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 9일 미국 최대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직후 투자자들은 환호하는 듯 보였지만 정작 당일 주가는 0.34% 빠졌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바이백(buyback)'으로 불리는 자사주 매입 소식은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매수 주문보다는 더 많은 매도 주문을 불러와 결국 주가가 하락하기도 한다.
◆ 美증시 대형 기업들, 자사주 매입 앞다투어 발표
최근 미국 증시에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최근 금융주를 중심으로 대형 기업들이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씨티그룹이 78억달러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힌 것을 비롯,아메리칸익스프레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도 각각 66억달러, 40억달러 규모의 적잖은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뉴욕증시 S&P 500 지수 소속 기업들 가운데 지난해 약 914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이 있었다. 이는 전체 기업 수익의 95%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사주 매입의 결과가 과연 기업이나 주주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미국 증시에서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 더 많은 순이익을 올리게 되고 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하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기업들은 현금배당과 함께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입해 소각함으로써 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지분을 확대하려 한다.
◆ 주주 이익환원 목적…주가 떨어진 경우도
자사주 매입이 기업에 긍정적인 의사결정인지 여부는 논란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고 싶어한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한다는 목표도 있지만 동시에 회사의 재무상황에는 변동없이 발행주식수를 줄여 주당 순익을 높이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이 반드시 주가상승으로 이어져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엑손모빌의 경우 지난해 132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는데 주가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9% 하락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S&P 500 지수는 약 12% 상승했다.
지난해 IBM도 137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12% 하락했고 항공기제조업체 보잉도 32억달러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5% 떨어졌다.
◆ 자사주 매입 기업, 재무적 변화는 없어
자사주 매입을 한다고 해서 현재 그 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주가가 강하게 상승할 만한 이유있는 모멘텀이 있다면 자사주 매입은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 제품 출시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향상될 상황이라면 자사주 매입은 주가의 강세 흐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초보 투자자들로서는 관심을 가진 종목이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고 하면 몇 가지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먼저 자사주 매입이 꼭 필요한가, 혹시 대안이 될 수 있는 투자는 없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인수나 연구개발(R&D) 투자는 그만큼 성공에 대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은 경영진이 사업 활동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단기 주가부양…경영진 스톡옵션 처분 의도도
또 자사주 매입을 할만한 충분한 유동성이 있는가 하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자사주 매입은 적잖은 재무적 유동성을 필요로 한다.
GM이 발표한 50억달러 자사주 매입 계획의 경우 신용등급 개선을 위한 유동성이 줄어들게 돼 오히려 주가를 압박할 수 있다. 기업의 유동성을 긴축시키는 것은 경영진으로서는 긍정적이지 못한 의사결정이다.
또 자사주 매입으로 단기 주가를 부양시키는 경우 대부분 회사 경영진들의 스톡옵션 부여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숨어있기도 하다.
자사주 매입 등 주가 상승을 틈타 내부자들의 매도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스톡옵션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충분히 상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자사주를 매입한 만큼 스톡옵션 실행량이 늘어나게 되면 주식 소각의 의미가 없어진다.
실제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공개적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애플 직원들에 대한 보상계획의 일환으로 연결시키는 발언도 한 바 있다.
◆ 무분별한 자사주 매입 유행 '우려'
또 기업들이 시장 유행에 따라 무분별한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 않은지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뉴욕증시 S&P 500 지수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추가적인 성장이나 수익구조에 대한 계획 없어 자사주 매입을 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주들은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최상의 방안인지를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애플이 지난 2012년 하반기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주가 고점은 대략 90달러대였으나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된 뒤 몇 개월 뒤 주가는 50달러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