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승훈 기자] 사장 공식취임 두 달도 채 안됐다. 그런데도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리테일(소매금융) 재강화를 골자로 한 중장기 전략도 내놨다. 빠르다. 과거대우증권에서 사원부터 시작해 내부를 속속들이 잘 아는 그였기에 가능했다는 게 증권업계 안팎의 전언이다. 토종 대우증권맨으로 입사 28년만에 사장자리에 오른 홍성국 대표이사 얘기다. 뉴스핌은 지난 4일 그를 만나 대우증권의 향후 전략과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KDB대우증권은 산업은행이 43% 지분을 갖고 대주주로 있는, 올해 매각작업이 본격화될 기업이다. 때문에 누가 사장이던 그 임기가 얼마나 지속될 지 솔직히 알 수가 없다. 규정된 임기는 3년이지만 이것이 1년이 될지, 임기를 다 채울지 모르는 일이다. 외풍에 시달려온 대우증권 사장 자리는 본래 그랬다.
홍 신임사장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CEO의 단임 관행이 사실 문제예요. 그런데 저 또한 직원들에게 대놓고 말합니다. 저도 단임될 거라고. 이 자리에 1년 있을지, 3년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우리는 하나를 목표로 10년을 보고 달려가자고 했습니다. 직원들이 열정을 갖고 부서 간 직원들 간 코웍(Co-Work)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성과는 10년이 아니라 1년 안에 올 수도 있어요. 그 뒤엔 누가 사장이 되도 이런 힘으로 대우를 끌고 가면 됩니다."
홍 사장이 취임 후 가장 주력한 부문은 조직안정이었다. 김기범 전 사장의 갑작스런 사퇴와 이후 이어진 후임 사장에 대한 낙하산 논란 속에서 대우증권 임직원들이 겪은 흔들림은 컸다. 다만 28년간 대우증권에 몸담으며 직원들 대부분과 교감해온 홍 사장으로선 여느 신임 CEO들과는 달리 이 같은 조직 추스리기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취임 이후 승진, 조직개편, 성과평가 등 6~7개월 걸리는 업무를 했치웠는데 그 중 가장 쉬웠던 게 인사였어요. 학연, 지연 이런 것 따지지 않으니 고민할 것이 없었죠." 사실 외부에서 온 사장이었다면 업무 파악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을 법한 일이다.
홍 사장은 조직안정에 주력하면서도 대우증권의 장기 10년을 내다 본 전략을 두 달 만에 만들어냈다. '독보적 PB하우스'를 통한 침체된 리테일(Retail) 재건이 골자다. 인력과 비용은 회사 전체의 60~70%가 투여되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물은 적었던 리테일을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판단이 우선됐다. 성과가 나고 있는 세일즈&트레이딩(S&T), 투자금융(IB), 해외부문에 대해선 신규 비즈니스 창출에 힘을 더 쏟겠다는 입장이다.
"독보적인 PB하우스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이 분야에 기회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한 갈래가 PB와 IB가 결합된 'PIB'인데 두 역량을 합쳐 시너지를 낸다면 비즈니스 기회는 급격하게 확대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 PB 명함을 찍고 다니는 사람이 57만여명인데 '가짜'가 절반을 웃돌아요. 진정한 PB가 되기 위해선 세상공부도 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고객에 딱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관리해줄 수 있으려면요. 여기에 대우만이 가능한 '열정과 코웍'을 더한다면 최고의 PB들을 통한 독보적인 하우스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대우증권 만이 가능하다는 열정과 코웍은 대체 뭘까. 그의 한마디 한마디엔 자신감이 묻어나 있었다. "뛰어난 콘텐츠가 다른 회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지금껏 이를 영업에 제대로 활용 못한 측면이 있었어요. 예컨대 컨설팅지원부만 보면 세무, 부동산 등 기기묘묘한 정보가 상당합니다. 하다못해 우리가 중소기업과 언론 간 창구역할도 해줄 수 있어요. 이를 리테일에 적절히 활용할 겁니다. 앞서 경영진의 잘못도 있지만 직원들 역시 열정이 많이 소멸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과거는 다 잊고 올해부터 잘 해보자고 했고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본사와 지점간, 부서간 직원들의 코웍이 중요하다는 게 홍 사장의 판단이다. 조직 내부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그에게 직원들간 협력과 코웍은 큰 어려움이 아닌 듯 보였다.
"부서간 직원들간 코웍이 깨지면 바로 제 귀에 들어옵니다. 외부에서 사장이 왔다면 영업 푸시만 했을테지만 저는 직원들간, 부서간 성과 조율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유상증자, 자사주취득, 계열사 기업공개, 오너지분 관리, 퇴직연금 컨설팅 등의 업무를 보면 부서별 성과보상을 단기에 하다보니 코웍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장으로 있는 한 이 부분은 컨트롤이 가능할 겁니다."
이 같은 홍 사장의 디테일한 영향력과 해결사 능력은 소통을 기반을 한다. 최근 사내인트라넷에 신설한 '직원 제안게시판'만 봐도 개설 이틀만에 100여건 이상이 올라왔다. 지금까지 직원들로선 엄두도 못내던 사장과의 메신저 대화도 홍 사장에게만은 열려있다. 이를 통해 알게된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제안을 회사전략에 반영하고 있다고 홍 사장은 귀띔했다.
그는 "직원간 상하, 수평, 수직간 신뢰도는 전 증권사에서 가장 높을 것"이라며 "서로 부담없이 소통하며 애로를 공감하면서 조직로열티를 높이고 성과도 가시화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고 전해왔다.

업계 안팎에선 홍 사장의 약점으로 리서치쪽에 치중된 경력을 꼽아왔다. 대우에서 증권맨으로 근무한 28년 중 22년여 애널리스트와 리서치센터장으로 일해왔기 때문이다.
홍 사장은 이 같은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는 "사실 관리부문을 잘 몰랐다. 성과배분 방식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광고는 어떻게 집행되는지, 또 30조원에 이르는 운용자산의 복잡다단한 운용구조와 트레이딩영역에서 벌어지는 디테일에 대한 부족함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지금은 관련부분에 대한 스터디를 빠르게 해나가고 있고, 특히 전문분야는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지게 하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적재적소에 최고의 전문가를 배치하고 성과를 독려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열정을 갖게하는 것이고, 이게 CEO로서의 주된 역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매각을 앞두고 일부 불안감을 갖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그는 "비인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매각 여부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판단할 문제"라며 "다만 이를 대비한 전략이 독보적 PB하우스 구축이자, 열정과 로열티를 높이는 기업문화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주변 여건에 휘둘리지 않는 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10여년 남짓 주인없이 있으면서 업계 내 독보적인 시장점유율과 파워를 일정부분 잃었던 대우증권. 토종 대우증권맨 홍성국 사장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부활의 날개짓을 통해 명가 재건에 성공할 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홍성국 사장 약력]
-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 졸업
- 대우증권 입사(1986.2)
- 법인영업부(1990.2)
- 투자분석부(2006.3)
- 리서치센터 총괄상무(2009.5)
- 홀세일사업부장(2011.12)
- 미래설계연구소장(2013.8)
- 리서치센터 총괄 부사장(2014.12)
- 대우증권 대표이사 사장(2014.12~현재)
저서 : 디플레이션 속으로 (2004.9), 세계 경제의 그림자, 미국(2005.12.15), 글로벌 위기 이후 (2008.12), 미래설계의 定石(2012.3), 세계가 일본된다(2014.10)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