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데이, KB은행 통섭형 인재는 구직자에게 '가혹'
[뉴스핌=박기범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둥근 보름달 만큼이나 풍성하게 찾아온 한가위. 하지만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소위 '취준생'들에게는 벼락치기를 위한 연휴였다.
정옥주(27·서울)군은 추석 당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연휴 대부분은 도서관에서 보내고 있다. 추석 전에 공채 지원한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에서 서류 심사를 합격한다는 전제 아래 인적성 및 필기 시험 준비를 위해서다.
같은 곳을 준비하는 류민석(27·수원)군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술형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신문스크랩, 주요이슈에 대한 의견 정리 및 약술형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경제지식용어를 준비하기 위해 이번 추석은 도서관행이다.
예금보험공사를 준비하는 김 모양(24·여·서울) 역시 벼락치기하며 빠듯하게 준비하고 있다. 소위 'A매치 데이'에 시험을 보는 금융공기업 중 가장 적은 인원을 뽑는 곳이 예금보험공사다. CPA 준비 경험자가 주로 지원하는 경영 직렬에 CPA 준비 경험이 없는 김 양이 필기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선 추석 연휴는 사치에 가깝다.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뚫기 어려운 취업 門
세 학생 모두 뜬금없이 금융권에 지원한 것이 아니다. 정 군은 꾸준히 금융권 지원을 준비해왔다. 대학교 2학년 때 AFPK, 금융 3종 자격증을 땄다. 또한 보험, 카드, 증권, 은행 등 금융권역별 공모전에서 두루두루 입상하며 금융권을 착실하게 준비해왔다.
정 군은 "제가 AFPK 자격증을 땄을 때는 나름대로 드문 케이스였어요. 대학교 취득자가 별로 없었거던요. 하지만 요새는 취득자가 많아져 우대자격증이 아니에요. 그래서 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공모전을 보험, 증권 등 종류별로 준비했어요"라며 금융권을 준비했던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류 군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김 양은 개인적으로 재무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따로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또한 부족한 회계지식을 만회하기 위해 재무관리, 재무회계, 경영학 모두 CPA 기본강의를 듣고 기본서 위주로 공부해 왔다.
하지만 취업이 점점 힘들고 치열해지고 있어 세 학생 모두 취업준비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
◆A매치 데이, KB은행 통섭형 인재는 구직자에게 '가혹'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등 금융공기업은 다음달 19일 같은 날 신입공채 필기시험이 예정됐다. 김 양은 "A매치 데이는 구직자 입장에서 너무 가혹해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의 업무 특성 등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한 사람, 더 적합한 사람을 뽑을 수 있더라도 아무래도 지원자들이 한 곳을 '선택'해야하는 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A매치 데이는 원래 축구 국가대표팀 간 경기가 열리는 날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직자들의 취업 우선순위에 있는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입사시험을 치르는 날을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한편 류 군은 KB은행의 통섭협 인재에 부담을 느껴 기업은행에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현황을 전했다. 류 군은 "인문학을 강조하는 KB 통섭형 인재는 아무래도 부담이에요. 그래서 KB은행보다 기존 공부에 집중해 기업은행에 집중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또 요즘 금융권 불황에서 불구하고 기업은행만큼은 채용인원을 유지해 더 기업은행이 취준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듯 해요"라고 평가했다.
통섭형 인재는 금융·경제분야 지식뿐 아니라 인문학을 포함한 일정수준 이상의 다양한 학문 소양을 겸비해 통찰력, 종합적인 사고력, 상상력과 창의력 등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의미한다. KB국민은행은 스펙 위주의 채용을 지양하고 차별화 된 우수인재 선발을 위해 기존의 학력·전공·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더욱 발전시킨 통섭형 인재 채용방안을 실시한다.
[뉴스핌 Newspim] 박기범 기자 (authenti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