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윤경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은 고삐를 죄어야 마땅한 대상이 됐다. 욕심에도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은행 시스템을 마비 직전까지 몰고 간 건 분별없이 욕심을 낸 은행들이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은행들이 규제의 바깥에 있는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이용해 신용위험이란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펑 터져버린 것이다.
그림자 금융이란 단어는 채권펀드운용사 핌코(PIMCO)의 한 임원이 지난 2007년 잭슨홀 회의에서 사용한 데서 비롯됐다. `유사금융`이라고도 한다. 은행과 비슷한 기능, 즉 돈을 빌려주는 기능을 하지만 은행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와 헤지펀드, 사모펀드, 구조화투자회사(SIV), 자산유동화 등이 대표적이며 기관이나 상품 모두를 포괄한다.
리먼이나 베어스턴스 모두 그림자 금융에 과도하게 기댔던 것이 문제였다. 이들은 장부상 위험자산을 그림자 금융에 보내 `위험하게` 운용했다. 시중금리가 낮아지면서 높은 수익률이 요구되자 파생상품의 공급은 늘어났고 이 수요를 채우기 위해 부실한 거래자에 대한 대출도 늘어나게 됐다. 그러면서 이 위기를 막고자 하는 부도위험파생상품, 즉 신용부도스왑(CREDIT DEFAULT SWAP; CDS)까지 탄생시킨다. '금융혁신', 즉 금융공학의 발전과 이에 대한 경외는 그러나 리먼의 파산과 함께 도미노처럼 무너졌고 파생상품, 그리고 이를 키운 그림자 금융은 위기를 키운 메커니즘으로 지탄 대상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그림자 금융은 몸집을 불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3배나 불어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그림자 금융 규모는 67조달러, 우리 돈으로 약 7경37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요 20개국(G20)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지난 18일 그림자 금융 규모를 이렇게 추정하고 이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도 그림자 금융 규제에 잰걸음을 해왔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내년까지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제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림자 금융에 역기능만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규제의 틀에 갇힌 은행은 할 수 없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돈을 필요한 곳에 전달할 수 있다. 또한 `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개념은 어느 정도 선까지는 금융을 눈부시게 발전시킨 공로가 있다.

또 다수의 미국 소재 다국적 기업들이 발행하는 단기 채권의 3분의 2 정도는 MMF가 소화하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그림자 금융을 옥죄려고만 나선다면 많은 은행들뿐 아니라 기업들도 중요한 자금조달원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은 최근호에서 유럽의 우주항공 산업체 EADS와 같은 곳도 그림자 금융없이는 단기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면서, 그림자 금융이 어떻게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EADS가 정상적으로 돈을 벌려면 항공기를 생산해 팔아야 하는데 항공기 값은 너무 비싸 빨리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몇 시간 안에, 하루 안에 돈을 빌려야 하는데 은행을 통하면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그림자 금융이 대안일 수밖에 없는 이유란 설명이다. 그리고 FSB의 규제가 빠른 시일내에 구체화되고 있지 못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그림자 금융에 대한 FSB의 개념 정립 자체가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전했다. 구조적으로 덜 위험한 그림자 금융까지도 과도한 투명성을 요구받을 수 있다는 것.
FSB 역시도 기업 등에 있어 그림자 금융의 수요가 많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림자 금융이 금융 시스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따라서 금융 시스템을 또다시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절한 감독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까지 FSB는 자본부담금(capital charge)을 부과하는 방안, 그리고 은행권의 그림자 금융에 대한 규모에 제한을 두는 방안 등을 시사해 왔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기자 (s91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