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라이프

속보

더보기

[이명훈의 4색 여행기] 동화작가와 함께 동화같은 풍경 속을…카파도키아2

기사입력 : 2015년06월24일 14:54

최종수정 : 2015년06월24일 14:54

여행은 누구와 가느냐에 따라 즐거움과 의미가 달라진다고 하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운이 좋았다. 열댓 명의 일행과 두루 친했는데 그 중 스페인 남자는 아주 특이한 구석이 있었다. 키가 이 미터는 되어 보였으며 동화작가였다. 큰 키에 비해 얼굴은 작고 개구쟁이처럼 생겼으며 말을 속삭이듯이 잘 했다. 카파도키아의 또다른 명소인 파사바 계곡을 동화작가와 함께 투어하는 것은 딱 맞는 궁합이었다. 
“파사바 계곡은 개구쟁이 스머프의 배경이 된 곳이지요.”

봉고에서 우리를 내려준 기사 겸 가이드가 말했다. 정말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그 영화의 배경 속으로 들어선 기분이었다. 버섯처럼 생긴 바위산들이 익살스런 모양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동화작가와 나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기분 좋게 웃다가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커다란 버섯 바위에 그와 나뿐이었다. 그도 나와 끼가 비슷한지 하늘을 우러러보더니 웃통을 벗기 시작했다. 동화작가 다웠다. 엊저녁 괴레메의 저녁 노을에 적셔질 때의 맛을 알고 있는 나도 웃통을 벗었다. 우리는 맨 몸으로 버섯 바위의 정상에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만끽하며 놀았다. 

“봉고 떠나. 내려와.”

그의 미모의 애인이 저 아래에서 웃으며 외친 것은 한참 후였다. 웬만한 곳은 동행하다가 이 바위산은 높고 가팔라 우리 둘만 오른 것이었다. 동화작가와 나는 웃옷을 서둘러 입고 봉고가 있는 것으로 달려 나갔다. 십 여분은 기다렸을 일행 중 단 한명도 핀잔을 주거나 얼굴을 찡그리지 않았다. 모두가 배려 깊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맞아주었다. 미안한 마음 속에 가슴이 따스하게 차올랐다.
진정한 배려가 주는 온기를 안은채 우리는 다시 절경 속을 달려나갔다. 그의 미모의 애인은  선글라스를 낀채 스머프가 뛰노는듯한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달리자 ‘데린쿠유’라고 불리는 지하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린쿠유는 깊은 우물이라는 뜻이지요. 이 지하 도시는 깊이 55 미터에 지하 20층까지 있습니다. 입장이 허용되는 곳은 8층까지뿐이지요. 최대 이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답니다.”
지하 몇 층에선가 가이드가 한 말은 탄성과 동시에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지하 20층이라면 나는 인공적인 빌딩에서 들어가본 적이 없다. 그처럼 깊은 지하 공간을 가진 빌딩이 실제로 있는 건지도 알지 못한다. 그런 단순한 비교에서 오는 섬찟함에다가 암반을 파고 들어가 그 깊이까지 삶의 공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가세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 바깥은 삶을 유지하기엔 너무도 척박해 보인다. 암반을 달굴 듯 작열하는 태양과 헐벗은 황무지만 봐도 그렇다. 견딜 수 없는 혹독한 한계에 처해 지하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지하도시를 처음 만든 것은 기원전 8세기에서 7세기까지 히타이트 족이라고 추정된답니다. 로마 시대와 비잔틴 시대를 거치면서 규모가 점점 확장되어 나가는 거죠.”
히타이트 인들은 대지 위의 괴암을 파들어가 사는 것으로 삶과 문명이 해결되지 않아 이 지하까지 삶의 공간을 넓힌다. 시대를 거쳐나가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숙명적인 지독함이 텁텁한 돌내음 속에 혼곤한 울림을 주고 있었다. 

“초기 기독교인들도 박해를 피해 이곳에서도 많이 살았지요.”

진한 비애감과 함께 동굴 안을 돌아보니 교회 뿐 아니라 그에 딸린 식당, 강당, 주거지 용도의 공간이 어둑한 음영 속에 펼쳐져 있었다. 성경을 가르쳤을 학교 공간과 함께 밥을 해 먹은 흔적으로서의 연기 그을린 자국은 어제의 석굴 교회에서처럼 아리게 눈길을 끌었다. 이중삼중의 함정들을 설치해 놓은 곳도 있는데 가령 적이 쳐들어 올 것을 대비해 파놓은 첫번째 함정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에 또다시 대비한 치열함의 결과일 것이다. 생사가 오가는 궁극의 한계에선 그렇게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을 처절 앞에 먹먹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데린쿠유에서 진지한 시간을 보낸 다음 우리는 밖으로 나와 봉고에 실려 달려나갔다. 광활한 중부 대륙.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모래벌판이 모진 척박성을 드러내며 열을 달구고 있었다. 달리고 달려 어느 사원 앞에서 봉고는 멈췄다. 

“카멜 사원입니다. 실크로드가 이곳을 지나갔지요. 상인들과 낙타가 이곳에서 쉬다가 또다시 먼 길로 떠났곤 했지요.”

실크로드! 감개가 무량했다. 아득한 시대의 동과 서의 교류. 중국으로부터 로마까지 이르는 비단길이 바로 이곳을 지나는 것이다. 비단길. 그 말이 내게 주어온 끝 모를 풍성함이 새삼  밀려와 가슴을 두근거리며 서 있던 나는 동화작가와 함께 사원의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꼭대기에 서서 동쪽을 그 끝까지 바라보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눈길을 돌려 서쪽 방향도 바라보았다. 아득한 시절부터 그 길을 오간 무수한 사람들의 삶의 내음이 조금은 만져지는 듯 했다. 동화작가도 무슨 상상을 속으로 펼치는지 아무 말 없이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오늘 아침엔 버섯 모양의 진귀한 바위들을 구경했고 그 후엔 끔찍함을 안고 있는 지하 도시를 본 탓에 더욱 불거진 바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즐거웠던 대화도 일체 없이 황무지 속에 장구하게 뻗은 실크로드가 전해주는 무언의 소리에 귀를 마냥 기울이고 있었다. 저 육로의 길로 비단이 지나갈 때 저 너머 딱딱한 암반 속에선 밥을 짓고 적을 따돌리며 살림을 꾸려나갔을 것을 생각하니 석양빛보다도 붉은 격정마저 내 가슴에 솟구치는 듯했다. 뒤늦게 따라 올라온 동화작가의 미모 애인은 선글라스가 제공하는 검은 배경 속에 실크로드를 또다른 맛으로 음미하고 있었다.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단독] 李정부 국정 5개년 책자 나왔다 [서울=뉴스핌] 윤채영 지혜진 기자 =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담긴 책자가 발간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날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에는 123대 국정과제에 대한 주요 내용과 구체적인 입법 방향 등이 담겼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8.13 photo@newspim.com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호 과제로 발표한 개헌에는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도 포함됐다. ▲4년 연임제 및 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소속 이관 ▲대통령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 시 국회 통제권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중립성 요구 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과 검찰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안전권 등 기본권 강화 및 확대,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기구 신설, 행정수도 명문화 등이 개헌 과제로 포함됐다.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법 개정도 추진된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재외국민 투표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민투표법 위헌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개헌 찬반 투표는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국회의원 선거 때 실시하겠다고 명시했다. [서울=뉴스핌] 뉴스핌이 확보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책자. 2025.8.20 ycy1486@newspim.com 이번 책자에는 국정기획위가 지난 13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개한 123대 국정과제보다 훨씬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당초 국정위는 이날 국정운영 5개년 계획도 공개하려 했다가, 돌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비공개 결정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위 소속으로 활동했던 한 위원은 뉴스핌과 통화에서 "갑자기 보안을 강조하면서 내부 자료는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며 "이유는 모른다"고 전했다.  ycy1486@newspim.com 2025-08-20 15:55
사진
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