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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순환출자 '자기 부정'…재계 "신뢰 훼손 무리수"

기사입력 : 2017년12월21일 15:01

최종수정 : 2017년12월21일 16:12

재계 "신뢰 무너트리는 성급한 결정"
일각에선 이재용 항소심 영향 지적도

[뉴스핌=최유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구(舊)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에 대해 과거 해석이 잘못됐다며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로 했다. 재계는 합병이 한참 지난 시점에 과거 판단을 번복할 경우 정부와 기업 간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각에선 항소심을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표적으로 삼은 개정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항소심으로 재판부 결정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1심 내용을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21일 공정위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 변경안을 발표했다.

변경안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후 삼성SDI에서 신(新)삼성물산 간 주식 904만2758주(4.7%)를 신규 순환출자고리로 봤다. 삼성은 2015년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했기 때문에 400만주 가량을 추가로 매각해야 한다. 신규 순활출자를 금지하는 법조항에 따라서다. 유예기간은 법적근거인 예규안이 제정된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다.

공정위가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에 손을 댄 것은 2015년 만든 가이드라인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문을 들어 당시 삼성측의 청탁이 성공했다고 간주한 것이다. 앞서 1심에서 특검은 '청와대 등의 외압으로 삼성이 처분해야 할 주식수가 9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됐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는 "매각 주체가 삼성SDI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SDI 관계자는 "공정위 예규가 확정되면 추가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지금으로서는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결정한 내용을 스스로 번복했다며 신뢰 훼손을 우려하고 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내린 결정에 따랐을 뿐인데 이를 번복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온다"며 "앞으로 무엇을 믿고 따라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사진=뉴스핌DB>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정위가 성급하게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삼성이 공정위에 청탁해 가이드라인이 변경됐다는 사실에 대해 향후 재판에서 다르게 판단할 수 있지만 공정위의 이번 판단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1심 판결문을 들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놓고 상급 재판인 2심에서 결과가 달라지더라도 이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공정위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항소심에 영향을 주려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은 오는 22일 16차 재판에서 추가 서증조사를 거쳐 27일 결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1심 판결 때도 개별 사안에 대한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봤는데 공정위는 삼성이 청탁을 성공한 것처럼 해석하고 있다"며 "행정 소송을 검토해 볼 만한 문제"라고 했다. 이어 "추후 재판에서 공정위의 개정안이 증거로 활용될 경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소송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이 진행중이라 추가 소송이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나설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아직 공정위로부터 직접 전달받은 게 없기 때문에 소송과 관련해서도 현재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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