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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의 체험기] 휠체어 타고 1주일 살아보니...

기사입력 : 2020년01월24일 17:13

최종수정 : 2021년04월29일 15:24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편집자주] 현장 곳곳을 누비며 직접 체험하는 기획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는 것과 실제로 체험을 해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소외된 곳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좋은 마음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단순 체험에 그치지 않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집을 나서는 것부터 모험이었다]

경사로가 있기는 했지만 휠체어를 탄 채 이용은 불가능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대학생 시절 50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했다. 꽤 많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장애인들의 아픔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타고 아파트를 빠져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경험으로 알게 됐다. 장애인은 일상이 '모험'일 수도 있겠다는 걸.

태어나서 깁스 한번 해본적이 없어서 휠체어를 처음 타봤다. 바퀴가 있으니까 자전거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집 문을 열고 나온 순간부터 경사로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내려갈 수가 없었다. 평소였다면 한발자국만 옆으로 이동하면 됐지만 고작 몇cm의 턱이 두려워 수백미터를 돌아와야만 했다.

수백미터를 돌아 평소처럼 아파트를 빠져나가려고 하자 또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경사로가 있었지만 "왜 만들어 놓은거지" 싶을 정도로 전혀 이용이 불가능한 경사로였다. 평소 3분도 안걸리던 거리가 여러 이유로 아파트를 빠져나가기까지 15분이 걸렸다.

◆ 휠체어 탑승 4일째, 온몸이 아파왔다.

고작 몇cm의 턱에도 바퀴가 걸려 넘어가기가 힘들었다.[사진=전경훈 기자]

경사로가 없어 되돌아가는 문제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서두르면 됐다. 문제는 온몸이 쑤셨다. 처음에는 휠체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팔에 힘을 많이 주다보니 아픈 것이라 생각했다. 첫째 날에는 손바닥이 아팠고, 둘째 날에는 팔 전체가 아팠다. 셋째 날부터는 허리가 아프더니 넷째 날 아침에는 온몸이 아팠다.

휠체어가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운동부족이라 특히 아픈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해도 밝았으니 "운동 열심히 해야겠구나" 스스로 반성하며 휠체어를 세게 밀었더니 보도블럭에 걸려 넘어졌다. "유레카!"(알아냈다!) 운동 부족이 아닌 도로의 문제였다는 것을.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움직이는 휠체어를 멈추기 위해 힘을 주다 보니 손이 너무 아팠다.[사진=전경훈 기자]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으로 다닐 때는 온몸이 흔들려서 허리에 부담이 심했다. 특히 내 의사와는 상관 없는 방향 전환이 되면서 도로쪽으로 쭉 밀려나가는 바람에 자칫 사고가 날뻔한 상황도 있었다.

특히 경사로라고 하기에도 우스울 정도의 길에도 휠체어는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갔다. 안밀려나기 위해 억지로 힘을 꽉 주다보니 손바닥에 멍이 들었다.

◆ 화장실 이용이 불편했다.

구청 화장실이 불투명으로 돼 있어서 큰일(?)을 보는 내 모습이 밖에서 보일까봐 조금 겁이 났다.[사진=전경훈 기자]

지자체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관리가 잘 됐을거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광주 서구청에 방문할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화장실을 가봤다. 휴지 조각이 나뒹굴었고 청소도구도 널부러져 있었다. 이정도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의 화장실과는 다르게 불투명 유리로 돼 있어서 "내 모습이 밖에서 보이지는 않을까?", "밖에서 문 열림 버튼 누르면 큰일(?)을 보는 내 적나라한 모습이 공개되는건 아닐까?" 여러 생각이 들어서 마음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화장실이 더럽고, 불투명 유리 때문에 창피한 것 까지는 백번양보 해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모 구청 화장실과 주민센터 장애인 화장실은 아예 청소도구함으로 사용하면서 들어갈 수 조차 없게 막아놓기도 했다.

작년에 장애인 인권 관련 취재를 하다가 장애인단체 관계자가 했던 말이 있다. "장애인화장실 자체가 없는 주민센터가 많다. 아무리 더럽고 지저분해도 화장실이 있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현상 조차 해결하기도 어려운게 현실이었다.

◆ 내 몸이 '쇼핑 카트'가 됐다.

쇼핑카트를 끌고 다닐 수가 없었다. 상품을 몇가지 고르지도 않았는데 더 이상 쇼핑이 불가능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마트에서 '쇼핑 카트'를 밀고 상품을 담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용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해본적 조차 없었다. 그러나 휠체어를 끌고 다니면서 앉은 키보다 더 높은 쇼핑 카트를 밀고 다니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게됐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쇼핑 카트'를 밀고 쇼핑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았다.

특히 매대 위쪽에 놓인 상품은 손이 닿지를 않았다. 쇼핑하려는 상품마다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서 '손에 닿는 곳'까지만 쇼핑이 가능했다.

무릎 위에 물건을 올리다 보니 상품들을 몇가지 들고 있을수도 없었다. 행여나 떨어뜨리면 줍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다른 쇼핑객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더 예민해졌다.

◆ 계단은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는 것 보다 더 무서웠다.

누군가에게는 이 계단이 에베레스트 산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지자체들이 무장애도시를 선포하고 나섰지만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1주일 동안 가장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경사로'였다. 육교가 있어도 경사로가 없어서 걸어서도 꽤 먼 거리의 신호등을 찾아서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또한 식당, 옷 가게, 편의점, 동네병원, 약국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시설들까지 이용이 불가능했다.

조그마한 턱만 있어도 바퀴가 걸려 지나갈수도 없는데 계단은 정말 '에베레스트' 산 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경사로는 사실 장애인들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몇 년 전 돌아가셨던 친할머니는 무릎이 좋지 않아 계단이 있는 곳을 싫어하셨다.

계단을 조금만 걸으셔도 한참을 앉아서 쉬시다가 숨을 고른 후에야 움직이실 수 있었다. 그래도 경사로에서는 조금 느려도 무릎에 큰 부담이 가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고령화사회인 지금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해서라도 경사로 구간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 "바빠 죽겠는데 씨XX이 버스를 타네"

리프트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바쁜데 버스 탔다고 승객에게 쌍욕을 들었다.[사진=전경훈 기자]

'씨'에 악센트가 들어간 강렬한 욕설은 오랜만이었다.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태워주는 것이 이치였기에 휠체어를 타고 있다고 해서 상황이 다를거라곤 생각을 못해봤다. 휠체어를 태우라고 있는 버스가 저상버스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버스들은 정류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리프트를 내려도 닿지 않을 거리에서 승객들을 태웠다.

계속 탑승을 거절 당하다 보니 그냥 아무 버스라도 탑승하자라는 심정으로 저상버스가 보이면 손을 마구 흔들며 탑승 의사를 보였다. 30분 넘게 정류장에서 거절만 당하다 겨우 탑승했다.

손을 아무리 흔들어도 안태워주셨다. 애초에 리프트에 닿지도 않을 거리에서 승객들을 태우셨다.[사진=전경훈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탑승을 시켜주신 기사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탑승하는 과정에서도 승객들은 소곤소곤 거리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안들릴거라고 생각했는지 "씨XX이 밖을 왜 나와. 집에 박혀있지"라며 욕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울컥했다. "바쁘면 일찍 서두르시던가요" 라고 말할까 하다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 싫어 못들은 척 했지만 한마디 할걸 후회 중이다.

◆ 즐거운 설 명절…그들은 고향에 갈 수 없었다.

휠체어를 탑승한 채 고속버스는 이용이 불가능 했다.[사진=전경훈 기자]

설 명절을 맞아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로 붐볐다. 고향이라는 말은 왠지 가슴 한쪽을 먹먹하게 하고, 또 설레게도 한다.

누구에게나 기뻐야 할 명절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여전히 고속버스를 탑승한 채 고향에 갈 수 없다.

지난해 10월부터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 노선 4개 노선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 20대를 현장에 투입해 시범 운영 중에 있지만 광주는 노선에서 빠져있다.

기차 역시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10석 이하다. 그렇게라도 기차를 탑승해 고향에 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기차노선이 없는 곳이 고향인 장애인들은 버스도 기차로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 콜택시도 지역 간 이동에 제약이 있어 어떤 수단으로도 타지역 이동은 사실 쉽지가 않다.

에필로그(epilogue). 체험 5일차에는 비가 내렸다. 도저히 밖을 나갈 엄두가 안났다. 우산을 써도 바닥이 미끄러워서 평소처럼 타고 다니다간 미끄러져 정말 죽을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타며 느꼈다. 누군가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겐 아닐수도 있단 걸.

설 명절 하루 전인 23일 장애인단체들은 휠체어 사용 장애인도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전경훈 기자]

그들은 설 명절에도 외쳤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것을 누리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뿐이었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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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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