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은지 기자] 지난 4개월간 약세를 계속해온 엔화가 키프로스 사태를 계기로 일시에 급등, 안전통화 위치를 재확인 했다.
이는 엔 매도 세력에게는 경고음이면서 성장률 진작을 위해 엔화 약세에 의존하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의 경기 부양책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18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월요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화 대비로 2% 강세를 보였다. 키프로스의 구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로존에 대한 우려를 또다시 점화한 데 따른 것.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은행 예금에 과세할 방침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이러한 조치가 다른 나라로 번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이 유로화에 대한 매도를 확대했다.
엔화의 급작스러운 상승세에 놀란 것은 외환 시장만이 아니었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자 일본 증권 시장이 단번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월요일 일본 증시는 전날보다 2.7%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엔화가 장기간 하락세에 이어 단순한 조정을 받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WSJ은 이것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며, 시장이 불확실하면 엔화의 안전통화로서의 매력은 더욱 부각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즈호 은행의 사토시 테이트 딜러는 "10년 이상 우리는 위험회피 수단으로 엔화를 사왔다"며 "엔화는 안전통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무역 수지가 악화됐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이러한 관행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위험시 엔 매수는 자동 반사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월요일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 대비 93.45엔까지 하락했다. 이는 3월 13일 이래 최저치이자 금요일 95.25엔에서 추가로 하락한 것이다.
앞서 지난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신청 때에는 달러/엔이 108엔 위에서 105엔 선까지 급격한 강세를 보였으며, 최근에는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정치적 교착상태로 판명되었을 경우에도 94엔 대에 거래되던 환율이 92엔 아래로 떨어지는 등 엔화는 지정학적인 위기 때마다 안전통화 지위를 재확인받았다.

외환거래인들은 위험 회피 수단으로 엔화를 보유하는 한 가지 배경으로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를 든다. 최근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기는 하지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엔화에 대한 '초과' 수요를 의미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또 다른 요인은 유동성이다. 유동성이 깊은 시장(deep market)은 안전 자산 통화에 중요한데, 이는 투자자들이 금융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빠르고 싼 가격으로 거래하는 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UFJ의 타카오 야하타 매니저는 "통화야말로 언제 어디서든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엔화로 자산을 도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엔화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통화이다. 2010년 현재 전체 외환거래량 중에서 엔화는 19%를 차지, 달러화(84.9%)와 유로화(39.1%) 다음으로 많다. 외환거래 비중은 환율이 두 개 통화의 쌍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전체를 200%로 놓고 측정한 것이다.
일본에 대한 시장의 믿음도 굳건하다. 크레디 아크리콜의 유지 사이토 외환담당 이사는 일본이 15년간의 디플레이션과 잦은 경기침체에 시달려 왔지만 여전히 세계 3위 경제 대국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요인이 투자자들 사이에 믿음을 얻게 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안전통화의 지위를 잃으려면 국가 부채 문제를 통제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아직 생각하기 힘든 일이고 일본 스스로도 가장 원치 않는 일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