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라이프

속보

더보기

[이명훈의 4색 여행기] 스리나가르의 가을, 카슈미르

기사입력 :

최종수정 :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 번역할 언어 선택

북인도의 카슈미르. 인도에서도 오지에 속하며 분쟁의 요소가 잠복되어 있는 곳. 무슨 불길이 마음을 끌었는지 나는 이곳에 와 있다.
카슈미르의 주도인 스리나가르. 불안만 뻬놓는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이다. 아니 어쩌면 불안으로 인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불안과 아름다움을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만한 것이지만 이곳은 그런 사유마저 허영으로 만들거나 무색케 할만큼 치명적인 곳이다. 가슴만 아플뿐이다. 도시 한 켠에 달 레이크(Dal lake)라고 불리는 넓은 호수가 있는데 스리나가르를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불리게 하는 장본인이자 중요한 시장이 형성되는 곳이다. 

화사한 정적에 쌓인 호수엔 연꽃이 많이 피어 있다. 연꽃 경작은 관광 수입과 더불어 가난하지 그지없는 이 마을의 주 수입원 중 하나이다. 관광이라는 것이 안보와 직결되는데 카슈미르에 분쟁이 곧잘 일어나다보니 관광수입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도 이 마을 사람들은 연꽃 경작에 매달린다. 연꽃의 뿌리를 식용으로 삼기도 하고 달레이크에 싣고와 다른 물건과 물물교환도 하고 팔기도 한다.

시카라라고 불리는 자그마한 나룻배가 달레이크에서의 운송 수단이다. 사리를 입은 여인들이 시카라를 타고 있는 모습은 호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호숫가의 뭍에는 수상가옥들과 낡은 촌락들이 군집을 이룬다. 가난의 내음이 물씬하지만 고즈넉한 무슬림의 정취가 풍기는 이 마을은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아늑한 서정을 품고 있다. 

“수피라고 합니다.”
수피라는 이름의 사내가 젓는 시카라를 타고 나는 이 착잡한 호수를 투어하고 있다. 그는 시카라도 젓고 가죽옷도 판다고 하는데 무슬림 신자로서 무슬림의 풍습상 부모와 일곱 명의 자녀를 포한한 대가족을 부양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이 줄어들어 시카라 운행 뿐 아니라 가죽옷 판매가 적어 생계에 지장이 많다고 한숨을 쉰다. 자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소수의 부호들을 뺀 카슈미르 주민들 대부분이 처한 상황이라고 한다. 그럴 것이다. 내가 투숙한 곳은 하우스보트(houseboat)인데 달레이크와 더불어 카슈미르의 명물로 꼽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호수에 띄운 보트 형의 호텔이다. 서양식의 호텔같은 화려와는 거리가 멀다. 단층의 선박 모양 모텔급으로 허름하면서도 풍취가 그득하다. 그곳의 주인은 그 호텔뿐 아니라 카펫 공장도 가지고 있는데 카슈미르 산 카펫은 터키 산 카펫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물이다. 그런 소수의 계층만이 이곳의 복잡한 정치 상황과 결탁되어 부를 독점하고 대다수의 주민들은 취약한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카슈미르 인들은 대부분 인도로부터의 독립을 원하지요.”
수피의 말이 노 젓는 노곤을 타고 들려온다.
“저는 힌두교의 인도도 싫어하고 같은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에로의 합병도 원치 않아요. 우리들만의 독자적인 나라를 원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우리들의 독립을 인정해 주지 않지요.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땅을 복속시키려 하고 인도는 뺏기지 않으려 하기에 분쟁이 끊이지 않지요.”

정치적인 암운이 이 마을을 덮고 있지만 않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종교적, 정치적 갈등들이 누적되어 있기에 그런 희망은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카슈미르는 파키스탄 관할, 인도 관할, 중국 관할 세 지역으로 쪼개져 있는데다가 이곳 인도 관할 지역엔 분리주의를 펼치는 반군과 인도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일어나곤 한다. 무슬림과 힌두교의 종교 대립이 이면에 도사려 있어 갈등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로움과 고통이 배인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보이는 풍경들은 처연함 속에 아름다워 보이는 역설적 상황에 놓여 있다. 연꽃 뿌리를 따내는 농부들의 한적한 모습, 저쪽 뭍에서 크래커 놀이와 구슬치기에 열중해 있는 꾀죄죄한 꼬마들, 모스크에서 울려 퍼지는 경건한 무슬림 곡...시카라에서 내리며 팁을 주었으나 수피는 받기를 거부하며 저녁 때 하우스보트로 놀러오겠다고 말한다. 팁 보다는 더 큰 거래를 원하는 사업수완이 읽혀졌다. 그럼에도 하루 종일 쌓인 친구 같은 마음 탓에 거부할 수가 없었다.  

스리나가르의 구월은 밤이 빨리 오는가 보다. 저녁 여섯시인데도 어둑해졌다. 되돌아와 하우스보트의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데 수피가 왔다고 알려준다. 홀에 나가니 그는 큼직한 박스를 대여섯 개나 들고와 있다. 가죽옷, 울, 쟈켓 등을 하나하나 꺼내 보여주기 시작한다. 하나를 사주기로 맘 먹고 있었기에 마음은 편했다. 50 불짜리 가죽옷을 하나 골랐다. 그는 만족하지 않고 이것저것 팩키지로 사면 싸게 주겠다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 이상은 내게 곤란이 생겨 막았다. 아쉬워 하며 그가 떠난 후 어두운 방에 혼자 누워 있으니 가끔 멀리서 총소리도 들려온다. 공포가 엄습해 온다. 일과성인 내게도 섬뜩한데 이곳 주민들에겐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일 것이다. 경제난도 그렇고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안보 문제도 그렇고 그 모든 것을 포함한 삶의 환경 말이다.

다소 뒤척거림 속에 잠을 이룬 다음 날 구르마르그 산으로 향한다. 카슈미르의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해발 2740 m 높이라고 한다. 하우스보이와 지프 기사 한 명이 나를 안내하고 있다. 지프가 달리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우리나라 1960, 70 년대의 정취 같았다. 누런 빛의 들판에 볏집을 터는 농부, 옥수수를 불에 구워 파는 장터, 도로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하나하나가 옛 추억을 반추시키고 있었다. 

파키스탄과의 국경이 가까워지는 곳이기도 해서 무장한 군인들이 경계를 펴고 있는 것이 보였고 구르마르그에 진입하는 초소에선 패스포트를 검열했다. 도착한 구르마르그 산 역시 제한구역이라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노인 한 명이 지프에 탑승했는데 이곳 현지에 밝은 가이드라고 하우스보이가 말한다. 이곳 답사에 필수라며 하우스보트에서 미리 손을 썼다는 것이다. 믿어서 넘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하우스보이와 지프 기사는 입구에서 쉬기로 하고 나는 노인과 단둘이 구르마르그 산길을 걷는다.

“카슈미르에서만 칠십 육년을 살았지요. 저 앞에 보이는 산을 넘어 세 시간만 걸으면 파키스탄이지요. 어렸을 때는 마음대로 가던 길인데 지금은 막혀있지요.”
국경을 바라보는 노인의 눈빛이 우리나라의 실향민처럼 깊은 우수에 젖어 있었다. 절망스런 현실 속에 아픈 갈망을 품고 오래 견뎌왔을 것이다. 짙은 슬픔의 수액이 그의 눈에 여리게 머금어 있었다. 둘레를 둘러보니 모든 것이 동공처럼 비어있어 보였다. 관광객들로 가득 찼다던 호텔들이 비어 있었고 드넓은 아름다운 초원에 보이는 것이라곤 군인 막사와, 여행객을 태우려는 말 몇 마리와 마부들, 노인과 나뿐이었다. 

“열두 명의 가족이 나의 불안정한 수입에 달랑 의존해 살고 있지요. 겨울의 빈궁기에 마을 주민 대부분이 할 일이 없어 식량을 빌어 먹고 이듬해 봄여름에 갚아요. 그 악순환이 매년 되풀이되지요.”
그렇게 말하는 노인은 점심 도시락도 준비하지 않고 있었다. 뜨거운 짜이 몇 잔으로 매일 때운다고 했다.
“제 것 같이 드시죠.”
내 도시락을 꺼내 마주 앉은 초원 위에 펼쳤다. 하우스보트에서 싸 준 것으로 혼자 먹기에도 부족한 양이었다. 이곳 부층의 착취가 이런데서도 나타나는 느낌이 들었다. 하우스보이와 지프 기사에게도 그저께 보니 점심이 없었다. 그들 역시 짜이 몇 잔에 때론 비스켓 몇 조각을 얹어 먹는 것이 점심으로선 고작이었다. 노인은 점심을 나누어 주어 고맙다며 알라 신의 은총을 빌어준다. 그러면서 넌지시 팁을 요구해 왔다.
“이곳은 여행객이 드물어 가난한 가이드들이 공동 수입으로 먹고 살도록 가이드 조합이 구성되어 있답니다. 기본적으로 이백 루피는 조합에 들어가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저의 가족을 도와줄 용의가 있으면 최소한 그 이상은 주셔야죠.”

나로선 전혀 사전 정보가 없던 말이다. 하우스보트의 사장에게 여기에 머무는 동안의 비용은 이미 다 지불한 상태였다. 노인의 출현도 상상 밖의 일인데다가 그가 말하는 것의 진위를 알 길이 없었다. 조합비니 하는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그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그의 딱한 처지로 인해 나는 경제 감각을 잃고 있었다. 더우기 이 외진 산중턱에서 그와 단둘이 있기에 얼마를 줘야 적당한지 판단 자체가 공허했다. 그렇다고 눈물까지 비치며 하소연하는 노인의 손길을 뿌리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기본 이백 루피에 오십 루피를 얹어 주었더니 적다고 해서 총 삼백 루피를 주었다. 

구르마르그 산 투어는 좋았다. 풍경도 멋지지만 파키스탄과의 경계 부근이라 카슈미르의 비극과 그 원인이 현실적으로 더욱 가깝게 와닿는 듯한 저밈이 있었다. 산을 빠져니와 노인과 헤어진 다음 기다리던 지프에 다시 올랐다. 하우스보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제가 이미 노인에게 이백 루피를 지불했는데요. 선생님은 아무 것도 줄 필요가 없었어요.”
노인의 능청스런 지혜에 당한 것이다. 기분은 안 좋았지만 그것은 현실이었다. 비굴 외에는 생존 수단이 차단된 곳에서 그 비굴을 비난할 자격이 내겐 없었다. 그런 정보는 나에게 미리 얘기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가볍게 톡 쏘긴 했지만 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 카슈미르의 현실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퀭하니 바라보는 눈빛들. 어쩌다 눈에 띄는 관광객들은 공통의 표적이 되어버리는 곳. 삶의 벼랑 속에서 어쩔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아름답지는 않은 모습들. 그러나 그들은 대체로 선하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관련키워드]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사진
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기사 번역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종목 추적기

S&P 500 기업 중 기사 내용이 영향을 줄 종목 추적

결과물 출력을 준비하고 있어요.

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