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 규모 감소세 속 20~40대 수요 많은 전세대출은 증가
- 자산·부채 가장 많은 50~60대 ‘빚 다이어트’로 전체 부채규모 줄기 시작
- 베이비붐, 빚 줄이기 위해 집 팔면 젊은 층이 빚 얻어 매입 ‘구조’ 나타나
[뉴스핌=한기진 기자] # 서울의 모 국립대학 교직원인 김모(59) 씨는 큰아들의 신혼살림을 차리기 위해 사줬던 인천 부평구 부개동에 있는 아파트를 팔기로 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를 담보로 빌린 돈으로 사줬던 것인데 은퇴를 앞두고 집값은 내려가는 데 대출규모는 그대로여서 우선 부개동 아파트를 팔아 빚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김모씨는 “임대용으로 갖고 있던 빌라부터 정리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아파트가 거래가 잘 돼, 우선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의 결정에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같은 동네 부동산중개사의 조언이 컸다. 이 중개사는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빠져나가면 당장은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교육 등 기반시설이 갖춰지면 공무원 가족들이 모두 이사 갈 수 밖에 없어 3만 가구가 서울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며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부채는 줄이는 게 좋다”고 했다.
올 들어 시작된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맞물려 고령화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부채축소(디레버리징)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계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 수요가 최근 감소 추세에 있고, 이중 가장 많은 규모를 가진 세대가 베이비붐이기 때문이다.
◆ 고령화가 대출 수요 감소시키고 부채축소 역할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를 보면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50~60대 가구주가 가장 많은 자산(평균)인 3억9558억원을 보유했다. 뒤이어 60세 이상 가구주가 3억911만원, 40~50대가 3억887만원, 30~40대가 2억733만원을 각각 보유했다. 부채도 50~60대가 가장 많은 9682만원이었고 60대 이상(9083만원), 40~50대(8666만원)가 뒤를 이었다.
디레버리징은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2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확인됐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52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2조7000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젊은 층의 수요가 대부분인 전세금대출은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자체 전세대출 상품의 잔액은 1월 4조 8317억원, 2월 5조 1159억원, 3월 5조 3325억원으로 증가하는 흐름이다.

◆ 베이비붐 세대 부채 축소 앞서 경험한 '일본', 우리나라도 닮아가
신용평가회사는 가장 많은 자산과 부채를 가진 베이비붐 세대가 최근 고령화로 은퇴하면서 대출수요를 감소시키므로 부채축소 역할을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고령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부채축소 현상을 예로 들어,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고령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까지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 주택공사 등 공적금융, 기타)규모가 증가하며 1999년 가계대출이 350조엔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줄곧 내리막이다.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2010년에는 300조엔까지 하락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고령층의 부채상환이 지속하면서 가계대출 차주 수가 감소하고 이 때문에 가계대출의 증가율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보험사 등이 최근 은퇴연구소를 잇따라 설립하고 있는 것도 대출보다는 자산관리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국민은행 자산관리본부와 KB생명 은퇴설계팀이 패키지 상품을 개발할 전략이고 신한은행은 노후자금 관리, NH농협지주는 퇴직연금을 중점사업으로 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화가 진행되고 고령층이 증가하면서 가계부채 감소가 빨라질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은퇴연구소를 출범하는 것도 대출보다는 이들의 자산관리가 미래 수익모델로서 큰 기회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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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