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동호 기자] 반도체에 이어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에 대해 선두를 유지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지난 15일자 뉴욕타임스(NYT)는 '삼성, 불안한 선두(Samsung; Uneasy in the Lead)'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이 지속적인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과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닌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로 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과거 2류 전자기업이었던 삼성이 일류기업들을 빠르게 추격한 결과 이들을 모두 제치고 1등이 됐으나,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트렌트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간 삼성전자는 잘 정비된 기계와 같이 하나의 트렌드를 포착해 이를 두고 경쟁하면 다른 어떤 기업보다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으나, 앞으로는 스스로 새로운 트렌트를 만들고 이를 선도해 나가야한다는 것.
'삼성과 소니'의 저자인 장세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교수는 "과거 삼성은 항상 누군가를 쫓아가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특별한 전략이 필요 없었다"며 "따라서 정상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삼성에게는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 등 기존 강자들과 경쟁하며 1등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최근엔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물량공세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특히 중국의 샤오미 같은 기업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휴고 바라 전 구글 이사를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기존 하드웨어 부문의 강점 외에도 소프트웨어 개발력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6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임직원에게 "자기만족에 빠지지 말고 더 잘해야 한다"며 목표와 이상을 더욱 높게 잡으라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과거 20년 전에도 "부인과 자식 빼고는 모두 다 바꿔라"는 말로 삼성의 혁신을 이끌어왔던 이 회장이 다시금 고삐를 조이기 시작한 것.
삼성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마트워치 '갤럭시기어'가 기대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 역시 이 회장에게 더 큰 위기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애플이 아직 스마트워치를 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삼성이 야심차게 선보인 제품이 시장에선 혹평을 받은 것. 이는 트렌드 세터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이 곡면 스크린을 적용한 TV를 내놓은 것 역시 트렌드 세터의 지위를 갖기 위한 노력의 연장선으로 평가되지만 일각에선 삼성이 '기술을 위한 기술'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삼성은 새로운 미래의 길에 대한 단서를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찾고 있다. 삼성은 이미 지난해 최고위급 임원들을 실리콘밸리에 보냈으며, 이들은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강자가 되기 위한 답을 찾고 있다.
삼성이 지난 2월 한국과 캘리포니아, 뉴욕 등에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한 것 역시 이 같은 판단의 결과다. 또한 삼성 엑셀레레이터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7월과 9월 각각 캘리포니아주 팔로 알토와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됐으며, 삼성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자금을 받은 기업은 제품을 삼성에 독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NYT는 여전히 대부분의 의사 결정이 한국에서 이뤄진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혁신을 향한 삼성의 의지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또한 삼성이 풀어야 할 숙제로 구글에 대한 의존성을 줄여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의 스마트폰 대부분은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작동되고 있는데, 이를 벗어나야만 삼성의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시장에서 팔린 스마트폰의 81%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애플의 iOS는가 12.9%, MS의 윈도는 2.6%에 그쳤다.
최근 하드웨이 기기의 발달과 함께 스마트폰에서의 하드웨어적 차별성은 점차 사라지는 모습이다. 결국은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와 관련 앱, 기타 서비스가 더욱 중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경쟁자인 애플의 경우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아이폰의 성공 신화를 만들었다. 소위 '애플빠'라고 불리는 애플의 마니아 고객들은 애플이 강력한 무기이며 이들의 소프트웨어가 가진 매력 덕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반면 삼성의 고객들은 여전히 낮은 충성도로 인해 언제든지 다른 스마트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은 삼성 이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삼성이 수년째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 역시 이 때문. 또한 삼성은 조만간 일본업체와 함께 '타이젠'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키로 한 상태다.
NYT는 다만 삼성은 노키아나 블랙베리와 달리 애플의 공격을 견뎌냈다고 강조하며 삼성은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동호 기자 (good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