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미술품 투자열기 '후끈'…온라인거래도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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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글로벌 경기둔화로 고수익을 낼 만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저 수준이고, 유로존 국가들 중 상당수는 예금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떨어트리고 있다. 그러나 세계 미술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의 양대 산맥인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지난해 총 140억달러(15조1984억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기록한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수준이다.
미술 시장의 활기는 미술품 가격 정보사이트 아트넷(Artnet)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아트넷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작품은 2000점이 넘었고 거래 규모도 100만달러(10억9090만원)를 웃돌았다. 2004년에 판매된 작품 수가 460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지난 11년간 시장 규모가 4배 넘게 커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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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딜로이트와 아트택틱의 2014년 설문조사 보고서] |
회계법인 딜로이트와 미술시장 분석기관 아트택틱이 지난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술품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다는 응답률이 76%로 과반수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2년의 53%에서 23%p(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미술품 거래 당사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업의 동반 성장도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전세계 미술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 기준 659억달러(71조9034억원)로 추산된다고 NYT는 전했다. 이 중 미술 관련 서비스업의 규모가 168억달러로,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미술품 보관 업체 Uovo는 실물자산인 미술품의 유동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Uovo는 아트 딜러들이 즉석에서 거래를 체결할 수 있도록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Uovo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췄다는 점에서 다른 보관업체들과 차별화된다고 NYT는 강조했다. Uovo의 데이터베이스를 잘 활용하면 현장 방문을 하지 않고도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이는 헤지펀드가 블룸버그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와이즈 Uovo 부사장은 "작품마다 바코드가 심어져 있어 애플리케이션(앱)으로도 작품의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이 앱은 작품이 설치된 장소와 최근 이동 경로까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작품이 분실됐을 때 바코드를 통해 좀 더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이는 미술 작품이 거래 수단으로서 갖는 한계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명 작가는 "Uovo 등을 통해 미술 작품이 '표현 수단'이 아닌 '가치저장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미술의 기능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 벤처기업 아트랭크(ArtRank)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이 거래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아트랭크 웹 사이트에는 신예 작가들의 작품에 '매수' '매도' '청산' 주문을 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이 구성돼 있다. 분기별 3500달러를 지급하는 유료 고객 10명에 한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를로스 리베라 아트랭크 공동설립자는 "헤지펀드의 금융공학자가 이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알고리즘에는 미술품의 온라인 거래현황 외에도 전세계 미술품 전문가 40명의 네트워크가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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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랭크 홈페이지의 서비스 안내문. 추정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서 미술수집에 대한 자문을 해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미술품은 사회적 지위나 교양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식되기도 한다. 미국 심리학자 워너 무엔스테베르는 "좋은 미술품을 수집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치 '뭔가 있는 사람'인 듯한 확신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또 미술품은 작품성·미술사적 가치 등 객관적 요소 외에도 즐거움이나 과시욕과 같은 주관적 요소에 따라 가격이 움직인다.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예술 작품을 즐기려는 수요도 확산될 것임을 감안하면 미술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술품 투자가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대표적인 강점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술품을 팔아 얻은 수입에 대해 세금유예 제도를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술품 거래가 미국 국세청(IRS)이 인정하는 구조 하에서 180일 안에 체결됐을 경우 해당 거래의 수입이 자본소득으로 인식돼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술품에 적용되는 과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상속·증여세를 비켜나갈 빌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결세무법인에 따르면 국내 화랑이나 오프라인 경매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다만 미술품은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을 대체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투자 자산과는 달리 공급을 쉽게 늘리기 어렵고, 작품성을 평가하는 기준도 주관적이라 정확한 가치 평가를 하기 쉽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 진품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미국 뉴욕 '미술품 펀드 연합회'의 엔리케 리버만 회장은 "미술 시장은 (주식·채권 등) 전통 투자자산이 가진 결함은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는 다소 '과장'이 섞여 있겠지만, 미술 시장은 규제가 잘 작동하지 않아 거래가 불투명한 게 사실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