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소영 기자] 중국이 막대한 외화보유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화보유액이 지나치게 늘면서 중국 경제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 전문가는 과도한 외화보유액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이 환율 자율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위융딩(餘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최근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외화보유액이 지금처럼 계속 늘어나면, 중국 경제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3조 9500만 달러에 달한다. 2013년 말보다 1300억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올해 말 중국의 외화보유액이 4조 40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달갑지 않은 외화보유액 증가
풍부한 외화보유액은 금융위기의 충격 방어,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국제 사회에서 국가 신용도 상승 등 국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중국에선 요즘 지나치게 불어난 외화보유액이 오히려 안정적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의 외환관리 규정에 따라, 외화보유액이 늘어나면 중국 인민은행은 상업은행으로 부터 더 많은 외화를 사들여야 하고, 이로인해 시중에 대량의 통화가 풀리게 된다. 시중에 풀린 통화는 물가상승과 통화 가치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교수는 "외화보유액이 늘어나면서, 1달러 당 발생하는 한계비용이 잠재 수익률을 훨씬 웃돌게 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외화보유액이 생산을 저해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대외자산의 구조적 문제도 외화보유액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대외자산이 외화보유액에 집중돼있고, 외화보유액 구성은 미국 국채에 편중돼있다.
이 때문에 미국 국채가 장기간 낮은 수익률을 유지하면서 중국 외화자산 가치도 축소되고 있다. 채권 수익률이 갈수록 내려가는데, 중국의 채권 자산은 계속 늘어나 중국의 투자 수익이 곤두박질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 외국자본의 대중 투자 수익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국제 수지 통계에서 중국의 대외 자본 투자 수익이 몇 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중국 인민은행이 보유한 3조 8800억 외화자산 중 대외순자산 1조 9700억 달러의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3%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의 대중국 직접투자와 지분투자의 수익률은 23%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2013년 중국의 대외투자 수익은 59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규모가 2012년보다 70%가 늘었다. 최근 30년 동안 두번 째로 큰 적자 규모다. 2011년엔 853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
중국 외환관리국에 따르면, 2005~2012년 중국의 대외투자 평균 수익률은 3.3%였다. 이 기간 외국자본의 대중 투자 평균 수익률은 22%에 달했다. 중국이 3조 8800억 달러를 가지고 연간 1280억 4000만 달러의 수익을 냈지만, 외국자본은 대 중국 투자를 통해 연간 3300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셈이다.
위융딩 교수는 "중국의 외화보유액 증가세와 대외투자 수익률 악화 현상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10년 내 중국은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을 상품·자원과 기술 수입에 사용하지 못하고, 외국자본의 대중 투자 수익으로 고스란히 바치게 될 것"이며 "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이 멈추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 무역흑자와 금리가 외환유입 촉진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으로 대다수 신흥국가는 자본 유출과 외화보유액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외화보유액은 왜 늘어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2013년 4분기 대외 수요가 늘면서 무역 흑자규모가 확대된 것을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중국의 수입 증가율이 낮아진 것도 무역 흑자폭을 늘리는 요인이 됐다. 지난해 위안화 가치 상승 기대에 따라 대규모 자금이 중국에 유입된 것도 외화보유액 증가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고, 무역 흑자 규모가 줄어들었지만, 중국의 외화보유액 증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쩡강(曾剛) 중국사회과학원 은행연구실 주임은 "만약 달러 금리가 오르고 중·미 양국의 금리 차가 줄어들면 중국의 외화보유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지만, 반대라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테이퍼링과 위안화 환율 변동 추세로 볼 때, 국제 핫머니의 중국 유입 동기가 약해졌기 때문에 외화보유액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환율 자율화로 시장 안정 꾀해야
위융딩 교수는 "중국은 외화보유액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이고, 환율을 자율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 교수는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형성되면 환투기 수요가 줄어 들게 되고, 이는 중국으로 유입되는 핫머니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3월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기존의 ±1%에서 ±2%로 확대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위 교수는 "위안화 환율을 자율화 하는 것은 순금 자산을 늘리는 등 자산구조를 다변화하는 것 보다 훨씬 빠르고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중국 외환 당국이 지나치게 신중을 기하고 있다. 환율 문제에 있어 정부가 좀 더 대담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환율 자유화를 촉구했다.
[뉴스핌 Newspim] 강소영 기자 (js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