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자간담회 외면한 시장참가자들...대선 전까진 한은 영향력 '0'
총재 "통방문구 확인해보겠다"...시장 해석 엇갈려
[뉴스핌=허정인 기자] 국내 채권시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무관심한 모습이다. 심지어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자간담회를 시청하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는 시장참가자도 일부 있었다. 조기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은의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 채권시장은 철저히 미국 지표에 의해 움직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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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몇몇 시장참가자들은 지난 23일 진행된 2월 금통위 때 기준금리 동결만을 확인하고 자리를 비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채권 중개인은 “어차피 시장의 관심이 해외 시황으로 몰려 있기 때문에 처음으로 (2월 금통위)기자회견을 시청하지 않았다”며 “한국 수출이 잘 나오든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잘 나오든, 한은의 통화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운용팀 팀장 역시 “굳이 국내에서 재료를 꼽자면 정치 이슈가 될 수 있겠으나, 상반기 중 새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전까진 한국은행이 무엇인가를 하긴 힘들어 보인다. 자체적인 동력은 없고 미국이나 해외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중”이라며 “근래 시장의 스탠스는 ‘lay and see’인데 이 역시 글로벌 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 금통위는 주의 깊게 챙기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스권 장세에서 움직이던 채권시장은 2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간만에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23일 국고채 금리는 전 만기 구간에서 1.4~4.0bp 가량 하락한 채로 장을 마쳤다. 다만 이마저도 미국 시황에 연동됐다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당일 새벽 FOMC 의사록이 도비시하게 발표됐기 때문에 전일 금리상승에 대한 반작용으로 채권시장이 강해졌다”며 “전일 미국채 금리가 하락한 영향도 컸고 전체적으로 되돌림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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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연 1.25%로 8개월째 동결된 2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통위를 마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이날 간담회에서의 총재 발언이 시장 강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23일 오전 10시 43분경 배포한 2월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한은은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국내경기를 평가했다.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고 표현한 1월에 비해 스탠스가 다소 바뀐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방문구를 확인해보겠으나, 우리 경제에 대해 금통위의 시각이 바뀐 것은 없다”고 답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이사는 “통방문구에서 경기시각이 나아진 듯한 인상을 비추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인하를 하지 않은 배경을 설명하기보다는 그 반대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면서 “이후 간담회에서 총재가 완화적 입장을 강조한 덕에 반대급부로 시장이 강세 폭을 키웠다. 통방문구를 확인해보겠다는 말이 다소 당황스러웠다”며 그날의 소회를 전했다.
이에 대해서도 시장의 분석은 엇갈린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금통위 횟수가 줄어들면서 시장도 한은의 커뮤니케이션이 변하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3월 금통위가 없다보니 중기적인 시계에서 경기하방요인보다는 상방을 표현한 것일 뿐 큰 의미가 있는 발언은 아니었다"고 언급했다.
앞으로 시장이 주목하는 재료는 미국의 상하원 합동연설, FOMC 발언 스탠스, 네덜란드 및 프랑스 선거로 추려진다. 가장 가까운 재료는 서울 기준으로 1일 새벽에 열리는 상하원 합동연설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연두교서 성격의 연설을 한다. 세제 개편이나 규제 완화 등 신정부가 내세우는 정책에 대해 또 한번 지지부진한 발언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높일 경우, 채권시장은 이를 발판 삼아 금리를 내릴 전망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연설에서 의미 있는 발언이 없으면 시장은 일부 강해질 수 있다“며 “다만 주간단위로 보면 이번 주 금요일,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토요일 새벽에 옐런 의장의 연설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 전까진 보합세를 이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