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론재개 신청서 제출…마지막 반전 시도?
[뉴스핌=강필성 기자] “마지막 주사위가 던져졌다.”
최태원 SK 회장의 항소심 공판을 지켜보는 재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최 회장 측에서 선고를 4일 앞둔 상황에서 변론재개 신청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SK그룹 안팎에서는 마지막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재까지 이 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재판부가 변론 재개를 거부할 수 있고 또 변론이 재개되더라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측에서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카드가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모양새다.
6일 현재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은 지난 5일 최 회장 측 변호인이 신청한 변론재개 신청을 두고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김 전 고문이 대만에서 체포된 이후 선고 연기에 대한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선고 연기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회장 측이 이번 변론 재개를 요청한 것은 적잖은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현재 분위기대로 선고가 이뤄진다면 최 회장이 주장해온 무죄는커녕 1심과 유사한 실형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재판부는 항소심 내내 최 회장 측 진술이나 주장에 적잖은 의구심을 보여 왔다. 최 회장의 신문에서 “이번 진술이 거짓말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는가 하면 “김원홍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1심의 진술을 항소심에서 모두 뒤집었다는 점도 재판부의 불신을 초래하는 이유가 됐다.
때문에 최 회장 측에서는 김 전 고문의 체포를 통한 증인신문이 진술의 신뢰성을 높이고 적어도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재판부도 김 전 고문이 체포된 이후 선고 연기를 고민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전 고문은 이 사건의 핵심이자 배후로 지목돼 왔다. 재판부 스스로도 “이 사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김 전 고문으로 보인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이런 김 전 고문의 신문을 진행하지 않고 결론을 내게 된다면 판결의 경중을 떠나 성급한 재판이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선고를 무작정 미루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주요 피고인인 최 회장의 구속기한은 오는 9월 30일이다. 특히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이달 10일에 법적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9일이 선고임을 감안할 때, 변론이 재개된다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피고인들을 보석으로 풀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이다.
그동안 재판부가 휴정기간에도 공판을 열 정도로 심리를 서둘러왔던 것도 구속기간 만료에 앞서 선고를 내리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때문에 이번 최 회장 측의 변론 재개 신청에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여부는 미지수다. 재판부가 김 전 고문 신문에 무게를 둘지, 예정된 선고에 무게를 둘지 SK그룹 안팎에서는 재판부의 입만 바라보는 상황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결국 변론 재게 신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고 연기 및 변론 재개를 결정하는 것은 모두 재판부의 판단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 측은 지난 5일 오후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