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전문직이라도 우대하는 은행 찾아가야 대접
[뉴스핌=강필성 기자]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 A씨는 은행에서 전화를 받았다. 애용해오던 마이너스 통장 만기가 돼 한도와 금리를 재조정해야한다는 것. '힘 센' 국회의원이 됐으니 한도는 올라가고, 금리는 떨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다. A 의원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변호사 시절보다 줄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이너스 통장은 연 소득과 신용등급에 따라 한도, 금리가 정해진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변호사 시절의 소득보다 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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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마이너스 통장은 계좌에 신용대출 한도를 미리 설정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찾아 쓸 수 있다. 새롭게 대출을 일으킬 필요 없이 수시로 빼서 쓸 수 있고, 갚을 수 있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도와 금리는 직업군 별로 차이가 크다. 은행 내부적으로 직종, 직급, 직업별로 별도의 거래 내역을 통해 고객의 한도, 금리에 차등을 두고 있다. 은행 내부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하다보니 은행 간 격차도 크다.
A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S와 H에 다니는, 같은 연봉과 같은 근속연수를 가진 직원이라도 마이너스통장 한도액과 금리는 달라질 수 있다”며 “고객의 과거 거래 내역 등에 따른 차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다보니 각 직업별, 은행별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은 KB국민은행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 다른 은행은 공무원 관련 상품에 가입해야 하지만 KB국민은행은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차관급 이상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와 우량 직장인을 대상으로한 ‘KB 리더스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이 마이너스통장은 한도가 최고 2억원에 달한다. 통상 국회의원, 장관급 인사의 연봉이 1억원 초반대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평가다.
판사·검사는 공무원 관련 상품보다 전문직 상품을 찾는 것이 낫다. 우리은행은 법무, 회계, 기술 관련 전문직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 클럽 신용대출’ 상품을 갖추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로이어클럽대출’도 한도가 3억원이다. 금리 역시 전문가 대출 상품이 훨씬 저렴하다.
B 은행 관계자는 “고위 공무원이나 판·검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연체가 적고 퇴직 이후 고임금을 받는 사례가 많아서 타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반 직장인들에게 한도가 높고 금리가 낮은 상품은 그림의 떡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직장인을 위한 이벤트 상품을 최근 은행이 앞다퉈 출시 중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5월 말까지 신규 신용대출 고객에게 대출금의 10%(최대 200만원)까지 0%대 이자를 받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출 약정 후 1년간 해당 이자만큼 현금으로 쓸 수 있는 ‘위비꿀머니’를 제공하는 식이다.
KEB하나은행 역시 최근 ‘제로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마이너스 통장 대출한도의 10%(최대 200만원)에 0% 대 금리를 적용한다.
C 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대규모 주택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대출로 활로를 찾는 분위기”라며 “이벤트를 잘 활용하면 저금리로 손쉽게 대출이 가능한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