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Economic Forum Questionnaire
제1회 서울이코노믹포럼 사전인터뷰
대담: 제리 포라스(Jerry Porras), 스탠포드대학 경영대학원 교수
대담자: 뉴스핌 유용훈 특파원
일시: 2012년 5월 2일
[인터뷰 전문]
1. 교수님의 저서중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Built to last>은 세계 많은 기업들의 경영필수 서적으로 자리잡았다. 교수님이 보는 관점에서 ‘핵심가치’ 설정에 성공하고 이것이 경영성과에 반영되는 ‘성공한’ 한국기업을 꼽아주시고 그 이유를 설명해 달라.
= 우선 삼성이 생각난다. 삼성은 1980년대에는 선도기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90년대말 삼성을 경영하기 시작하면서 바뀌었다. 이 회장은 당시 “부인과 아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바꿔라”라고 말한것으로 안다. 이것은 매우 강력한 목표지향적 성향(powerful orientation)이며, 바로 우리가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한 연구에서 발견한 기업의 ‘핵심 가치(core value)’와 같은 것이다.
연구를 통해 우리가 발견한 것은 아주 기본적인 몇개의 핵심가치 설정과 이같은 핵심가치를 유지(enduring the purpose) 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핵심 관념(core ideology of a company)이란 점이다. 미국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선경지명(visionary)이 있던 기업들은 바로 이같은 기업의 핵심관념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매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삼성에 있어서는 이 회장의 이같은 핵심가치가 삼성으로 하여금 변화를 받아들이게 했고, 격변의 시기에 삼성을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연구한 기업들을 바탕으로 할 경우, 보통 기업들은 3~5개 핵심가치를 갖고있다. 물론 다른 가치들도 있지만 이것들은 전략적 가치로 전략이나 상황이 바뀔 경우 변화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삼성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삼성의 핵심가치는 지속적인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이 회장은 가치 혁신(value of innovation)란 새로운 핵심가치도 소개했다. 고품질의 상품개발 이란 (핵심)가치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상품의 혁신도 추구한 것이다.
또 이를 위해 해외에서 인재를 삼성으로 끌어들이면서 변화를 꾀했다. 아울러 내부 인재들을 해외로 파견, 미국이나 유럽기업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또한 마케팅 기법 등을 배우고 느끼게 했다. 이 회장을 통해 삼성의 문화는 외부인력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변화와 함께 해외파견 내부인력을 통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도 동시에 꾀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말한다면 일본 기업들은 아나로그 상품에 안주하는 사이 삼성은 빠르게 디지털화로 변화하며 전자제품의 미래화에 적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Built to last’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기업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한국 기업들이 갖고있는 약점도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리고 그 약점은 바로 변화를 보다 빨리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나 아시아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이같은 도전을 극복하는 일은 어떻게 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보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줘야 하는가라는 메트릭스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세계가 너무 빨리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지역간, 국가간 연계성이 보다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기업들이 이런 환경을 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대응하기가 쉽지 않게됐다. 따라서 이같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하는 기업이 바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기업들에게 있어 실질적으로 외부(해외)의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일수 있는가하는 문제다. 현질적인 도전 중 하나가 바로 언어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민자와도 관계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볼때 이민자가 많지 않았고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이민의 역사다. 실리콘밸리의 예를들면 많은 중국인과 베트남인, 인도인 들이 역할을 하고있고, 첨단기술 기업들이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 사회의 에너지가 되고있는 것이다. 미국 역사에 있어 초기에는 유럽인들이 대부분 이민자였지만 지금은 아시아와 중남미 이민자들이 많아지면서 각분야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고있다.
중요한 것은 “인구가 늘면서 경제도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저출산률을 보이고 있다. 오랜시간 저출산이 지속될 경우, 노동인구는 줄게되고 따라서 이민자들을 받아들일 수 밖에는 없게된다. 유럽도 출산률이 낮아지면서 아프리카의 인민자들이 늘고있다. 그러면서 인종간 분쟁이 야기되는 문제점도 노출되고 있다.
3. 한국의 대기업이나 대기업집단(재벌)은 한국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예: 삼성전자)이나 미국(예: 현대차) 등에서도 한국 대기업에 대한 경계가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교수님은 이런 한국의 대기업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국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내가보는 입장에서 재벌의 규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생산비용을 낮출수 있으면 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고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한국재벌들도 정부의 지원을 받았지만, 이같은 지원이 줄고 국제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국의 3위 재벌이 문을 닫은 경우도 발생했다. 또 재벌의 30% 정도가 파산한 것으로 알고있다.
반면 생존한 재벌들은 강력해졌다.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생존하고 (같은 조건의)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면 바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이런 재벌은 세계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공정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면 그런 재벌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다.
4. 한국 사회에서 재벌에 대한 거부감이 노출되고 있다. 양극화의 원인을 재벌문제에서 찾기도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는지? 반기업 정서가 강한 다른 나라에서는 이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사례를 들어달라.
= 한국 재벌은 미국의 대기업(conglomerates)과 유사한 점이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는 대기업의 형태가 보편화됐었다. 철도회사인 트랜스 어메리카나 정유사인 걸프 앤 웨스턴 등이 그렇다. 이들 대형 대기업은 지주(지배)회사로 사실상 영역의 한계가 없었던 기업들이었다. 닥치는데로 기업을 인수하고 사세를 키웠다. 주된 이유는 바로 돈을 버는 것이었다. 또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낮은 금리로 인해 대기업들이 가치가 낮지만 수익이 나는 기업들을 업종이나 분야에 상관없이 사들여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서 차입 효과가 사라지며 이들 대기업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반면 GE처럼 산업부문이 연관된 기업들로 구성된 대기업들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이들은 바로 공통된 목표(common purpose)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살아남은 대기업이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아울러 성공했던 기업들은 수익 극대화만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요하다.
우리의 연구 결과, 선경지명이 있던 기업들은 수익 극대화를 중시하지 않았고, 오히려 공통된 목표를 유지하고 기여하는 것에 더 관심을 보였다. 특별히 환경(사회공헌)을 더 중시했다. 1960년대 시작된 미국의 대기업은 1980년대 사라졌다. 그리고 살아남은 기업들은 주로 선경지명이 있던 기업들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자료에서 보듯이 이들 선경지명이 있는 기업들은 실적도 우수하고 더 오래 생존한다는 결과다. 실제로 1926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증시에서 이들 선경지명이 있는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다른 상장기업들에 비해 16 -1대의 압도적인 비율로 실적이 훨씬 우수했다.
5. 그 어느때 보다 지금은 세계 모든 기업들이 미래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고민하고 있다. 한국기업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하는게 좋은가?
재벌도 자신들의 공통된 목표를 설정하고 여기에 부합하는 기업들을 자회사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100년, 150년 더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재벌의 수익창출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시각이 있다면 재벌들은 바로 이런점을 기업의 공통된 목표에 담을 수 있다. 즉 그같은 정서나 문화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기업은 수익 극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다.
재벌이 이런 공통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유지해 간다면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한국 재벌들이 이런면에서 미국 기업들보다 더 적응하기 쉬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