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종달 기자]캐디수첩에는 입장한 골퍼들의 ‘속살’이 그대로 담겨있다. 18홀 라운드 중 캐디 앞에서 골퍼 스스로 적나라하게 벗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입장객의 매너부터, 성격, 골프실력 등등 캐디수첩에는 골퍼의 ‘라운드 스토리’가 깨알같이 메모된다. 이는 ‘맞춤 서비스’의 기초 자료가 되기도 한다.
어느 골프장에나 ‘단골손님’ 있다. 매너 좋기로 잘 알려진 골퍼가 있는 반면 몰상식한 플레이로 이름을 올린 골퍼도 있다. 한번 이상하게 소문이 나면 바로 골프장 경기과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캐디들 사이에선 당연히 ‘기피인물’이 된다.
캐디는 ‘기피인물’을 배정받으면 몸을 사린다. 까칠한 성격이 나오기 전에 미리 방지하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다.
지난주 A씨는 바로 이 ‘기피인물’과 어찌어찌 엮여 라운드를 하게 됐다. 동반자를 확인하지 않고 묻어간 게 잘못이었다.
재미 삼아 내기골프를 했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이 까칠한 골퍼가 전반 9홀 초반부터 돈을 잃었다. 몇 홀 지나자 성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경계 모드’에 들어간 캐디에게 지적할 사항은 없고 그렇다고 동반자들한테도 화는 못 내겠고... 가만히 보니 속으로 화를 삭이느라 미쳐 죽었다.
급기야 그는 앞 팀을 대상으로 화풀이에 들어갔다. 앞 팀은 여자 4명이었다. 플레이가 조금 늦었던 건 사실이다. 그는 동반자들은 아랑곳없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을 내 뺏기 시작했다. 진짜 듣기 민망할 정도의 쌍소리였다.
동반자들은 우리 팀 플레이가 조금 빨라서 그렇다고 했지만 쌍소리의 강도는 점점 더했다. 내 뺏는 말 중에서 거의 99%가 욕이었다.
전반 9홀을 마치고 앞 팀과 그늘집에서 만났다. 동반자들은 한바탕 큰소리가 날까 마음을 조렸다.
하지만 그가 앞 팀 여자들을 보고 한 첫마디는 예상을 빗나갔다.
“저...저희 팀이랑...조인하실래요?” 후반 9홀은 두 명 두 명씩 섞어서 라운드 하자는 제의였다. 그러면서 ‘선수’같이 멘트를 날린다. “뒤에서 보니까 스윙도 좋고 아주 잘 치시던데요.”
그녀들은 자세히 보니 4명 모두 예뻤다. 그의 칭찬에 ‘업’된 그녀들은 스코어 카드를 보여주며 ‘OK'사인을 보냈다. 골프클럽 잡은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이 까칠한 골퍼는 후반에도 내기에서 ‘수억’ 깨졌다. 하지만 전반 9홀에서 보여줬던 까칠했던 성격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돈을 잃어도 마냥 좋아했다.
그러면서 코스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꿰뚫고 있는 그가 “이 홀은 어딜 보구 쳐야죠?”하며 ‘다시다’ 보다 더 느끼한 작업에 들어간다. ‘제비’ 뺨치는 작업이었다.
물론 라운드 후 그녀들과 술을 곁들인 식사자리까지 이어졌다. 이후 상황은 남녀가 만났으니 안 봐도 비디오다. 더 자세한 것은 ‘재수’없는 라운드였기에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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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종달 기자 (jdgolf@newspim.com)












