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최태원 SK(주)회장 형제와 함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김준홍 전 대표가 1심 진술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특히 김 전 대표는 1심 검찰 수사 당시 진술이 SK그룹 법무팀과 최태원 SK 회장 변호사 등과 긴밀하게 협의한 사실을 밝혔다.
또 김 전 대표에게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수차례 검찰 조사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는 진술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21일 서울고법 형사합의 24부(재판장 문용선)는 최 회장 형제의 배임·횡령 혐의 관련 재판에서 김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갔다. 이날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은 최 회장 측이 검찰 조사에 대응하는 방법과 그 과정이었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검찰의 수사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김앤장 로펌과 SK 법무팀 변호사들이 참석하는 대책회의가 이뤄졌다”며 “여기에서 모두 내가 뒤집어쓰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됐고 검찰에서 이 내용대로 진술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해야 사건이 작아지고 나도 무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김 전 대표는 처음 검찰 진술에서 최 회장 형제는 펀드 인출과 무관하며 자신과 김 전 고문의 개인 거래였다는 진술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이 진술은 검찰이 최 회장과 김 전 대표의 접견 증거를 제시하면서 무너졌다.
김 전 대표는 “당시에 검찰이 증거를 제시하고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자수하러 온다는 말을 듣고 더는 숨길 수 없다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김 전 대표와 SK 측과의 협의는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최 부회장은 검찰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한 뒤에도 김 전 대표에게 “내 이야기는 끊어서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혐의를 낮추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그렇게 하면 선지급 결정이 회장님 책임으로 갈 것 같다”고 답했다고 진술했다.
이 외에 이번 펀드 인출 사건의 핵심인 김 전 고문이 검찰 조사 과정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 부회장은 검찰 조사 당시 휴대폰을 김 전 대표에게 주며 중국으로 도피한 김 전 고문이 연락을 할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의 증언에 따르면 김 전 고문은 이 전화로 수시로 연락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김 전 고문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다 잘 끝난다. 대법원까지 가면 무죄를 받을 수 있다. 내가 준비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김 전 고문이 1심 판결 이후에는 ‘너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고 질책하기도 했다”며 “예전에는 최씨의 ‘최’라는 말도 꺼내면 안 된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최 부회장을 빼내야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전 대표의 증언은 기존 증언과 배치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김 전 대표는 재판부의 “최 회장이 펀드 인출과 관련 질타를 했느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450억원에 대한 세무조사 때 인출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당시에 질책을 받고 그 뒤 서먹서먹해져 회장을 찾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최 회장이 펀드 선지급의 배후이자 의사결정권자라고 진술해왔기 때문.
재판부는 “기존 진술과 성격이 아주 다른 것 가다”며 “이전까지 증언이 허위라는 이야기냐”고 캐물었고, 김 전 대표는 “기존 진술은 2008년 10월 펀드설립 과정을 설명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