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기대만큼 실망도 컸다.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이어 2일 유럽중앙은행(ECB)까지 어떤 통화완화 조치도 취하지 않자 증시는 가파른 하락으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회의에 앞서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드러낸 만큼 시장은 이날 회의 결과가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기대를 모았던 국채 매입과 관련해 드라기 총재가 수 주 안에 밑그림을 마련할 것이라는 언급으로 신호를 보냈을 뿐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시장의 비판이다.
◆ ‘진퇴양난’ 이미 결론 내려진 게임
고용을 비롯해 미국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연준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앞서 두 차례에 걸쳐 공격적인 QE를 실시했던 연준이 시장의 높은 압박과 기대에도 꿈쩍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펴는 데 따르는 리스크를 감안할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배경은 이보다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 내재돼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추가 QE의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사실 버냉키 의장이 진퇴양난의 상황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추가 부양책의 기대 효과가 낮지만 어떤 행보도 취하지 않을 때의 리스크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유로존의 부채위기와 국내 재정절벽 리스크를 감안할 때 연준이 부양에 나서지 않을 때 결과가 더 우려스럽고, 이 때문에 결과가 흡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주지하면서도 부동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상황은 ECB도 마찬가지다. 드라기 총재가 회의 전 위기 극복 의지를 강하게 밝혔지만 ECB의 진화는 처음부터 한계가 정해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독일 측과 이견조차 좁히지 못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ING 그룹의 카스텐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는 시장이 원하는 위기 대책을 시행하든 하지 않든 혹평을 받게 될 것”이라며 “특히 시장의 기대를 대폭 높여놓은 만큼 스스로 고행길을 택한 셈”이라고 말했다.
◆ 기대 못 버리는 시장, 트리거는
이틀간 연이어 시장을 실망시킨 연준과 ECB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기대를 내려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연준의 주장대로 경제 상황이 나빠질 경우 ‘행동’에 나선다면 부양에 나설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주장이다.
TD증권의 에릭 그린 채권 리서치 헤드는 “연준이 제시한 잣대를 기준으로 미국 경제는 이미 추가 QE를 실시해야 할 상황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매니지먼트의 잭 팬들 채권 전략가는 “연준을 재촉할 수 있는 것은 유로존 상황과 경제 지표”라고 말했다.
유로존 부채위기가 크게 악화되거나 고용을 포함한 경제지표가 뚜렷한 위험 신호를 보낼 때추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밑도는 동시에 실업률이 8% 중후반으로 상승세를 보일 경우 연준의 부양에 불을 당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두 차례의 QE가 기대했던 경기 회복 효과를 내지 못한 만큼 이번에는 다른 형태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ING의 팀 콘돈 리서치 헤드는 “시한과 금액을 미리 정하지 않은 상태로 QE를 실시해야 좀 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 수위만큼 ECB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이견을 좁히는 문제가 관건이다.
주변국 국채 매입을 포함한 굵직한 현안에 대해 정치권의 지지가 확보되지 않고서는 ECB가 ‘마이웨이’를 고집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RBC 캐피탈 마켓의 제임스 애슐리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없지 않지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은 내키지 않을 것”이라며 “독일을 포함한 주요국 정부의 적극적인 공조가 없이 ECB 홀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