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100억 이상 영화 관상·스파이·베를린도 채택 안해"
[뉴스핌=함지현 기자] 박근혜정부가 '문화융성'을 4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계에서는 스태프의 복지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시도인 표준근로계약서 채택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29일 '영화스태프 표준 근로계약서 채택 실태' 자체조사 결과를 통해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스태프 표준 근로계약서'를 발표한 2011년 5월부터 2013년 개봉작 57편 중 스태프 표준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영화를 제작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제작비가 100억원 이상 투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상', '스파이', '베를린'과 같은 영화들도 스태프 표준 근로계약서를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스태프를 대상으로 4대보험을 적용한 영화는 '공모자들' 단 한 편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면 영진위가 영화스태프 표준 근로계약서를 발표한 이후 이를 자발적으로 수용한 영화제작사는 단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표준 근로계약서가 현장에서 권고사항일 뿐이라 현장에서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근로자의 고용환경 개선과 복지증진을 위한 '노사정 이행 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표준 근로계약서 이행을 수차례 권고했다"며 "그러나 권고는 권고일 뿐 영화 제작 현장에서는 전혀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최근 보도를 통해 영화 '관능의 법칙'(감독 권칠인, 제작 명필름)의 경우 전 스태프가 표준 근로계약서에 의한 계약을 체결했고,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제작 JK필름)은 감독급을 제외한 스태프가 표준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며 "그러나 이 외의 어떤 작품들이 표준 근로계약서를 채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고 영진위도 실정을 모르고 있기는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영화스태프 표준 근로계약서는 내용의 미흡함은 차치하더라도 영화스태프의 고질적인 저임금과 복지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첫 시도"라며 "표준 근로계약서가 유령정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진위의 적극적인 유인정책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특히 영진위가 권고했으니 할 일 다 했다는 인식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균 의원실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스태프 표준 근로계약서'를 발표한 이후인 2011년 5월부터 2013년 8월 사이 제작된 영화를 대상으로 하되, 이 중 저예산 독립영화를 제외하고 약 100개 이상의 상영관에서 상영된 상업영화 75편에 대해 조사했다. 조사에 응한 영화제작사는 57개사였으며, 2개사는 응답을 거부했고 나머지 16개사는 전화번호 변경 등의 사유로 조사가 불가능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