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전 민주통합당 곳간에 있던 1470만여 쌀 가마는 지금 얼마나 남아 있을까.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데, 얼추 지난 5년 가까이 쌓아뒀던 쌀 가마가 그대로 있는지 계산을 할 필요가 있겠다. 내일을 생각한다면 누가 내 치즈를 옮겨갔는지 확인할 시간이다.
덧셈의 곳간인지, 뺄셈의 곳간인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덧셈의 주인공과 뺄셈의 장본인을 구분하는 것도 민주당으로서는 한번쯤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12월19일 민주당 곳간에는 햅쌀 1470만여 가마가 수북히 쌓였다. 정당정치 현실적틀에서 정권교체 야당성을 믿어야 해서, 문재인의 5개 ‘문(門)’을 열고 싶어서, 안철수의 ‘새로움’에 동참하려는등 다양한 자기판단아래서 모여진 쌀 가마다.
중산층과 서민의 벗을 대변하는 ‘민주당’ 간판으로 역대 대선에 모은 것중 제일 많았다. 대선전 대부분 야권 지지자들은 물경 1470만여 가마를 획득하면 야권 후보가 책임 농사꾼으로 충분히 선택받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책임 농사꾼으로 여권 후보가 선출됐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100만여 가마의 차이로 ‘문’은 닫혔다.
해가 바뀌고 1월18일, 한 달이 지났다.
박근혜 책임 농사꾼이 대통령 당선인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 달뒤에는 국회에 국내외 인사 4만여명을 초청해 취임선서를 보란듯이 해야한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이끌어야하기에 준비된 여성 대통령일지라도 눈코 뜰 새가 없을게다.
박 당선인 특유의 ‘자택 정치’형태를 ‘밀봉 정치’ ‘깜깜이 정치’ ‘일방통행 정치’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곳곳 퍼져 나오나 대한민국에서 현재 가장 막중한 책무감을 안고 고민하는 이는 박 당선인이다.
‘소명형 리더’로 스스로를 옭아메는 경향이 짙은 그는 앞으로 더더욱 ‘원칙과 신뢰의 대통령‘리더십을 드러내려고 할 것이다. 지난 대선때 쌓은 1570만여 쌀 가마의 무게를 최소한 이겨내야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를 꾸리고,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하고, 새 정부 조각작업을 진행중이고, 행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대선공약 실천 프로그램을 짜내는등 좌고우면하지 않고 박근혜 당선인은 막 걷고 있다.
그런데 정권교체, 시대교체를 외쳤던 제1 야당 민주당의 오늘 모습은 어떠한가.
한 달여간 민주당의 행적을 보면 그 곳간에 그 날의 쌀 가마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지지자들도 자신의 쌀 가마를 그대로 보관해야 하는지, 빼내야 하는지 헛갈리게 만드는 게 작금의 민주당 행태라는 힐난이 거세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12월19일 “ 패배를 인정한다, 하지만 저의 실패이지 새 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들의 실패가 아니다”며 자신의 부족함을 앞세우며 새 정치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문 전 후보는 이후 캠프 해단식에서 ‘친노의 한계’ ‘ 민주통합당의 한계’ ‘진영논리 한계’등을 꼽으면서 “전체의 부족했던 부분을 해결해 나가야 선거의 패배가 새로운 희망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서로를 위무하고 격려했다.
그러나 문 전 후보가 무대에서 내려온 뒤 민주당은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질려야 질수 없는 싸움에서 졌다는 비판을 당안팎에서 날카롭게 받고 있고 패배에 따른 열성 지지자들 ‘멘붕’상태가 심각한 까닭에 일견 내부분열양상마저 관측된다.
친노와 비(非)노, 주류와 비주류가 얽히고 설켜서 대선 패인에 대한 ‘네 탓’공방이 볼썽사납게 전개되고 근래는 전당대회 당권투쟁의 기미도 엿보인다. 변혁은 현실에서 출발할수 있지만 현실만 고집할 때는 변화와 쇄신은 다른 집 이야기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비대위가 출범한지 3일째다. 3일이 석달같다. 참으로 어렵다. 죽어라고 해도 또 일이 생기고, 욕하는 사람도 있고 아주 죽겠다”고 토로했다. 대통령 비서실장, 열링우리당 의장, 5선 의원 관록을 지닌 정칫밥 40년넘게 먹은 그가 이럴 정도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옆에서 보지 않더라도 훤하다.
앞서 박기춘 신임 원내대표도 지난달 29일 “우리는 더 이상 계파가 없고 갈등이 없다. 오늘이 갈등과 계파와의 싸움이 없어지는 마지막 날이다”며 당선인사를 했다.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대선후 당내 계파싸움은 ‘활활 진행중‘인 것 같다.
"냉정한 평가로 새정치 설계도를 마련하겠다고“고 문 비대위원장은 오늘도 힘줘 말하고 있지만 당내 인사들은 과연 대선평가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중 어디에 더 눈길을 둘련지.
정당정치에 정파성이 절대 부정적 존재는 아니고 없을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도 특정층에서는 대선 수개표 재검표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대선 패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반성은 없고 그저 ‘네 탓’책임전가와 회피공방만 하는 계보 패거리들은 ‘곳간을 축내는’ 세력 다름 아니라는 게 지지자들 비판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당이 덧셈의 곳간 정치로 나서길 바란다.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박 당선인이 자신들을 위한 덧셈 정치를 해주길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선 공약의 구조조정, 슬림화 주장도 목청이 상상외로 큰 지지자들의 덧셈요구라는 지적이 그냥 뜬금없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안철수 팬들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통공약에 대한 입법,행정적 절차를 진행하고, 대선 투표시간 연장여부에 대한 여야 논의를 시작하고, 대선 결선투표의 필요성등을 국회에서 진지하게 협의하는 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덧셈의 차원에서.
유불리를 떠나 여야가 이번 대선과정에서 날카롭게 대립했던 쟁점들이 5년뒤에 다시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선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같은 한 달의 시간을 보냈다.
지금 각각의 곳간속 쌀 가마를 헤아리면 한 달 전과 차이가 분명히 있다. 어디서 늘고 줄었을까.
쌀 가마는 원래 특정 정당의 고유의 것이 아니라 유권자 개개인의 소유라는 걸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알아야 한다. / 논설위원 명재곤
[뉴스핌 Newspim] 명재곤 논설위원 (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