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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버드맨' 마이클 키튼 "속옷 질주신 못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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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드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마이클 키튼 [사진=AP/뉴시스]
[뉴스핌=김세혁 기자]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로 할리우드를 주름잡던 배우 마이클 키튼(63)이 오랜 침체를 털고 다시 비상했다. 멕시코 거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손잡은 그는 ‘버드맨’으로 골든글로브 등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커리어 최고의 연기로 호평을 얻은 마이클 키튼은 비록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놓쳤지만 인생사의 다양한 감정을 담은 진솔한 연기로 우뚝 섰다.

영화 ‘버드맨’은 동명의 슈퍼히어로무비 속 주인공 리건 톰슨의 이야기다. 배불뚝이 중년남인 그는 젊은 시절 ‘버드맨’으로 부와 인기를 얻었지만 지금은 빈털터리 신세다. 과거 영광이 만들어낸 허상과 매일 옥신각신하는 리건 톰슨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브로드웨이 무대를 기획한다. 하지만 기행을 일삼는 배우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 탓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재활센터를 들락거리는 딸 샘(엠마 스톤) 때문에 정신병이 날 지경이다.

마이클 키튼은 영화 ‘버드맨’에서 총체적 난국 한가운데서 버둥댄다. 내외적인 온갖 고난 속에 무대를 준비하는 리건 톰슨을 통해 그는 우리 삶의 희로애락을 주마등처럼 펼쳐 보여준다. 평단의 호평처럼, ‘버드맨’에서 보여준 연기는 단연 그의 필모그래피 중 으뜸이다.

“영화가 생각처럼 잘 만들어져 만족해요. 솔직히 기대 이상이에요. 감독이 계획한 롱테이크 촬영방식과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무척 어려웠지만 결과물이 괜찮으니 기쁘죠. 사실 이런 작품에 출연한 자체가 보람 있어요. 아마 결과가 끔찍했어도 자부심을 느꼈을 겁니다.”

팀 버튼의 '배트맨'으로 떴다 대중에 잊혀져간 마이클 키튼. '버드맨'의 주인공 리건과 무척 닮은 인생을 살았다. [사진=AP/뉴시스]
마이클 키튼은 리건 톰슨처럼 화려한 명성을 뒤로 하고 대중의 기억 속에 묻혔던 배우다. ‘버드맨’으로 재기에 성공한 그는 리건 톰슨 캐릭터에 덜 공감이 갔기에 선뜻 출연을 경정했다.

“‘유령수업’ ‘배트맨’ ‘헛소동’ ‘재키 브라운’ ‘잭 프로스트’ ‘화이트 노이즈’ 등 지금껏 출연한 영화 속 캐릭터와 달랐어요. 불만투성이에 애잔하고 불안감이 말도 안 되게 심한 캐릭터라 배우로서 흥미로웠죠. 게다가 리건은 인생 최악의 시점에 놓여 있는데, 정말 고귀할 만큼 용감해요. 돈키호테하고도 비슷할 정도로요. 이런 캐릭터라면 연기할 만하겠다 싶었죠.”

‘버드맨’에서 리건은 극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속옷만 걸친 채 타임스스퀘어를 달린다. 관객들이 인상 깊은 장면으로 꼽는 당시 상황은 마이클 키튼 본인에게도 짜릿함을 줬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타임스스퀘어 신을 찍을 때 물론 엑스트라를 동원했다. 하지만 그 넓은 곳을 엑스트라로 다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때문에 마이클 키튼이 속옷만 입고 질주한 그곳에는 일반인도 가득했다. 속옷 한 장만 걸친 마이클 키튼의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제87회 아카데미시상식 사회자 닐 패트릭 해리스가 패러디할 만큼 화제였다.

'버드맨'의 주인공 리건 톰슨은 잘나가던 과거의 영광이 빚어낸 환영과 싸우는 나이든 퇴물배우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아직도 웃음이 나요. 배우라는 직업의 묘미 아닐까요. 대본에서 문제의 장면을 발견했을 때, 감독에게 빼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었는데 신기하게 별 거부감이 없었어요. 오히려 정말 재미있겠다 싶었죠. 촬영이 시작됐을 때도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절반 정도 찍었을 때 서서히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그제야 ‘이건 미친 짓이야’란 느낌이 팍 오던데요?”

마이클 키튼은 “돌아보면 정말 즐거운 촬영이었다”며 연신 싱글벙글했다. 언젠가부터 연기를 하면서 전혀 설렘을 느끼지 못해왔다는 그는 ‘버드맨’으로 옛 열정을 되찾았다고 자랑했다.

“정말 즐거웠어요. 매 순간 도전의 연속이었으니까요. 솔직히 연기하면서 항상 흥분되는 건 아닙니다. 일하며 설렘을 느끼지 못했던 시기가 꽤 길었고 훌륭한 작품 제의가 들어오지도 않았어요. 재정적으로 어렵지 않았던 게 천만다행이었죠. 제가 절반은 스코틀랜드인이라 돈 관리를 잘하거든요.(웃음) 아무튼 ‘버드맨’으로 예전 열정을 다시 느껴 다행이에요.”

극중에서 최고의 궁합을 보여주는 마이클 키튼(왼쪽)과 에드워드 노튼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버드맨’에서 마이클 키튼은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은 물론 나오미 왓츠,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등 다양한 배우와 호흡한다. 그 중에서도 리건의 신경을 내내 긁어대는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흥미롭다. 두 배우가 처음 만나 즉석에서 리허설을 펼치는 장면, 속옷차림으로 대치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신은 그 중에서도 압권이다.

“에드워드 노튼의 경우, 정말이지 대단한 연기를 보여줬어요. 그가 연기한 샤이너는 자아로 가득한 캐릭터이며, ‘버드맨’에서 실로 다양한 면을 보여줘요. 배짱이 두둑한 면도 있고, 비열한 성격도 가졌죠. 샤이너가 깐깐한 평론가에게 다가가 배우들 편을 들어주는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어요. 제가 나오지도 않는데 말이죠. 용기를 옹호하는 신이거든요. 약간 오싹해지는 기분까지 들 정도로 그의 연기에 놀랐죠.”

배우란 본질적으로 불안에 기초한다는 마이클 키튼. 그는 매일 조심하지 않으면 불안에게 먹이를 주는 셈이 된다며 경계했다. 자신을 노리는 불안을 기반으로 쉴 새 없이 스스로를 갈고 닦아야 마침내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은 무대가 아닌 곳에선 무척 불편했대요. 그가 편히 쉴 곳은 무대뿐이었던 셈이죠. 비슷한 이야기인데, 전 기본적으로 배우는 두려움을 토대로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불안과 두려움은 사람을 갉아먹지만 잘 콘트롤하면 의욕으로 바뀌죠. 가장 중요한 건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저도 오랫동안 쉬었어요. 좋은 작품이 들어오지 않아서였죠. 거절도 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집까지 쫓아와 문을 두드린 것도 아니었어요. 연기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전 알고 있었어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는 것을요. ‘버드맨’요? 물론 한창 좋을 때죠.(웃음)”


마이클 키튼은 누구?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블랙 코미디 ‘버드맨’으로 날아오른 마이클 키튼은 코믹연기자로 데뷔했다.

드라마 단역을 전전하던 마이클 키튼은 팀 버튼 감독의 1988년 작품 ‘유령수업’에서 비틀쥬스 역을 맡아 비로소 재능을 인정 받았다. 점차 인지도가 올라간 그는 ‘배트맨’(1989)에서 팀 버튼 감독과 재회했고 주인공 브루스 웨인을 연기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3년 뒤 ‘배트맨2’에서도 주연을 꿰찬 마이클 키튼은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연기파 겸 흥행배우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화제작에 출연하지 못하면서 차츰 대중에게서 잊혀졌다. 

출연한 작품으로는 ‘헛소동’ ‘페이퍼’ ‘멀티플리시티’ ‘악의 꽃’ ‘재키 브라운’ ‘표적’ ‘화이트 노이즈’ ‘로보캅’ ‘니드 포 스피드’ 등이 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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