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원 눈치보며 중요 결정 뒤로 미뤄
[뉴스핌=노희준 기자] 임원 성과보상체계 수술에 나선 금융권이 감독당국만 바라보고 있다. 급여 총액 삭감 여부와 비율, 기본급과 성과급의 비율 등 핵심적인 문제는 감독당국의 관련 결정 뒤로 슬쩍 밀어놓은 것이다. '눈치보기' 속에 연봉 손질 문제에서는 리딩뱅크가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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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2년 기준, 단위: 백만원, 성과급 제외 |
해외에서 표준적으로 사용하는 성과지표 등을 사용해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우려가 많은 정성적인 평가요소를 대폭 줄여 계량화했다. 또한 정성적인 것이라도 명확한 기준을 마련, 임의적인 평가가 개입될 여지를 최소화했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지표와 관련한 연구는 거의 다 했고 성과지표는 많이 개선해 놓았다"며 "지표는 상당히 타이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금융이 아직 성과보상 개편 작업을 마무리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가장 이목이 집중돼 있고 핵심적인 사항은 금융권 성과보상체계 점검에 들어간 금융감독원의 결과 발표 이후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앞의 KB금융 관계자는 "(급여) 총액 한도와 기본급과 성과급의 믹스 비율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감독원에서 지침을 주면 그것에 준해서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종 개편안 확정 시기를 두고는 "10월 정도는 돼야 개편안을 확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보상위)를 열어 주요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 개선안을 결정하려던 신한금융지주 역시 보상위를 열지 않고 관련 논의를 연기했었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감독원에서 성과보상 체계를 검토하고 있어 감독원 방침 등을 보고 결정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면 된다"며 "전반적인 작업은 거의 했지만, 혼선을 줄이기 위해 조금 보류해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나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앞서 급여 자진반납을 선언한 금융지주가 성과보상 체계와 관련해 은행권을 선도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들이 먼저 내놓은 것은 성과보상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안이 아니라 잠정적인 반납이다. 이는 원상복귀될 여지가 크다.
하나금융은 지난 8월부터 김정태 회장이 급여의 30%, 최흥식 하나금융 사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20%, 임원은 10%를 반납했다. 농협금융도 농협중앙회와 함께 지난달 21일 올해 임원 급여의 10%를 반납키로 결정한 바 있다.
금융권이 이처럼 성과보상체계 손질에서 선뜻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급여문제 자체가 이해 관계가 첨예한 데다 금융권 고연봉 논란 속에 휘발성이 강한 이슈여서 섣불리 개편안을 내놓았다가는 여론의 질타 등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별 금융기관이 패러다임 시프트를 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큰 방향은 감독기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혁신적인 변동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총액을 좀 줄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수동적인 금융권의 연봉 손질 개선 작업이 당국과 여론의 질타에 밀린 '생색내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성과보상 체계 개편에 앞서 개별 임원별로 급여 수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 등이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