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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드 보복 '중국 세계화' 역행" vs 중국 "배치 유예"

기사입력 : 2017년02월19일 10:05

최종수정 : 2017년02월19일 22:32

한·중 외교장관회담…사드 이견 확인했으나 '同舟共濟' 강조
윤병세 외교, 독일 방문 계기 러·일 외교장관과도 양자회담

[뉴스핌=이영태 기자] G20(주요20개국) 외교장관회담과 뮌헨안보회의 참석 차 각각 독일을 방문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올해 첫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에 대해 공식 항의했다.

윤 장관은 독일 방문을 계기로 세르게이 빅토로비치 라브로프(Sergey Victorovich LAVROV) 러시아 외교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도 각각 양자회담을 개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8일(현지시각) 뮌헨안보회의가 열리는 독일에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올해 첫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이날 오후 뮌헨안보회의가 열리는 독일 뮌헨의 한 호텔에서 약 50분간 진행됐다. 한국 정부가 외교부나 기재부 등 부처 차원에서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해 공식항의를 한 적은 있었지만 장관급 회담에서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공식항의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장관은 회담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최근에 경제 분야, 문화 분야, 인적교류 분야, 심지어는 예술 분야까지 규제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보복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최근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세계화와 보호주의 반대 기조 정책과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발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개막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도하는 보호무역주의를 공개 비판한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회담에서 "양국이 '한중 관계 발전이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대세'라는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수교 25주년을 맞는 금년이 양국 관계의 새로운 25년을 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며 "양국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다양한 도전 요인도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으나, 특정 사안이 양국 관계 발전의 대국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에 배석했던 외교부 당국자는 "왕이 부장은 사드와 관련해서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며 "중국은 사드 배치를 서두르지 말고 유예하길 바란다는 기존 입장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사드가 자위적인 방어조치라는 점을 재차 설명하면서, 지난 12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만 보더라도 사드 배치가 얼마나 당위성을 갖는지 언급했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사드 보복성 조치가 당국 차원이 아닌 민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재차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조치를 공식 인정하지 않음에 따라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이 이 문제가 이른 시일 내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중 양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70호와 2321호의 빈틈없는 이행을 위한 대응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최근 발표된 북한산 석탄 수입금지 관련 중국 상무부 고시를 평가했다. 왕 부장은 "이번 조치가 중국의 안보리 결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고 설명했다.

양국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장관 간 김정남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며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언급이 있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일본과의 양자회담에서 논의됐던 김정남 피살 사건이 중국과의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에 대해 "다뤄야할 의제가 많아 시간적인 문제도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 장관이 '친중파'인 김정남이 피살된 것에 대해 불편해할 수 있는 중국을 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담 전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던 양 장관은 막상 회담이 시작되자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윤 장관에 '오랜 친구'(老朋友)라며 인사를 건냈다고 한다.

윤 장관이 시진핑이 최근 사용한 성어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를 인용하며 "다양한 도전요인이 있지만 양국 간 관계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대세"라고 말하자 왕 부장이 크게 반긴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은 "양국이 안정적으로 관계 발전을 하자는 데에는 입장 변화가 없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자"고 언급했다.

뮌헨안보회의 계기 한·러 외교장관 회담 개최

윤병세 장관은 한중 회교장관회담에 앞서 세르게이 빅토로비치 라브로프(Sergey Victorovich LAVROV) 러시아 외교장관과 한·러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북핵 위협 대응을 위한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 장관은 지난 12일 중거리탄도미사일(북극성 2형) 발사를 포함해 북한이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며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계속하는 데 대해 우려를 공유했다.

윤 장관은 "북한의 이번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 핵능력이 빠른 속도로 핵무장을 향한 최종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북한의 셈법을 바꿔 비핵화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현 대북 제재·압박을 유지, 강화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핵 불용을 확고히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안보리 결의 2321호를 포함한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한 러시아 측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 장관은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톡 제2차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개최된 한-러 정상회담을 포함해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 관련 후속조치 이행 등 양국 간 협력이 원활히 촉진되고 있으며, 민간분야 인적교류도 크게 증가해 한러 국민 간 상호 신뢰와 이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올해도 양국 간 정부·의회·인문분야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고, 정상회담 후속조치의 차질 없는 이행과 극동개발 협력 가속화를 통해 양국 간 호혜적 협력을 지속 강화시켜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외교부는 "이번 한-러 외교장관 회담은 북핵·북한문제 관련 양국 입장을 긴밀히 조율하고, 한-러 간 전반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 방안을 협의하는 유용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 한일 외교장관회담, 소녀상·독도 문제 등 입장차만 확인

윤 장관은 뮌헨안보회의에서 앞서 지난 17일(현지시각) G20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본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도 양자회담을 가졌다.

올해 초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일 외교장관이 만난 것은 이날이 처음이나 양국의 입장차로 인해 관계개선에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 장관은 경색된 관계를 반영하듯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짧게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회담장에 들어가 언론노출을 최소화했다.

30여 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은 장기화된 갈등 국면을 풀기 위해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와 독도 영유권 문제, 일본 초중고교 학습지도요령 초안 등 현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 외교장관은 최근 양국 간 어려운 문제가 있으나, 양국 정부 간 신뢰를 토대로 한일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도 합의의 충실한 이행과 피해자의 명예회복·상처치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다만 각론에서는 양측이 사실상 이견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측은 부산 소녀상 설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한국 정부의 해결 노력을 적극 요구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은 이에 대해 '국제예양(국가 간에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예의 ·편의 ·호의 등에 의하는 관례)'의 측면에서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일본 정부가 그간 위안부 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한일 관계에 장애가 되는 언행을 해온 점을 지적하고 이를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윤 장관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 일본측에 신중한 대응을 대응을 촉구하고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명시한 학습지도요령 개정판 초안에 대해서도 항의의 뜻을 전했다.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대한 반발로 본국에 귀국해 한 달이 넘도록 귀임하지 않고 있는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복귀 시점은 이날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기시다 외무상은 자국 기자들에게 이날 회담에서 소녀상 문제를 확실히 논의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회담에서 부산 소녀상 철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일본 측이 야스마사 대사의 귀임 여부 논의를 뒤로 미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국 외교장관은 북핵과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양 장관은 전날 있었던 한미일 외교장관회의가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북핵 대응을 위한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하고, 조만간 개최될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핵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갖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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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이어 전세대출 문턱 높인다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에 은행권 또한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가계대출 감축 취지에 발맞춘 조치이지만 서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가 점점 짧아질 수 있다는 비판도 덩달아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변동 추이 [그래픽=김아랑 미술기자] ◆ 대출 안 내준단 은행에… 집주인·세입자 모두 '망연자실' 8일 금융권은 이번 주부터 전국 단위로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일부터 10월까지 임대인 소유권 이전이나 보유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한 전세대출을 막기로 했다. 집주인이 기존에 갖고 있던 근저당을 말소하는 대신 나오는 전세대출도 마찬가지다. 본래 수도권을 대상으로만 금지했으나 이를 전국으로 확대한다. 하나은행은 이달 5일부터 9월 실행 예정인 전세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NH농협은행도 비슷한 상황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보다 하루 빠른 이달 4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는 지난 6월 27일 수도권·규제지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같은 달 28일부터 수도권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구입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날 해당 주택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도 불가하다. 이와 함께 하반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를 7조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1386억원으로 전월(6조7536억원)보다 38.7% 줄었다. 갭투자를 차단하겠다는 명목이지만 당장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세 입주를 앞둔 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중에 돈이 없는데 은행 대출 문까지 막히면서 입주를 못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대출이 많이 껴있는 집이나 주택 여러 채를 소유한 임대인의 집에 들어가려면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전세 매물도 감소세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둔 집주인도 대출이 안 나와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자 세입자를 받는 대신 직접 입주를 선택하는 일이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467건으로 전년 동기(2만6512건) 대비 11.5% 감소했다.  거래량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9546건으로 전월(1만2120건) 대비 21% 줄었다. 수요는 많은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가격은 상승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한 달 사이 333만원 올랐다. 전년 동기(5억 3167만 원)와 비교하면 6.0% 뛰었다. ◆ "돈도 매물도 없다" 갈 곳 없는 세입자, 월세로 눈 돌려 6.27 대출규제에 정책대출 감축 내용도 포함되며 전셋값 상승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지원되던 청년·신혼부부·신생아 버팀목 전세대출의 한도도 줄었다. 상품에 따라 상한선이 최소 40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까지 내려오면서, 이를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예비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2년 전보다 전세가가 하락해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집주인 입장에선 이번 규제가 전세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키는 또 다른 변수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터 전문위원 "정책대출이 줄어들면 장기 저리 대출 수단이 사라지면서 주거 사다리 형성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 신혼부부 등 초기 자산 형성이 되지 않은 계층과 주택 구입이 더 멀어지며 임대시장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주택 실수요자는 전셋값이 오르고 자금줄은 막힌 이중고 속에서 집을 구하긴 해야 하니 반전세나 월세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42.2%(5555건 중 2345건)으로 전년 동기(41.5%)보다 0.7%p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알려지며 우려가 더욱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의 부작용을 해결할 추가 대책이 적절히 마련돼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되는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이나 세금 관련 규제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연구실장은 "이전 정부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대출 규제 효과는 3∼6개월에 불과할 우려가 있다"며 "빠르고 강력한 공급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눌려 있던 매매 수요가 저금리와 경기 활성화 분위기를 타고 다시 살아나면서 4분기 중 집값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08-0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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