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문제없이 이루어지던 매출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비 시장이 얼어붙고 있었다. 환율도 치솟아 수입 상품인 제품 가도 올라버렸다. 소비가 얼어붙는 판에 가격마저 오르니 매출이 일어날 리 없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단단하다고 믿던 소비자 망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었다. 경제가 심히 어려울 때라 한번 무너진 소비자 망은 회복이 쉽지 않았다.
바트화가 폭락할 조짐을 보이면서 태국 경제가 우리보다 먼저 무너지는 통에 방콕에 깔아놓은 라인, 투자된 돈도 물거품이 되었다. 하지만 무엇에 휩싸였는지 사업을 포기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나가야겠고 뒤에서는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형국이 되었다. 소비자 망이 무너졌기에 매달 이백만 원 이상의 매출을 일으켜야 했던 것이다.
자가소비 약간을 빼면 월 백만 원 이상의 물건을 사재기해야 했다. 매달 생돈이 나갔다. 집에 물건들이 쌓여나갔다. 일부는 소비시키더라도 다음 달엔 또 물건을 사야 했다. 물론 제도적으로 포기는 가능하다. 물건들을 반품하면 환불해 주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일 순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불 폭이 줄어들긴 하지만. 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들어간 돈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불황 속에 다른 대안을 찾기도 만만치 않았고, 보다 큰 이유는 끝까지 견디면, 이 난관을 뚫고 나가면,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으리란 미련한 기다림, 이미 확신이 되어버린 도그마 비슷한 그 무엇 때문이었다.
포기되어선 안 될,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할 것만 같은 그 지독함이 머릿속에 또다시 세뇌되듯 박혀버린 것이다. 게다가 내가 세운 다운 몇 명이 물불 안가리고 뛰는 바람에 이러한 확신은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이그제큐티브(사업가)들이 비슷했다. 그리고 Q회사와 유사한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가 테헤란로 일대에 무수히 포진되어 있었다. 무수한 욕망들이 이 아름다운 이름의 거리를 따라 결합하고 부서지고 몰려다니며 별의별 사연들을 만들어나갔다.
그 거침없는 환상의 현실적인 댓가가 나에겐 바로 매달 물건 사재기와 재고 누적, 적자의 확대였다. 더욱이 사업을 포기하는 다운들이 무더기로 반품을 하는 통에 입금되었던 얼마 안되는 돈마저 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다운들과 돈을 모아 낸 빌딩 한구석의 조그만 사무실이 언제 꺼질지 모를 불빛을 밝히고 있었다.
네트워크 마케팅에 뛰어드는 무수한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바로 욕망 문제이다. 이 시장에 눈을 뜨면 욕망이 극대화되어 버린다. 아니 무한 팽창해 버린다. 자기 하기에 따라 대륙 하나 먹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네트워크 마케팅에 뛰어든 처음 며칠은 설레임과 흥분 속에 밤잠을 설치게 된다. 자기 안의 협소한 것들이 부서져 나간 자리에, 무한한 대양 같은 것이 넘실댄다.
자기 안에 커질대로 커져 버린 욕망과 꿈에 자기 자신도 놀라버린다. 와, 나도 이런 것이 가능하구나. 빌 게이츠나 워렌 버펫 같은 대부들과 자신을 동일 수준, 아니 그 이상으로 올려버린다. 자기 안에서 하늘을 발견한다. 자기 잠재력의 극한, 미처 깨닫지 못한 파워를 껴안고 감동의 폭소를 터뜨리기도 한다.
무한수열로 증가할 수 있는 다운라인들. 국내로 세계로. 아직 오픈하지 않은 남미, 중국, 유럽의 어느 국가로, 그 어디이든. 계속된 신제품 출시와 온라인 비즈니스까지 확장되는 영역. 그로 인한 무한대의 수입 창출. 경제적 독립과 시간의 자유. 자유자재의 기회 창출 가능성. 역사상 이런 시기에 태어난 것에 대한 행복. 자기 자신의 세계화. 꿈의 정복. 새로운 대륙, 새로운 신화의 탄생....
물론 욕망과 자유의 무한 팽창은 좋다. 하지만 그 무한 팽창된 욕망은 내려올 줄을 모른다. 덜어내거나 비우기가 좀처럼 어렵다. 세미나마다 스폰서마다 욕망의 극대치를 향하도록 달군다. 자기도 달궈진다. 모두가 달궈져 욕망의 도가니를 만든다. 이렇게 초고열로 달궈진 도가니는 웬만한 바람으로는 식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렇게 잔뜩 달구어진 욕망을 실제로 따먹는 사람은 소수이며 대부분은 욕망의 실현자는커녕 욕망의 노예 내지 피해자, 아니면 성공에 대한 몽상가로 머물기 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