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인기 시들…비용 90% 절감 효과로 최근 '인기'
[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아시아 헤지펀드들 사이에서 행정 직원 채용부터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지원하는 '헤지펀드 지원 서비스(플랫폼)'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신생 펀드를 고객 목표로 삼던 플랫폼 사업이 이제는 규모가 큰 헤지펀드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연간 운영 비용을 최대 90%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빛을 발하고 있다.
5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추세를 소개하면서 이런 흐름이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경영 환경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 플랫폼은 '시드 머니'나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려주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와는 달리 사무실 제공, 변호사 고용, 브로커 소개 등 전방위적인 행정·법률 업무 등을 지원한다. 운용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일례로 플랫폼 업체 '스위스-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와 계약을 체결한 루홍 황씨는 "헤지펀드 시장은 지금까지 수익이 약한 펀드를 용서하지 않았다"며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과 노력이 매우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 외면하던 대규모 헤지펀드도 '노크'
5년 전에도 소규모 펀드를 지원하는 플랫폼 사업은 존재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펀드 스스로 사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충돌과 플랫폼의 느슨한 감독 체계도 계약을 꺼리게 만든 이유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시장 변동성과 당국의 규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펀드들의 운용 수익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펀드가 내세우는 '2·20룰(운용보수 2%+성과보수20%)'이 너무 높다고 비판하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펀드들의 운신의 폭도 줄어들었다.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은 2011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아시아 헤지펀드도 올 상반기 2.4% 손실을 기록해 2010년 이후 최악의 성과를 냈다. 수익이 낮아진만큼 펀드가 지는 비용 부담도 커졌다.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에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새롭게 생겨난 펀드보다 청산한 펀드가 더 많아졌다.
![]() |
(파란선) MSCI 전세계 지수 추이 (흰선) 유레카헤지 아시아 헤지펀드 지수 <자료=블룸버그통신> |
때문에 플랫폼을 찾는 수요가 늘어났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에드 로저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플랫폼을 이용하면) 연간 200만달러가 드는 잠재적 비용을 150만달러로 줄일 수 있다"며 플랫폼의 장점을 소개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헤지펀드들은 연간 약 40만~200만달러를 비용으로 지출한다.
수년 전만 해도 지원업무 서비스 활용에 대해 회의적이던 대형 헤지펀드들도 태도가 달라졌다. 스위스-아시아 파이낸셜 서비스의 스티브 나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3년 전만 해도 200만달러에서 4000만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업무를 지원했지만, 이제는 플랫폼 규모가 7500만달러 이상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인 OP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앨빈 팬 COO도 "2억~5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헤지펀드들이 같이 점심을 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계약을 맺은 이후 펀드 수익률도 좋아졌다. 앞서 황씨는 "2011년 계약을 맺고 나서 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18.6% 정도 됐다"면서 "스위스-아시아와 함께 하면서, 행정과 회사 운영에 쏟았던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업무들을 아웃소싱하면서 수익률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에서 헤지펀드 플랫폼을 운영하는 곳은 약 10곳이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