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양섭 기자] "자회사를 상장시키 위해 모든 준비를 대부분 다 마쳤다가 상장 실익이 크게 없다고 판단해서 잠정 보류시켰다."
익명을 요구한 상장사 A사 임원의 얘기다. 그는 최근 유예된 섀도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행사)제도' 이슈를 예로 들면서 "유예된건 다행이긴 하지만 결국 3년 뒤에 하겠다는 건데..(자회사를) 상장시키면 이런 제도와 관련해서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일단 보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섀도보팅이란 상장기업이 주주총회 의결정족수가 부족할 때 예탁결제원에 주주들이 맡긴 주권에 대해 의결권을 대리행사해 줄 것을 요청하는 제도다. 예탁결제원은 의결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총 참석 주주의 찬반투표 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 제도는 대주주가 소액주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주총을 운영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연말에 폐지될 예정이었지만, 업체들의 준비가 미비한 현실을 감안해 3년 유예됐다.
기업공개(IPO)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일부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최근 상장한 삼성SDS와 상장을 앞둔 제일모직 등에 IPO 대어들에 부동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공모시장이 활황을 보이는 듯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중소형주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LED 패키징 전문기업 이츠웰은 지난 15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18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상장 일정을 거쳐 오는 2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었던 업체가 돌연 상장을 연기한 것이다. 이츠웰 관계자는 "회사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연말에 상장 일정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기관수요에서 예상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받은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상장을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날 상장 철회신고서를 낸 타이어금형 업체인 세화아이엠씨도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5~16일 청약 예정이었던 SK제1호스팩과 골든브릿지제2호스팩 등 2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도 앞서 지난 12일 공모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이번 달 들어서만 자발적으로 상장을 연기한 곳이 4곳에 달한다.
하종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장유치부장은 "내년 3월정도까지 실적이 나오는 것을 본 뒤 시장에서 적정한 가치를 평가받겠다는 취지로 상장 일정을 연기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