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골프장에 오면 캐디와 꼭 싸우는 골퍼들이 있다. 볼이 잘 맞으면 별 문제없이 지나간다. 하지만 캐디와 싸우는 골퍼는 기껏해야 한 달에 한번 라운드도 못하는 축에 든다. 그러니 볼이 제대로 맞을 리 없다.
볼이 잘 안 맞으면 어디 풀 데가 없다. 동반자가 친한 친구사이라면 모를까 점잖은 체면에 속으로 화를 삭여야 하니 죽을 맛이다.
이때 가장 만만한 게 캐디다. 더블파나, 트리플보기가 나오면 거리를 잘못 알려 줬다거나, 클럽을 잘못 줬다느니 캐디 탓으로 돌린다.
거리 계산이나 클럽 선택은 골퍼의 몫이다. 캐디는 조언자에 불과하다. 5번 아이언이 120m를 나갔다 150m를 나갔다 하는 데 무슨 재주로 꼭 맞는 클럽을 골라 주겠는가.
지난 주말 오랜만에 필드에 간 K사장도 잘못 없는 캐디를 구박하는 속 좁은 골퍼가 되고 말았다.
후반 마지막 그늘집 다음 홀에서 K사장이 홀아웃하고 그린에서 내려오는데 캐디가 묻는다. “사장님 지금 뭐 했어요.”
K사장은 쇼트 퍼팅을 미스해 열이 받은 상태였다. "왜 그래, 지금 퍼팅했다."
눈치 없는 캐디는 “아니 그것 말고 뭐 했냐고요.”
그러자 K사장은 “나 보기 했다. 됐나.”
여기서 그냥 끝났으면 아무 일 없었는데 캐디는 “아닌데. 따블 했어요. 티 박스에서 한 번하고 벙커에서 한번 하고, 나무 밑에서도 한번하고, 그린엣지에서 또 한 번하고, 그린에서는 두번 했잖아요.”
또박또박 ‘한 일’을 세는 캐디 때문에 ‘뚜껑’이 열린 K사장은 “야, 내가 변강쇠냐 6번이나 하게.”
캐디는 아차 싶었는지 “사장님 5번 한 걸로 해드릴게요.”
아무튼 그 후로 K사장은 ‘6번’으로 통한다.

[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