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불황이 짙으니 돈 준다는 곳은 많아도 쓸만한 돈 끌어 모으기는 쉽지 않죠. 회사채 시장도 어려운 상황이고, 은행에만 기대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재무상 다소 리스크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해외 동반펀드처럼 정부차원의 자본과 기업의 파트너십은 든든한 부분이죠."
한 대기업의 자금담당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운영하는 '해외 동반펀드(코퍼레이트 파트너십)' 제도가 장기불황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찾는데 자양분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경제의 위기상황이 곧 우리 기업들에게는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자본력을 등에 업으면 해외시장을 좀더 넓게 보고 장기적으로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력과 장기투자 여력이 충분한 국민연금과의 '맞손'은 결국 투자여력이 다소 떨어지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확보는 물론 욕심나는 먹잇감에 과감하게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7일 관련업계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해외 동반펀드는 국내 주요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 국민연금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 기업과 1대1 매칭투자 형태로 공동 펀드를 결성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프로젝트펀드인 셈이다.
국민연금은 투자대상 확대와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의 측면에서, 기업은 성장동력 확보와 해외시장 경쟁력 강화의 측면에서 '윈윈'할 수 있는 프로세스다.

이중 포스코(POSCO), KT&G, 동원, SK, GS건설, LS, KT 등 7개사는 올해 들어 해외투자를 위한 위탁운용사를 최종 선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위탁운용사는 매물을 찾고 상담역할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펀드총액의 30% 이상 출자를 통해 사실상 전략적투자자(SI)의 역할을 담당한다.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아직 연금 약정을 확정짓지 못한 인천공항공사, 현대그룹, LG생명과학, 넥센그룹 등 4개사를 포함하면 해외 동반펀드 결성은 총 24개사로 늘어나게 된다.
양해각서를 체결한 대기업 21개사의 연금 약정 규모는 무려 6조6760억원이나 된다.
단적으로 올해 위탁운용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PEF활동을 벌이고 있는 KT&G(3920억원), 포스코(4000억원), 동원(2900억원), SK(4000억원), GS건설(2940억원), LS(3000억원), KT(4000억원) 등의 약정액만 2조4760억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매칭펀드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될 투자금을 포함하면 최소 13조원이 넘는 자금이 해외시장 개척에 사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자본력은 해외 M&A(인수합병) 뿐만 아니라 해외 공장 인수 등 시설투자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통상 2년 단위 연장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조기상환의 부담을 덜면서 해외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간적 여력도 충분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계약체결 후 펀드가 결성되고 금융당국 신고절차가 마무리되면 자본 납입이 가능해진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장기투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장기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금융모델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MOU 체결 기업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위탁운용사가 적당한 매물을 찾으면 자본납입에 차질이 없도록 검토해서 조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이 2000만명에 달하는 연금가입자의 돈으로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즉 재벌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연금 관계자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과도 공동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며 "다만, 주요 대기업과의 공동투자와는 달리 해외진출 경험 등이 제한적인 특수성을 고려해 위탁운용사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한 투자구조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해외 동반펀드는 새정부가 들어서면 정치권의 분위기에 따라 방향성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내년 이후에는 신규 약정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