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섬의 암록색 바위에 둘이 포개 앉아 한없는 행복감에 쌓여 바다만 바라보았었다. 봄 햇살이 수면에 찬란하게 부서지고, 우리들 바로 위에서 갈매기들이 끼륵끼륵 날아다녔다. 갈매기 울음과 물기 어린 청아한 목소리. 풍요롭게 밀물이 들이차고, 그 밀물이 우리가 앉은 바위 뒤로도 차오리라는 것은 까맣게 잊은채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날이 어둑해져서야 뒤를 돌아보자, 우리 등 뒤로 삼킬 듯이 들이차 있던 바닷물. 찰랑찰랑대는 파도 소리. 우리의 바위섬이 작디작은 무인도가 되어 바다 가운데에 둥둥 떠 있을 때의 공포와 당혹! 작약도는 멀어지고, 밀물은 우리의 발끝을 적시며 차오르고....순간, 녹아드는 얼음배에서 물 속으로 첨벙 빠지듯, 잠겨가는 무인도에서 바닷물로 훌쩍 뛰어내렸다. 아내가 될 처녀를 업고,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 속을 저벅저벅 걸어 멀리 떨어져버린 섬으로 올라서던 내 머릿속에는, 어릴 적의 강렬한 상쾌함이 반짝이고 있었다.
작약도
그대가
바닷물에 떨어지는 봄햇살처럼 찰랑이며
반짝이는 언어로 노래하고
작약꽃처럼 흔들릴 때
나는 마냥 행복했다
그대가
청아한 목소리로
갈매기 울음소리 흉내 내고
정감어린 얘기를 건네올 때
나는 그대의 밝음을
메아리로 고스란히 돌려주는
그대 앞에 선 의지의 산이 되고 싶었다
암록색 바위섬에 포개 앉아
바다를 함께 바라보는 우리는
수평선을 향해
타오르고 있었다
석양보다 아름다운 불을
마음의 극지까지 지피며
그날 얻은 영감으로, 시를 다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쓴 이것. 아내의 청아하고 밝은 자아를 메아리처럼 있는 그대로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의지의 산’. 그것이 고작 황량한 겨울 산이었단 말인가. 물 오르는 봄 산이나, 신록이 물드는 여름 산, 붉게 타오르는 가을 산도 아닌, 겨울 산. 우둔한 곰처럼 먹먹하게 서 있는 겨울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