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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모스크바 이야기]...(9-5) 고려인 영농에 탄복한 흐루시초프와 고르바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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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루시초프, 고려인 개량 옥수수 알갱이-영농기법 전국 보급 지시
옥수수 이어 벼농사도 성공한 고려인...농업혁신 칭송-공민권 회복
고르바초프, 고려인과 양파 인센티브 계약생산방식 도입해 대성공

[서울=뉴스핌] 김흥식 객원논설위원 = 고려인 특유의 근면, 성실함과 높은 교육열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들의 뛰어난 농사솜씨가 러시아인들 사이에 칭송을 받아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즈(코카서스) 일대의 주민들은 고려인을 농업혁신의 기수와 같은 존재라고 칭송하며 농사기술을 배우고자 했다.

소련 역사에서 개혁적인 마인드를 가진 지도급 인사로는 니키타 흐루시초프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꼽힌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고려인 영농에 깊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확인돼 필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들은 소련의 고질적인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고려인 영농방식을 적용하려고 했다.

불행하게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제반여건이 다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러시아 농민들이 농사를 하늘같이 여기는 고려인 특유의 부지런함과 뛰어난 농사재간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

중국에 수입된 옥수수 <사진=바이두>

◆흐루시초프, 고려인 개량 옥수수 알갱이와 영농기업 전국 보급 지시 

스탈린 사후 권력투쟁을 거쳐 당 제1서기가 된 흐루시초프는 식량문제 해결과 동서냉전 완화를 최우선 당면과제로 여겼다. 즉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따른 냉전대결을 가능한 한 완화하고 또 한편으론 식량증산을 비롯한 인민경제 생활수준 개선에 힘을 쏟고자 했다. 특히 만성적인 식량부족 해결은 그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였다.

고려인들이 농사를 잘 짓는다는 얘기를 들은 흐루시초프는 1955년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집단농장 ‘폴리타젤’을 방문했다. 옥수수 농장을 둘러본 흐루시초프는 감탄했다. 러시아 농가에서 재배하는 옥수수와 비교해 보니 키도 3,4배나 크고 수확량도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식량부족을 해결할 묘책이라고 생각하고 고려인이 개량한 옥수수 알갱이와 함께 영농기법을 전국에 보급하라고 지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러시아 농민이 일궈낸 수확실적은 같은 면적 대비 고려인 수확의 20~30%에도 못미쳤기 때문이다. 옥수수 재배에 적당한 풍토와 기후도 문제였지만 농사에 임하는 러시아 농민의 무사안일 자세가 온갖 정성과 기술을 다하는 고려인과는 천양지차였던 것이다. 러시아인이 좋아하는 토마토 농사의 경우만 하더라도 품질과 수확량 면에서 누구도 고려인의 실력을 따라올 수 없었다.

옥수수 증산에 심혈을 기울였던 흐루시초프는 미국 오하이오의 광대한 옥수수 농장을 둘러보고 미국식 모델을 적용해보려고도 했으나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옥수수 농사에 매달리는 흐루시초프에 대해 반대파들은 ‘옥수수’라는 비아냥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장성군 벼농사 탈곡과정 (사진=장성군)

◆옥수수 이어 벼농사도 성공한 고려인...농업혁신 기수 칭송받고 공민권 회복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땅에서 옥수수 재배의 성과 외에도 벼농사에도 성공함으로써 농업혁신의 기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벼농사의 북방한계선이 2도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시 흐루시초프는 고려인이 수확에 성공한 볏단을 움켜쥐고 사회주의 농법의 우월성이 증명되었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고려인 옥수수농장과 벼농사 성공을 둘러보고 감명을 받은 흐루시초프는 강제이주의 멍에를 안고 사는 고려인에게 공민권을 전면 회복하도록 명령했다. 일반 러시아인과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갖게 한 것이다.

이로써 거주이전 제한조치가 해제된 고려인들은 농사짓기에 여건이 좋은 북카프카즈, 러시아 남부, 볼가유역 등으로 대거 이주하는 계기가 됐다. 중앙아시아와 남부 러시아에서 농업혁신의 기수로 불리운 고려인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고르바초프는 회고록에서 고려인의 탁월한 영농에 얽힌 특별한 경험을 소개한 바 있다. 자신의 고향이며 남부 휴양지로 유명한 스타브로폴 지방당 제1서기로 활동하던 1970년 어느 날 일단의 고려인이 고르바초프를 찾아왔다. 국유관개용지에 양파재배를 하도록 해주면 수확을 나누는 계약을 하자고 했다.

수확한 양파 가운데 1헥타르당 45t은 집단농장 또는 국영농장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자기네들 소유로 해서 자유롭게 처분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계약할당량 이상을 임의처분하게 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일종의 인센티브 계약생산 방식이었다.

무안 양파밭 [사진=무안군]

◆고르바초프, 고려인과 양파 인센티브 계약생산 방식 도입해 대성공 

당시 스타브로폴 지방은 양파 생산량이 크게 떨어져 타 지방으로부터 사들여와야 하는 형편이었다. 농업증산에 관심을 집중하던 고르바초프로서는 손해 볼 일이 없다고 보고 그렇게 하도록 했다. 고려인들은 특유의 근면함과 뛰어난 영농능력을 발휘했고 그 해에 엄청난 수확을 올렸다. 집단농장과 고려인 양쪽에 큰 이익이 돌아갔다. 고르바초프는 고려인의 농사방식에 큰 흥미를 갖게 됐다.

고려인의 양파 계약재배가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자 돌연 연방검찰청과 당 기율위원회가 영농방식을 문제삼았다. 심사결과 고려인의 계약재배 행위는 사회주의 원칙에 어긋난 약탈행위라며 추방이라는 엄중한 조치를 내렸다. 고르바초프는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크게 실망했다.

이 사건은 모스크바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던 모양이다. 얼마 후 휴가차 내려온 코시긴 수상이 고르바초프에게 고려인 양파재배사건 처리 이후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고르바초프는 말했다.

“고려인들이 양파 재배를 할 때는 스타브로폴 지방에서 주민소비에 필요한 양을 제외하고도 1만5천t 내지 2만t을 더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공급했습니다. 고려인들이 쫓겨난 지금은 모든 일이 이전처럼 정상화(?)된 셈입니다.또다시 자급자족조차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지방에서 사들여올 수밖에 없지요”

당시 소련지도부에서 개혁적인 성향으로 알려진 코시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집단농장보다는 노동 인센티브제가 가미된 방식이 생산량 증가에 효율적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고르바초프는 1978년 당 중앙위원회 농업담당 서기로 발탁됐다. 이후 인센티브제 실시를 다각도로 추진하게 된다. 다차와 함께 주말농장 격인 텃밭을 인민들에게 나눠주고 수확한 농작물을 임의처분하도록 한 조치가 그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능력껏 일해 자신의 몫을 챙기는 고려인 방식에서 어떤 교훈을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흥식 뉴스핌 객원논설위원
한국외대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1977년 동양통신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디뎠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로 해직되는 아픔을 겪고 쌍용그룹에 몸담고 있다가 1988년 연합뉴스 기자로 복귀했다. 1991년 한국의 첫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파견돼 맹활약했다. 이후 연합뉴스 북한부장, 남북관계 부장, 문화부장, 논설위원실 간사,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편집담당 상무이사를 지냈다. 퇴임후 연합뉴스 부설 동북아센터 상임이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비상임이사,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등을 지낸뒤 현재 뉴스핌 객원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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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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