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은행 총자산 57조, 유럽·미국계 앞질러
[뉴스핌=송주오 기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들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압도적인 1위였던 유럽계 은행들은 슬슬 발을 빼는 반면 중국계 은행들이 그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내 자산을 축소하지만 중국계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자산을 늘리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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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외은 지점의 총자산은 267조3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13년 192조2000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세를 주도하는 주체는 중국의 은행(농업·교통·건설·광대·공상·중국)들이다.
중국계 은행들은 대출과 유가증권(채권·외화채권 포함) 자산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웠다. 대출자산은 2015년말 24조6634억원에서 26조7202억원으로 증가했다. 유가증권 투자는 4조1990억원에서 8조2011억원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 이에 총자산 규모는 54조541억원에서 57조3729억원으로 커졌다.
중국계 은행 1곳당 평균 9조5000억원 가량의 자산을 보유한 셈이다. 이는 8조원 가량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계, 유럽계 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국계 은행들도 총자산이 34조2902억원에서 40조4380억원으로 늘었다. 성장률만 따지면 중국계보다 높지만 제이피모건체이스의 기타 부채 상승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제이피모건체이스는 기타부채를 5조원 가량 늘리며 전체 미국계 은행의 총자산 규모를 키웠다. 전반적으로 미국계 은행들은 대출 및 유가증권 자산 확장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유럽계 은행들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같은 기간 대출자산은 15조8018억원에서 15조8508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가증권 역시 18조5260억원에서 18조6156억원으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총자산은 113조720억원에서 106조4576억원으로 줄었다.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바클레이즈은행, UBS, BBVA 등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해 자산이 쪼그라들었다.
외은 지점의 몸집은 불어나고 있지만 수익은 뒷걸음질 쳤다. 외은 지점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96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 감소했다. 적자를 기록한 은행이 6곳에서 15곳으로 늘어나며 순이익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올해 순이익은 1조원을 밑돌 전망이다. 2015년 외은 지점의 순이익은 1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은 시장에선 중국계 은행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며 "10조원에 육박하는 자산규모는 웬만한 국내 기업들 보다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총 규모가 큰 유럽계의 부진으로 2014년 이후 증가하던 순이익은 올해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