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남현 기자] “통화정책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금융불균형 누적을 통해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소위 저성장, 저물가의 고착화를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처방은 구조개혁 밖에 없다.” “정부의 구조개혁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는 안정적인 금융경제 환경이 조정되는데도 나름대로 노력하겠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한은 본관 15층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송년회 모두발언에서 거시경제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한은 정책목표간 상충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책으로 금리조정보다는 구조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은 성장세지속,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해 운용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일각의 기대감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은이 내년부터 적용할 중기물가목표를 2%로 낮추고, 정부가 사실상 물가에 방점을 찍은 경상성장률 관리 방침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중이다. 그는 “초유의 저성장, 저금리 기조에 대처해 완화적 정책스탠스를 장기간 유지해오다 보니 금융 불균형이 증대됐다”고 재차 우려했다.
반면 구조개혁에 대한 강조는 앞선 언급 외에도 두 차례나 더 이어갔다. 우선 그는 “최근 무디스(Moody's)도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했지만 상향조정된 등급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는 구조개혁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중순 한 외신주간지가 ‘The Never Ending Story(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글로벌 채무위기(debt crisis)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을 거쳐 신흥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한 부분을 인용하며 “한국은 기초여건(펀더멘털, fundamental)이나 양호한 외환건전성 특히 외환보유액의 큰 폭 축적 등으로 채무위기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경계해야 할 것은 외환보유액의 보유주체가 정부지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 채무위기로 발생한 여파가 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새해 경제여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은 한층 더 커졌고, 중국의 성장세 둔화나 취약 신흥시장국의 경제 불안 재연 가능성 등으로 글로벌 경제여건 리스크는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 총재는 한은이 정책을 펼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에 부딪쳐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언급한 정책목표간 상충 문제 외에도 경제현상의 불가측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를 내리면 소비가 증대되는 등 도식화됐던 인과관계가 과거에 비해 흐트러진 점 ▲실업률과 화폐임금상승률 또는 물가상승률 사이에는 매우 안정적인 역의 함수관계가 있다는 필립스곡선의 평탄화 현상 등 경제이론도 이제 재검증해야 하는 점 ▲글로벌화 진전에 따른 상호연계성으로 한 나라의 정책 조치가 다른 나라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점이 한은을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그는 1970년대 중후반 영국 재무상을 지낸 데니스 힐리(Dennis Healey) 장관의 “부분밖에 알려지지 않은 과거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현재를 통해 알래야 알수 없는 미래를 추정하는 것(partially known past, unknown present, unknowable future)”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고도의 예측기법을 동원한대 해도 전망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이 경제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매번 수정되는 부문에 대해 사실상 양해를 구한 것이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