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4배 웃돈 7월 PPI…인플레 압력 재점화
서비스 물가·도매 마진 급등이 상승 견인
9월 금리 인하 기대 99.9%→94.5%로 후퇴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지난달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서려던 기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7월 PPI는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0.2%)의 4배를 넘는 수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 역시 0.9% 올라, 전망치(0.3%)를 크게 웃돌았다. 식품·에너지·무역서비스를 모두 제외한 지표도 0.6% 상승해 2022년 3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PPI가 3.3% 올라 2월 이후 최대폭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근원 PPI(전년 대비)는 3.7%로, 예상치 2.9%를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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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산자물가지수(전월비, 저년비) 흐름, 자료=BLS, 2025.08.14 koinwon@newspim.com |
◆ 서비스 물가 급등이 상승 주도
이번 PPI 급등에는 서비스 부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7월 서비스 가격은 전월 대비 1.1% 오르며 2022년 3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특히 기계·장비 도매 마진이 3.8% 뛰어 전체 서비스 가격 상승분의 30%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엘시 펑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관세 비용의 약 64%를 자체 부담해왔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RSM US의 조 브루술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도매물가 흐름은 곧 소비자물가로 이어지며, 이번 PPI는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금융시장 반응…주가 하락·단기채 금리 상승
발표 전 보합권에 머물던 미국 주가 지수 선물 가격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 동부시간 오전 8시 45분 기준 다우지수 선물은 0.45%, S&P500 선물은 0.49%, 나스닥100 선물은 0.59% 하락했다.
반면 연준의 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일시 1bp(1bp=0.01%포인트) 오른 3.693%까지 튀어올랐다. 예상보다 뜨거운 물가 수치에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탓이다.
이번 PPI와 이틀 전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달 말 공개될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산정에 반영된다. CPI는 예상과 부합했으나, PPI가 강하게 나오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의 확신은 다소 약해질 전망이다.
현재 CME페드워치툴에 반영된 9월 인하 가능성은 94.5%로 하루 전의 99.9%에서 하락했다.
◆ BLS 통계 신뢰도 논란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노동통계국 국장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보수 성향 헤리티지재단의 이코노미스트 E.J. 안토니를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는 BLS 통계의 정확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비농업부문 고용보고서(NFP)의 일시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한 인물이다.
BLS는 예산 삭감과 인력 감축으로 자료 수집 방식 일부를 변경했으며, 이번 7월 PPI 발표는 약 350개 항목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이후 처음 나온 보고서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