발이) 그만큼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다시 말해 우리가 이식편대숙주병을 컨트롤하면서 그걸 개선시키고 완치시킬 수 있다고 하면 이식 성공률, 곧 환자의 생존률이 그만큼 올라가는 거다"라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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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세렌라이프] |
◆ 남들이 안 가본 길, 고통받는 환자들 생각하며 '뚜벅뚜벅'
셀 & 라이프(CELLnLIFE). 세포로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기능을 극대화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신에 기반, 창업했다.
유 교수는 "그게 가장 중요한 테마다. 당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 볼 순 없겠지만, 임상적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며 "더 넓게는 이게 결국은 면역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거다. 면역질환들이 얼마나 많나.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 류마티스 등 그런 면역질환들이 다들 약을 써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을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다들 일반 줄기세포다. 우리처럼 기능 증진 줄기세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능 증진' 줄기세포 치료제로 임상에 돌입한 것은 세렌라이프가 세계 최초다.
유 교수는 "남들이 안 가본 길이다. 효능 증진 줄기세포는 아직 세계적으로 시도된 바 없다. 우리가 처음"이라며 "안전성 같은 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 임상 2상까지 가는 덴 아무 문제 없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내 환자들을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올릴 것인가, 어떻게 더 많이 살릴 것인가. 그 어린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 어린 환자들을 보면 어떻게든 (이 연구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렇게 연구를 계속해오다 남들이 하던 거 답습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안 해본 거 먼저 가보자고 해서 이뤄낸 결실이 이번에 우리가 개발한 효능 증진 줄기세포다."
유 교수는 "처음엔 회사를 만드는 것까진 생각 못 했는데, 너무 아까웠다. 결과가 잘 나오니, 데이터에 자신이 생기니까 이걸 우리가 빨리 해보고 만들어서 환자한테 빨리 적용할 수 있는 길로 가보자고 해서 (회사를) 세우게 됐다"고 언급했다.
세렌라이프의 인텐셀은 이식편대숙주병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다른 치료제 대비 생존율 측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나타냈다. 인텐셀 투여군에서 58일 생존율이 약 200% 증가했다.
유 교수는 이어 "상장도 당연히 생각한다. 다만, 내가 공동 설립자이긴 하지만, CEO는 아니니 회사 얘기는......"이라며 웃어 보였다.
현 세렌라이프 대표인 이명우 박사와는 오랜 기간 같이 연구한 동료 사이다.
유 교수는 "내가 아끼고 신뢰하는 분"이라며 "14년여 같이 연구해왔다. 나 혼자는 다 못 했을 거다. (이명우 대표가) 정말 훌륭하게 잘 해주고, 좋은 아이디어 많이 내준 덕분이다"라고 공을 돌렸다.
어떻게 하면 내 환자들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만 생각하며 지금껏 달려왔다는 유 교수. 지난 20여 년, 고통스런 치료과정에도 불구, 완치에 이르지 못 하는 이들을 마주하면서 의사로서의 한계도 많이 느꼈다는 그다.
유 교수는 "그래서 지금까지 오랜 기간 쉬지 않고 연구실을 운영해왔고, 정말 그런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자 생각해왔다"며 "결국은 환자한테 적용이 돼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내가 기여할 수 있다면 나로서도 영광이고 뿌듯하겠다"고 말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