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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문의 風流 여행기] 무당③ 동해안 오구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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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음을 향한 존재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것은 죽는다. 그러나 살아있는 자는 죽음을 경험할 수 없다. 단지 다른 사람의 죽음 통해 죽음을 이해할 뿐이다.

몇 년 전 나보다 세 살 어린 동생의 죽음을 보았다. 병 앞에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떠났다. 나 역시 죽어가는 동생에게 아무 것도 해줄 것이 없었다. 그저 동생의 이마에 내 이마를 대고 “동생은 착한 사람이니 반드시 일어 날 거다.”라며 말로만 용기를 불어 넣어 준 것 외는 한 일이 없다. 무덥던 8월 마지막 날 오후 동생은 한마디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 한 많은 이승을 떠났다.

동생이 죽은 후 술만 먹으면 동생 생각이 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아버지의 죽음은 받아들여지는데 동생의 죽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한많은 죽음을 달래 주는 동해안 오구굿이 서울 한국문화의 집에서 열렸다. 공연이 아니라 1박 2일 간 실제로 망자의 영혼을 천도하는 굿이었다. 깨끗하게 목욕한 후 밤 샘할 준비를 단단히 하고 굿판을 찾았다.

굿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굿의 종류에 대해 설명한다. 굿은 세종류로 나눈다. 마을의 안녕을 비는 마을굿, 개인의 제액초복을 비는 개인굿, 무당 개인을 위한 신굿이 그것이다.

마을굿은 대동굿, 도당굿, 별신굿, 부군당굿 등으로 불리며, 통상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대보름 사이에 마을 사람들의 추렴으로 한다. 개인굿은 재수굿, 넋굿(오구굿, 씻김굿이 여기에 해당됨) 병굿 등이 있다. 신굿은 내림굿, 진적굿이 있다. 내림굿은 무당이 되기 위한 굿이고 진적굿은 1년 또는 3년에 한번 무당 자신이 모시고 있는 신에게 치성드리는 굿이다.


굿 판은 화려했다. 동해안 세습무가 모두가 총 동원된 굿이었다. 핏줄로 얽혀있는 그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했다. 故김석출가, 故송동숙가, 故신석남가 등이 그들이었다. 관람객을 위해 굿의 순서를 알리는 거리를 하이얀 한지에 붓글씨로 가지런하게 써 붙이고 거리가 끝날 때 마다 떼어냈다.

나는 동생의 한 많은 넋이 이 굿판에 내려 모든 원한 풀길 간절히 기도하며 굿속으로 빨려 들어 갔다.

동해안 오구굿의 특징은 줄풍류(가야금, 아쟁 등 현악기) 없이 괭과리, 징, 장구, 북 등 타악기로만 양중(남자 무당을 일컫는 말로, 화랭이, 사니 등으로도 불림)들이 바라지(도와준다는 뜻의 무속 말)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구 한쪽이 요강 꼭지처럼 툭 튀어 나왔는데 이런 장구로 치는 푸너리 장단은 전문 국악인들도 따라하지 못할 정도의 높은 수준이라 한다.

굿은  자리눕힘(굿을 시작하기전 망자를 모심)  부정굿(굿당의 부정을 물림) 제사(유교식으로 지냄)  골매기굿(저승문을 관장하는 골매기 신을 맞이하는 굿)  문굿(망자를 청하기 위해 문을 여는 굿)  청혼(망자를 부름)  문답설문(하늘의 이치와 굿당 제물 등에 대해 당골과 양중이 서로 묻고 답함)  오는 뱃노래 굿(망자에게 굿을 받으러 오라고 청함)  조상굿(조상에게 굿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함)  초망자굿(망자의 한을 풀어주는 굿)  극락다리 놓기(망자가 극락가기를 기원하는 굿)  놋동우굿(장수가 망자가 저승길 갈 때 도와 주라고 하는 굿)  발원굿(바리데기 사설)  염불축원(망자의 극락기원 염불)  시무염불(망자가 저승가는 것을 소리로 들려주는 염불)  넋 일구기(망자가 가족들과 만나게 해주는 거리)  판염불(망자를 극락으로 보내기 위해 외우는 불경)  노래굿(꽃노래, 초롱등 노래, 뱃 노래 등을 부르며 초청된 모든 신들을 즐겁게 해주는 거리)  길가름(망자를 저승길로 보내는 거리)  전정 밟기(굿당 철거) 소진(지화, 망자의 옷 등을 태움)  시석(소진하는 동안 잡신들에게 먹을 거리를 대접함) 순으로 진행됐다.

굿판 내내 꽹가리와 장구를 고막이 터지도록 아주 빠른 장단으로 몰아 갔다. 우리들이 흔히 보았던 사물놀이 패의 휘모리 장단 보다 더 빠른 장단으로 신을 청했고 신을 달랬다.

그렇게 신명나게 굿판을 몰고 가다가는 어느 순간엔 불교의 신묘장구대다리니 경을 소리하며 숙연하게 만들었다. 바리데기 구연후에는 진도 아리랑,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과 같은 노래로 관객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기도 했다. 한 많은 원혼이 즐겁게 놀다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저승으로 안 갈 수 없게 만드는 굿판 이었다.

다음날 오후 3시경 굿은 끝났다. 한 많은 세상을 떠난 동생의 넋이 말을 걸어 오는 것 같았다. 미소띠며 저만치 걸어가는 납작한 동생의 뒤통수가 가물가물 멀어져 갔다. 내 웃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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