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서정은 기자] "올해 중소형주 강세가 이어져온 배경 중 하나는 매미의 힘입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부장의 분석이다.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등 제도권에서 훈련받은 인력들이 개인투자자로 변신하면서 기업 탐방과 분석능력을 갖춘 전문투자세력이 중소형주 투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트레뉴, 메종리브르, 대우 트럼프월드 등 여의도 고급 오피스텔에 자리잡은 '매미'들의 자금 운용규모를 수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부터 많게는 수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영향력이 확인된 대표적인 사례로 중소형주 장세가 꼽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정보력이 좋고, 탄력적 운용이 가능한 매미를 찾는다"며 "그러다보니 매미들은 중소형주에 투자를 하고, 중소형주가 오르면서 매미들이 큰 손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그야말로 중소형주는 호시절을 맞았다. 대형주가 엔저와 경기부진 등 외풍에 밀려 고꾸라진 사이 중소형주는 정책 수혜, 대형주 이탈 자금을 흡수하며 승승장구 해왔다.
중소형주의 장세를 제외하고서라도 매미들의 무기는 또 있다. 정식 등록된 업체가 아니라 제도권의 규제를 받지 않는데다가 정보력은 현직 종사자들에 뒤지지 않아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제도권 업계는 펀드를 운영할 때 10%룰이나 MP(모델포트폴리오) 추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하지만 매미들은 이같은 제한이 없어 중소형주 장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 IB 담당자들도 매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면서 자금여력을 확보한다는 후문도 들린다.
A 증권사 IB 관계자는 "매미들이 IB나 리서치센터 출신들이 많아 이쪽 업계 사람들과 매미들의 친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매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확한 근거가 없다보니 얘기가 정해지는 정도"라며 "이것이 드러나면 문제가 커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매미들의 전성시대가 장기간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부정적인 답을 내놨다. '중소형주로 흥한 자 중소형주로 망한다'는 것.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꾸준히 오르던 코스닥 시장이 다시 부실해지면서 매미들의 손해가 극심하다는 얘기가 있다"며 "매미 뿐 아니라 매미에서 자문사로 탈바꿈했던 신규 자문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미들만의 고유 영역이 있다보니 이들의 존재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며 "어떤 식으로는 증권업계가 떠안게 될 부분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