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항공예약 서비스 매출 급감...해외 직구 매출은 증가세 '뚜렷'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1. 30대 직장인 김모(여)씨는 평소 해외 여행길에 면세점에 들러 사는 화장품이 있다. 일명 '갈색병'으로 유명한 제품이다. 최근 용량이 바닥을 보이다 보니 걱정이 앞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힌 탓이다. 면세점 대신 백화점에 갈까 망설였지만 감염 우려로 포기했다. 그 차선책으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렸다. 하늘길이 막혀 배송이 늦을 거라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화장품은 주말을 포함해 1주일 걸렸고 기존보다 싸게 구매해 랜선 쇼핑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2. 주부 이모씨(여·28)는 최근 미국 여행 때 먹었던 '오레오' 과자 맛이 문득 떠올랐다. '랜선 맛기행'을 해 볼 요량으로 해외직구 쇼핑몰을 뒤적였지만 마음에 걸린 건 배송 기간이었다. 빨라도 1주일이 걸렸다. 지금 당장 맛보고 싶은 마음에서 무작정 집 주변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이곳저것 돌아 다녔지만 허탕이었다. 다시 '랜선 해외 여행'을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G마켓 해외직구 상설관 프로모션 배너 이미지. [사진=G마켓] 2020.09.28 nrd8120@newspim.com |
올해 국내에 발현한 코로나 사태가 추석 명절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특히 해외 하늘길이 끊기면서 랜선으로 '해외 쇼핑에 나선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예년에는 패션잡화와 뷰티 상품이 직구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었다면 올해는 엄연히 차이를 보인다. 올해는 주방가전 등 리빙 관련 제품과 건강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이후 숙박·여행 매출은 '뚝'...해외 직구 찾는 소비자 '쑥'
1일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달 1~27일까지 11번가에서 숙박·항공예약 서비스 관련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지난해 9월 1~27일) 대비 65% 역신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14% 증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하늘길이 막힌데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국내 여행도 자유롭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소비자들은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내려진 직후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 쇼핑시장을 이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과거 해외 여행을 회상하면서 랜선으로 외국 상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증가세를 보였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2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여객기들이 멈춰 서있다. 2020.04.22 mironj19@newspim.com |
반면 11번가에서는 같은 기간 해외 직구 매출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11번가 해외 직구 매출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신장한 규모다.
카테고리 중 식품과 영양제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24%로 신장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11번가가 올해 추석 대목 기간인 지난 20일까지 미국 최대 건강보조식품 유통업체인 '아이허브'를 단독 입점시키고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인 효과가 컸다.
이번 행사에서는 종합비타민, 영양제 등 1만5000여개 상품과 함께 해외직구 스테디셀러인 명품 패션잡화, 화장품, 가전 등 500여개 상품도 기획전을 열고 저렴하게 선보였다.
뒤를 이어 리빙·생활 부문 매출은 12% 늘어 두 번째로 매출 신장률이 높았다.
올 초 코로나 사태 이후 꾸준히 해외직구 거래는 증가세를 보여 왔다. 지난 6월 말 진행한 11번가의 '썸머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 동안 해외직구 카테고리 거래는 지난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후에도 해외 직구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지난 7월 한 달 해외직구 거래는 지난해 대비 21%, 지난 달에는 30% 증가하기도 했다.
11번가 관계자는 "해외 직구 거래는 꾸준하게 성장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며 "코로나 이슈로 패션·뷰티와 스마트기기는 매출이 감소한 반면 집에서 있는 시간이 늘면서 리빙·생활 부문과 영양제·식품 부문이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11번가 아이허브 프로모션 이미지. [사진=11번가] 2020.09.28 nrd8120@newspim.com |
◆직구 매출 신장률 1위는 주방가전...여행 때 먹었던 '수입과자' 수요도 급증
G마켓에서도 해외 직구 시장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달 1~27일까지 해외직구 카테고리별 매출 현황을 살펴본 결과, 주방가전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8% 늘어 가장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 매출 증가에 그쳤었다.
그 다음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한 해외 직구 상품은 영상가전이었다. 영상가전 매출은 86% 증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5.7배 뛴 수치다. 이어 주방용품(55%), 건강식품(2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전통적으로 직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해외 유명 패션·의류 브랜드의 명성도 예전같지 않은 모습이다. 올 상반기까지 백화점 매출을 떠받친 카테고리는 해외 명품(패션·의류) 브랜드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외출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션·의류 직구 관련 매출은 3% 신장에 그쳤다. 지난해 38% 증가세를 보인 것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실적이다.
다만 추석 전 1주일 실적을 뜯어보면 패션·의류 부문 매출은 6% 신장했다. 이달 1~27일 매출과 비교해 두 배 늘었다. 추석이 가까워지자 '추석빔' 수요로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는 수입과자 매출 신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난 8월 이후(8월 1일~9월 25일) 과자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7% 신장했다.
특히 수입과자 매출이 같은 기간 동안 20.6%로 증가해 전체 매출의 두 배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자 현지에서 경험했던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는 '랜선 여행', '방구석 여행' 등 과거 여행 추억을 소환하는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오레오 수입과자. [사진=세븐일레븐] 2020.09.28 nrd8120@newspim.com |
수입과자 인기 현상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달 연령대별로 수입과자 카테고리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32.5%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50대는 6.8%에 그쳤다. 대신 50대에서는 전통과자 매출이 17.8% 크게 올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50대 장년층들은 전통과자 위주로 기존에 익숙한 맛의 과자들을 주로 찾는 반면 20대 젊은 층은 해외 경험도 많고 SNS를 통해 해외 먹거리를 다양하게 접하기 때문"이라며 "젊은 층이 이색적이고 새로운 맛에 부담감이 크지 않은 것도 인기 이유"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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