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사막 위의 도시? 아무리 대단한들….” 금융감독원 A팀장은 중동행 비행기 안에서 이런 의문을 품었다. 한·중동 금융협력추진단의 일원으로 떠나던 중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엽합(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GCC(걸프협력회의) 국가의 엄청난 경제개발 프로젝트는 대부분 도시개발로, 그곳에 살 인구는 충분한지, 산업 기반은 있는지, 공장이 들어설 공단은 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경제논리라면 충분한 인구, 산업, 물류, 도시 등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오일 머니(oil money)가 제아무리 대단한들 제2의 산업화 붐은 '모래 위의 성'이 될 것이 뻔했다.
이런 그가 9~15일 동안 UAE 수도 아부다비와 두바이에서 중동의 유력 인사들에게 들은 얘기는 놀랄만한 것이었다.
우선 우리나라에 관한 관심이 컸다. 원래 추진단의 목적인 ‘한국 알리기’를 얼마나 잘해낼 지 부담이 있었는데 오히려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고 경제발전 배경까지 잘 알고 있었다.
A팀장은 “UAE에 한국 기업이 만든 화력발전소와 담수화 시설을 돌아봤는데 현지의 평가는 기대보다 훨씬 높았다”고 했다.
◆ 4시간 거리 안에 20억 소비시장, 저임금 노동력 물류 세제혜택 넘쳐
중동의 자신감도 넘쳤다. 다음은 두바이에서 열린 라운드 테이블 행사 때 나눈 대화다.
“도시만 짓는 게 아니냐?”
“무엇이든(anything) 다 있다.”
“무슨 의미냐?"
“완공된 도시의 배후에 공단을 완공했다. 프리존(자유무역지대)에 화학 철강 전자 등 클러스터별로 입주하면 된다. 세금도 없다. 일할 사람은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에서 싸게 사오면 된다. (UAE 원자력)전기 인프라는 한국이 만들어주지 않았나. 담수 시설은 두산이 했고. 기술력 있는 한국 기업만 오면 된다. GCC 국가의 총인구는 4300만 명으로 이민에 대해 개방적이다."
“중동에서 제품을 만들면 어떻게 운반할 것이고, 판매할 시장은 있나?”
“걸프만을 중심으로 원을 그어보라. 비행기로 4시간 거리에 유럽 인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다 도착한다. 인구 20억 명이 있는 시장이다. GCC 국가끼리 FTA(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하고 있고 역내 국가를 잇는 철도까지 만들어 단일 시장이 돼가고 있다. 싼 임금의 노동인력, 철도 항만 항공 등 물류, 낮은 세금, 전기 물 등 산업기반 시설, 엄청난 소비시장까지 모든 게 있다.”
◆ “절대 대출 부도 없는 나라”
오일머니의 흐름도 바뀌었다. 선진 금융회사에 주로 투자했지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본 이후 대상을 바꿨고 지역도 중동으로 회귀하거나 한국 중국 등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국부펀드는 2000~2008년까지 아시아지역 투자비중이 7%에 불과했지만 2010년 신규투자액의 49%나 됐다.
지난해 말 중동 국부펀드 규모는 1조9000억 달러로 전 세계 국부펀드의 36%를 차지할 만큼 더 커졌다. UAE와 카타르 국부펀드는 유럽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 뜨겁다.
GCC 지역 상업은행의 자산은 현지 유동성 증가로 자산규모가 2004년 3447억 달러에서 2010년 9395억 달러 급증했다.
이런 중동 경제활동의 특징은 철저히 ‘인맥’ 중심으로 왕족과 인연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중동에는 대출해줬다가 부도나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다만 거래 시간과 결제가 느려질 뿐”이라며 “왕족 등 패밀리비즈니스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다 알고 하는 일이라 돈을 갚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