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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말을 찌른 소년을 통해 본 욕망과 현실…연극 '에쿠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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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황수정 기자] 수많은 배우들이 참여하고 싶은 작품으로 꼽고, 했다 하면 스타를 탄생 시키는 작품. 한국 초연 43주년에 접어드는 불멸의 명작 '에쿠우스'가 여전히 그 명성을 지키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연극 '에쿠우스'는 극작가 피터 쉐퍼(Peter Shaffer)의 대표작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2년 6개월만에 완성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1975년 극단 실험극장(대표 이한승)이 처음 선보인 후, 매 공연마다 화제와 호평을 불러모았다. 현재 서울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작품은 판사 '헤스터'가 말 여섯 마리의 눈을 찌른 '알런'을 재판이 아닌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에게 치료를 부탁하며 시작된다. 17세 소년이 왜 말의 눈을 찔렀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이사트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고, CM송을 부르고 청개구리처럼 반대로만 행동하던 알런 또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진실을 토해낸다.

알런은 무신론자인 아빠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엄마 밑에서 억압받으며 자라왔다. 또래 친구들과 조금은 달랐던 그는, 자신의 욕망과 믿음의 대상으로 '말'을 택했다. 알런은 말을 사랑하고, 숭배하며, 늦은 새벽 알몸으로 말을 타는 것으로 열정을 내뿜는다. 그 순간만큼은 알런과 말이 하나가 되며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 알런에게 말은 그야말로 종교이자 애인. '에쿠우스(Equus)'는 라틴어로 말(馬)을 뜻한다.

다이사트는 정신과 의사지만 자신의 일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 알런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치유하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 알런의 '정열'을 무너뜨린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관객들은 처음에는 알런의 행동에 놀랐다면, 다이사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욕망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것이 정상인지' 함께 고민하게 된다.

무대 위에서 행동하는 이는 대부분 알런이고, 다이사트는 그의 행동에 대한 해석을 덧붙인다. 알런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면서 소년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실마리가 조금씩 풀리는데, 빠른 속도감으로 매우 흥미롭게 전개된다. 특히 1막 마지막을 장식하는 알런이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는 장면은 가히 클라이막스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모두 관객을 압도하고, 이 덕분에 알런의 환희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달까.

알런에게 절대적이었던 말의 눈을 찌르게 된 건, '질'과 데이트를 하고 난 후. 마구간에서 성관계를 하려던 알런은 말의 시선을 느끼자 질을 내쫓고 쇠꼬챙이로 말의 눈을 모조리 찔러버리고 만다. 신에 대한 반항일지, 혹은 죄책감 때문일지, 그 원인은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무대 위에서 그가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는 좌절감과 고통은 커다란 감정으로 뭉쳐 무겁게 다가온다.

배우 전박찬이 지난 2014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알런 역을 맡았다. 여기에 배우 정휘, 오승훈이 새롭게 알런으로 합류했다. 노련하면서도 한층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전박찬은 물론, 두 배우 또한 신선한 매력으로 또다른 충격을 준다. 다이사트 역의 안석환과 장두이는 말할 것도 없다. 작품의 중량감을 잡아가며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무엇보다 말 역할을 한 배우들의 기운도 엄청나다. 알런과 교감하는 너제트 역의 배은규를 포함해 코러스 김강헌, 조형일, 채종국, 이동훈, 신동찬 등 작품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실제 말이 호흡하듯 입김을 내뱉고, 때로는 듬직하게 때로는 우아한 몸짓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강탈한다.

연극 '에쿠우스'는 오는 4월 29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극단 실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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