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기업 사냥꾼의 농락 때문" 주장
[뉴스핌=정경환 기자] 디지텍시스템스가 상장 폐지의 기로에 섰다. 국내 1위를 자랑했던 우량기업의 갑작스런 몰락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디지텍시스템스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 심사로 인해 지난달 13일 이후 주권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는 앞서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달 12일 디지텍시스템스의 2012년 재무제표에 대한 감리 결과, 약 400억원 규모의 매출·매출채권 등과 80억원 규모의 유형자산 허위 계상 사실이 적발된 데 따른 조치다.
디지텍시스템스는 불과 2~3년 전만해도 저항막 터치스크린패널(TSP) 생산 능력에서 국내 1위 업체였다. 2012년 매출 2368억원과 영업이익 143억원을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1918억원, 영업이익 52억원을 기록했다.
지식경제부 지정 감성터치 플랫폼개발 및 신산업화지원 기업 및 수출입은행의 2013 상반기 히든챔피언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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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2년 디지텍시스템 주가 및 거래량 추이, 삼성증권. |
한 우량기업의 갑작스런 몰락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른바 '기업 사냥꾼'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 기능성식품 업체 고제를 인수해 상장 폐지로 몰고 갔던 지와이테크가 엔피텍으로 이름을 바꾼 뒤, 디지텍시스템스를 같은 방식으로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
디지텍시스템스 소액주주 측은 고제 사건 당시 주모자였던 최재관 씨와 관계된 인물들이 현재 디지텍시스템스 최대주주 및 경영진으로 있는 사실을 그 근거로 들었다.
최재관 씨의 전 부인이자 디지텍시스템스를 인수한 엔피텍의 최대주주인 최명순 씨와 고제 구조조정본부장 출신의 김창성 씨 등이 그들이다.
소액주주 관계자는 "최재관 씨 등이 디지텍시스템스의 법정관리 행을 막고, 상장 폐지시키려 하고 있다"며 "상폐 후 회사를 싼 값에 손에 넣으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디지텍시스템스는 지난달 26일 회사 임직원이 채권자 동의를 구하고 대표이사 승인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하며, 같은 날 법정관리 개시 신청을 철회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뉴스핌은 디지텍시스템스 측의 입장을 들어보려 수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 5일 디지텍시스템스의 상장 폐지 실질 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회사 측에서 회계 및 경영개선계획 관련 자료 제출을 불이행함에 따라 오는 26일로 결정이 미뤄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는 기초 자료만 제출된 상태로, 향후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등을 살펴 대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이후 다음 달 16일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폐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디지텍시스템스 전 대표 정 모(47) 씨와 전직 임원 남 모(47)씨, 공범 유 모(43)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12년 2월 사채업자 등을 동원해 디지텍시스템스를 인수한 뒤 부족한 인수자금을 채우기 위해 이 회사 자금 17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디지텍시스템스 소액주주 관계자는 "유 모 씨는 지와이테크 대표였고, 정 모 씨와 유 모 씨는 당시 디지텍시스템스 경영진들이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