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롯데 이마트 철수 사드 때문 아냐', 글로벌 유통기업 무덤 된 중국 유통시장

기사입력 : 2019년08월08일 16:57

최종수정 : 2019년12월12일 14:18

로컬굴기 유통 환경 지각 변동 카르푸 조차 백기
유연성 결여된 외자 경영시스템도 실패원인
현지 유통시장 2차 변혁기, 코스트코 진출 눈길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7일 오후 5시21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강소영 기자=중국 시장 진출 24년 만에 프랑스 유통기업 카르푸가 최근 중국 시장을 떠난다고 밝혔다. 카르푸보다 1년 늦게 중국에 진출했던 메트로도 철수를 위해 자산 매각 대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년 전 중국 상하이 번화가에 입성했던 일본 다카시마야도 중국 시장 철수 방침을 정하고 2020년까지 상하이 백화점 영업을 마친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에서의 '실패'를 선언한 이들 외국 브랜드는 사실상 변화무쌍한 중국 소비시장에서 끝까지 버텨낸 유통기업들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외국 유통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다 백기를 들었다. 특히 최근 2년 외국 유통 기업의 중국 시장 철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통 사업에 풍부한 경험을 가진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중국 소비 유통 시장 역사를 통해 짚어본다.

◆ 카르푸가 물꼬를 튼 중국 대형마트 시장, 중국 유통산업 발전역사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말까지 외국 유통기업은 중국 소비시장 호황 속에서 승승장구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 일찍 진출한 카르푸 등 글로벌 선두 유통기업은 서구식 마트 개념을 도입해 중국 소비시장 파이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쾌적하고 다양한 물품을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서양식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당시 최고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제조업계는 카르푸에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했다. 카르푸 진열대에 물건을 올리면 엄청난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카르푸는 유통 시장에서 '성공'의 타이틀과도 같았다. 카르푸 '타이틀'은 상품에만 '로열티'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었다. 초기 카르푸 경영 관리직을 맡았던 중국인 인력들은 이후 H&M, 나이키, 아디다스, 애플 등 유명 외국 브랜드와 중국 대기업에 스카우트되어 맹활약했다.

카르푸가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1995년 중국 소비 시장은 불모지와 같았다. 우선 상품의 종류와 양이 부족했고, 상품 유통 구조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당시 중국인의 소비 패턴은 획일화돼있었다. 식품을 사기 위해선 재래시장을 찾았고, 다소 고급스러운 옷과 전기제품을 사려면 백화점으로 향했다. 잡화점도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소비 지역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쾌적한 실내에서 모든 종류의 제품을 한 번에 살 수 있는 서양식 마트의 등장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카르푸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영업시간 전부터 매장 앞은 물건을 사려 몰려든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카르푸가 비교적 빨리 중국 시장에 진출해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국내 정책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이를 적절히 이용한 결과였다.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전개된 후 중국 각 정부의 급선무는 외자 유치였다. 그해 국무원이 소매 시장 영역의 외자 유치를 허용하는 문건을 발표했고, 베이징·상하이·톈진 등 11개 도시에서 한 두 개의 외자 유통기업 유치가 시범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중국은 외자의 단독 진출은 허용하지 않고 중국 자본과 합자기업을 설립하도록 했다.

당시 전국 영업 허가를 받은 외국계 유통기업은 일본의 이토 요카도(Ito Yokado)와 네덜란드 자본이 투자한 완커룽(萬客隆) 두 곳뿐이었다. 이에 카르푸는 우회적인 전략을 택했다. 사실상 카르푸가 지배하는 중국 대형 마트브랜드 촹이자상창(創益佳商場)을 만들어 중국 시장에 간접 진출했다.

카르푸는 이후 중국 각지에서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늘려나갔다. 상하이, 장쑤, 광둥, 쓰촨 등에 27개 대형 마트를 개장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카르푸는 외자 영업허가증 제도와 관련 정책 규제를 피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정식 영업허가를 얻은 경쟁사보다 먼저 매장 수를 늘리면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이후 외국 유통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최고의 호황기를 맡게 된다. 경제가 덜 발달한 내륙 시장에서도 외국 유통업체의 인기는 대단했다. 2005년 중국 내륙 안후이성 우후(蕪湖)에 개장한 월마트 매장은 하루 매출이 최고 300만위안(약 5억)에 달하기도 했다. 안후이성 우후는 중국의 전형적인 3선 도시로 오늘날도 경제가 낙후한 소도시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우후 지역에 문을 연 월마트의 위치는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시내와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개장 초기 많은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당시 중국 시장에서 대형 마트는 개장만 하면 손님이 알아서 찾아오는 상황이었다.

카르푸로 시작된 대형마트 시장은 이후 급팽창했다. 1994~1999년 중국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의 시장 점유율은 1%에서 5%까지 치솟았다. 1999년 상하이의 롄화마트(聯華超市)의 연매출은 74억위안으로 상하이 제일백화점의 매출 65억위안을 훨씬 웃돌았다. 중국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의 황금기가 도래한 것이다.   

 ◆ 2010년 전후로 중국 유통시장 급변, 외자 기업 위기 직면 

그러나 2010년 전후 시장 분위기가 급변했다.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국내외 대형 마트,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악재가 겹치면서 유통업계의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중국에서 400~2500제곱미터 규모의 대형마트는 이미 포화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인구 1만 명 당 이용하는 마트 면적 규모도 홍콩과 대만을 넘어섰다. 대형마트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유통기업이 '고객' 부족 상황에 이른 것.

2009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중국 유통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중국인 소비 규모가 2003년이래 처음으로 하락했고, 대형마트의 매출도 감소했다. 전자상거래의 위협도 대단했다. 당시 중국 소비 시장에서 온라인 구매 비중이 전체의 2%에 불과했지만 이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신선도 유지가 필요없는 비 식품 제품의 마트 매출이 급감했다.

안후이성 우후의 월마트에서 11년간 일하다 최근 폐점으로 직장을 잃게 된 위안화(袁華)는 "2008년 겨울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해 갑작스러운 폭설로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 하루는 남성용 내복이 매출이 7만위안에 달했다. 그러나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의류와 같은 비 신선제품을 마트에서 사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었다."라고 회고했다. 

특히 비 식품 제품은 신선식품보다 이윤이 컸기때문에 대형마트 매출 감소의 영향은 더욱 컸다. 

이후 유명 외국 유통마트의 '비보'가 연이어 전해졌다. 최근 3년 동안 월마트는 중국에서 70여 개의 점포를 닫았다. 2018년 월마트의 중국 매출 증가율은 0.3%, 카르푸는 마이너스 4.7%를 기록했다. 그나마 이 두 회사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 덕분에 경쟁사보다 실적이 우수한 편이다. 현재 중국 시장의 10대 대형마트 브랜드 가운데 외자는 월마트와 카르푸 두 곳만 남았다. 

한국 유통기업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한국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지만 이마트·롯데마트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못했다. 1997년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2017년 9월 중국 시장을 빠져나왔고, 실적 부진에 '사드'의 외교 악재까지 더해진 롯데마트는 2018년 10월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근근히 버티던 외국 유통기업은 최근 2년 앞다퉈 중국 시장을 떠나고 있다. 2004년 미국에 진출한 아마존이 올해 7월 중국 철수 방침을 밝혔고, 프랑스 카르푸도 같은 시기 중국 시장 최종 철수 의사를 발표했다. 실적하락에 시달리던 월마트는 중국 경영 전략 수정에 나섰다. 

◆ 황금시장에서 외자 무덤이 된 중국 유통시장 

그러나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와 위기는 외자 유통기업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변화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간 중국 유통기업과 달리 유독 외자 기업이 적응을 못한 것을 왜일까?

중국 매체 티엠티포스트(TMTPOST)는 외자 기업의 경직된 경영구조를 원인으로 분석했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영 시스템으로 인해 중국 시장의 변화에 경영전략을 민첩하게 전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본사의 경영 지배를 엄격하게 받는 미국 유통기업은 중국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힘들었다. 월마트도 온라인숍을 개설하며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 했지만, 복잡한 중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온라인 판매 시스템이 정착하기 쉽지 않았다. 카르푸도 2017년부터 온·오프라인 판매 융합 전략을 전개했지만 경영 위축 상황을 만회하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르푸 등 외국 유통기업은 비단 중국 시장에서만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었다. 카르푸와 월마트는 일본, 한국, 홍콩 및 싱가포르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연이어 철수했다.

제품 공급업체에 높은 수수료와 각종 판촉비를 전가하는 전통적인 경영 방식 답습도 외자 유통기업의 몰락을 부추겼다. 과거 소수의 유통기업이 시장을 장악했던 시기 대형마트에 입점하기 위해 도매상과 제조사들은 높은 비용을 기꺼이 감수했다. 그러나 중국의 유통구조가 다변화된 후 대형마트의 경영에 반기를 드는 제조업체가 늘어났다. 캉스푸(康師傅), 중량그룹(中糧集團), 주싼유즈(九三油脂) 등 대형 식품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카르푸의 높은 수수료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대만 유통 체인 다룬파는 중국 최대 유통사 성장하며 중국 시장에 안착했지만 2018년 알리바바에 매각됐다.

외자가 중국 유통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것은 시장 변화 속도가 유독 빠른 중국의 특성도 한 몫했다. 지난해 알리바바가 대만 유통기업 다룬파(RT-MART)의 지분을 인수하고, 다룬파가 사실상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외국자본의 중국 경영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1997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대만의 다룬파는 다른 외자 유통기업과 확연히 다른 전략을 구사했다. 경제 수준이 높은 대도시를 먼저 공략하는 경쟁 업체와 달리 다룬파는 농촌과 중소도시 시장 개척에 먼저 나섰다. 결과적으로 다룬파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15년 다룬파는 십여 년의 노력끝에 월마트를 제치고 중국 최대 유통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다룬파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무료 주차, 간편한 교환과 환불, 소비자의 무료 대중교통 이용 등으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10월 알리바바가 다룬파의 중국 지분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최대 유통 강자의 자리에 있던 다룬파도 결국 중국 기업에 넘어갔다는 소식에 시장의 충격이 컸다.

다룬파의 매각 소식에 중국 유통 시장 전문가들은 "경쟁 상대를 이긴 다룬파가 '시대(변화)'에 지고 말았다"라며 급변하는 중국 유통시장에서 외자가 적응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 중국 유통시장 2차 변혁기 도래, 코스트코 진출 눈길 

2020년을 앞두고 중국 유통시장은 또 한 번의 변화에 직면했다. 다수의 외자 유통 기업의 철수 이후 중국 유통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국내 기업의 진출, 글로벌 유통시장 변화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기업의 중국 진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

중국 국내 기업 진출의 가장 큰 특징은 IT기업 출신의 유통사업 확장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징둥, 메이퇀 등 인터넷과 전자상거래로 성공한 기업의 오프라인 유통 시장 진출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 이는 알리바바의 마윈이 제시한 '신소매' 개념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소매란 온·오프라인 유통의 장점을 결합한 유통 전략이다.

연이은 외자 유통 공룡의 중국 '엑소더스'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미국의 코스트코와 독일 최대 유통체인 ALDI의 중국 진출이 눈에 띈다. 코스트코와 ALDI는 모두 글로벌 유통시장 환경 악화로 기존 유통 공룡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성장에 성공한 기업이어서, 이들이 중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유통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jsy@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가덕도신공항 시공사 교체되나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장기간 표류한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국토교통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교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공사가 전면적으로 바뀔지 주목된다. 2029년 개항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국토부가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공사측은 공사기간 연장, 공사비 증액을 포함한 게약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덕도신공항 공사 입찰 당시에도 우선협상대상자가 수의계약으로 결정된 만큼 국토부가 재입찰을 진행해도 대체 시공사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국 양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상당기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가덕도신공항 공사 개요 및 국토교통부, 현대건설 컨소시엄 간 부지조성공사 기본설계 조건 입장 차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현대건설 "국토부 공기·공사비 못 맞춰… 안전 1순위" 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기본설계안 변경 사유를 담은 시공단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 취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개항 연기는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번 주 중으로 정부에 공사기간을 기존 7년에서 9년으로 연장해야 하는 사유를 담은 설명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지난주 국토부에 기본설계도서를 제출하면서 공사기간을 108개월로 제시했다. 국토부는 즉각 입찰공고에 제시된 공기(84개월)보다 2년이 더 필요한 구체적 사유와 설명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건설하는 10조5300억원의 규모 사업이다. 당초 2035년 6월 개항으로 추진됐지만 '2030 부산 세계 박람회'(엑스포) 유치 국면을 맞아 5년 이상 당겨졌다. 엑스포 유치가 무산된 후에도 정부의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방침은 그대로 유지됐다. 현대건설은 최대 깊이 60m에 달하는 대심도의 연약 지반을 매립해야 하는 공항 부지 특성상 지반 개량을 위해 해상 구조물인 케이슨을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슨은 육상에서 만든 뒤 해상으로 옮겨 바다에 가라앉힌 다음 안에 흙이나 모래를 채우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이 과정에서 약 7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업지 주변은 태풍이 발생하면 파도가 12m에 이르는 먼바다에 해당하는 지역이기에 높은 파도에 대비한 안전 시공법도 적용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도 "파랑의 영향을 크게 받는 12월~2월이나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7월에는 해상작업일수가 한 달에 10일 미만"이라며 "해상운반, 거치, 케이슨 속채움 등의 해상작업이 어렵다"고 적혀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6개월간 25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업성을 재검토한 결과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설계하려면 108개월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며 "현재로서는 기본설계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공사비 역시 정부가 내놓은 10조5000억원보다 최소 1조원을 증액해야 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 형평성 안 맞아 시공단 바꾼단 국토부… 업계 반응은 "글쎄" 부산시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적정 공사 기간과 현장 여건, 시공 역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건설 계획을 제시해달라"며 "지역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도록 신속히 착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국토부도 강경한 입장으로 맞섰다. 컨소시엄이 기본설계 기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재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즉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구성해 차회 입찰방식 등을 신속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 또한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건설이 국토부가 내건 조건에 맞춰 기본설계를 보완해온다면 그에 맞춘 조치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플랜B'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며 재입찰 검토에 힘을 실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부터 공기 준수를 주요 요건으로 내세운 만큼 현 컨소시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입찰 의사를 보였다가 포기한 타 건설사와의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국토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실격 처분(DQ)을 내리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보다 공기 협의를 하는 방향이 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에 더욱 유리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항 건설 자체가 고난도인데다 해상 매립까지 수반하는 공사임에도 주어진 기간이 과도하게 짧다 보니 선뜻 손을 드는 회사를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서다. 최초 입찰 때도 이 같은 이유로 네 차례나 입찰이 유찰된 바 있다. 당시 공동도급 제한 조건이 과도하게 까다롭다는 비판이 일었다. 공사 규모가 10조원 이상인데 10대 건설업체 중 2개 업체를 초과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어 공사를 마치기 위한 위험 부담과 비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국토부는 3개사까지 참여 가능한 것으로 조건을 수정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기가 당초 계획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데다 해안가 공사라 지반 침하 문제도 있어 난도가 매우 높다"며 "금액을 떠나 이런 공사는 위험 부담이 커서 참여하려는 회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또한 공사기간 연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박영강 동의대 명예교수는 "파도가 많은 외해에 속하는 가덕도 앞바다에 플로팅(해상에 부유하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과 같은 획기적인 공법을 적용하는 데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훈구 KDI 재정투자평가실장은 "해외 유사공항 사례에서 보듯이 해상공항은 사업기간이 6~9년 정도 소요된다"며 "통상 매립공사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연약지반 처리, 호안공사(매립지 테두리를 만드는 공사) 등에도 다수의 인력이 장기간 사용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5-08 06:00
사진
콘클라베 첫날 교황 선출 실패...검은 연기 [뉴욕 런던=뉴스핌]김근철· 장일현 특파원=새 교황 선출을 위해 7일(현지시간) 시작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 회의)에서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쯤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성당 굴뚝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는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하는 추기경 133명의 첫 투표에서 선거인단 3분의 2 이상인 최소 89명의 지지를 얻은 후보가 없었다는 의미다.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리고 있는 바티칸시티 시스티나 예배당의 지붕 굴뚝에서 7일(현지시간) 밤 교황 선출 실패를 알리는 검은 색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kckim100@newspim.com 콘클라베에서 추기경단의 3분의 2 이상 지지로 새 교황이 선출되면 교황청은 투표 용지를 태워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 흰 연기를 피우고, 아니면 검은 연기로 투표 결과를 알린다. 첫날 회의에 새 교황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 계속 머물면서 8일부터는 오전과 오후 각각 두 차례, 하루 최대 네 차례 투표해 제267대 교황을 뽑게 된다. 지난 2013년에는 다섯 번째 투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됐다. 콘클라베는 가톨릭 규정에 따라 교황이 선종한 뒤 15∼20일 사이에 시작한다. 콘클라베 방식의 교황 선출은 1274년 그레고리오 10세가 정립했다. 정치적 외압이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추기경들을 한곳에 몰아넣고 차기 교황을 뽑을 때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시스티나 성당은 19세기 후반부터 콘클라베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콘클라베에서는 모든 추기경이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이다. 따로 후보를 정하지 않은 채 각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적어 내며,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벽화가 있는 제단 앞에서 비밀 투표를 반복한다. kckim100@newspim.com 2025-05-08 04:5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